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어른들의 생존기

나이 먹고 배운 인생의 불편한 진실들

by 카미노

[인생의 차가운 진실]


1. 내가 유용할 때만 사랑받는다

2. 나의 조용한 싸움에 박수치는 사람은 없다

3. 착하다고 착함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4. 나의 고통이 세상을 멈추지 않는다

5. 모두가 나의 성공을 기뻐하지 않는다

6. 믿는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

7. 세상은 나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내가 유용할 때만 사랑받는다 - 인간관계의 잔혹한 수급법칙

"사랑은 무조건적이다"라는 말을 믿고 살았던 내가 참으로 순진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감정의 주식시장'과 같다. 내 주가가 오르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떨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회사에서 승진했을 때와 퇴사를 앞두고 있을 때 주변 동료들의 반응을 비교해보면 이 진실이 뼈저리게 와닿는다. 승진 축하 메시지는 폭죽처럼 터지지만, 퇴사 인사에는 '좋은 곳으로 가시네요'라는 예의상 멘트만 날아든다.

특히 재미있는 건 내가 돈을 빌려줄 수 있을 때와 반대로 돈을 빌려야 할 때 지인들의 온도 차이다. 전자일 때는 "형/언니 정말 좋은 사람이야!"라는 찬사가 쏟아지지만, 후자일 때는 갑자기 모든 친구들이 바빠진다. 신기하게도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모두가 중요한 일이 생기고 여유돈이 없다.

하지만 이를 너무 냉소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모두가 생존을 위해 효율적인 관계를 추구하는 것뿐이다. 다만 이 진실을 인정하고 나면, 진짜 무조건적 관계의 소중함을 더욱 깨닫게 된다.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때도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 말이다.


나의 조용한 싸움에 박수치는 사람은 없다 - 혼자만의 전쟁터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싫은 사람과 웃으며 대화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버티는 일까지. 하지만 이런 일상의 영웅담에는 관객도 없고, 박수도 없다.

내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러닝하는 걸 누가 알겠는가? 야근을 마치고 집에 와서도 유튜브영상 만드는 모습을 누가 보겠는가?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않은 노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장 웃긴 건, 가끔 이런 노력들을 SNS에 인증샷으로 올리면 "된장 짓거리"라는 댓글이 달린다는 것이다. 안 올리면 몰라주고, 올리면 라니된장 짓거리.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박수를 쳐야 한다. 작은 성취에도 "잘했다, 나야!"라고 스스로를 토닥여주는 자아찬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가 나의 가장 큰 팬이 되어야 하는 시대다.


착하다고 착함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 선행 포인트의 허상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말을 믿고 살았던 내가 얼마나 순진했던가. 착함이 복권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착한 일을 하나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통장에 적립금이 쌓이고, 나중에 큰 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착한 사람은 종종 "만만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업무를 떠넘기기 좋은 사람,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이용하기 편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반면 약간 모난 사람들은 오히려 "의견이 뚜렷한 사람", "추진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더 황당한 건, 착한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눈치만 보다가 결정을 못 내린다는 것이다. "뭐 드실래요?" "저는 아무거나 괜찮아요." "그럼 뭐가 좋으실까요?" "정말 아무거나요." 이런 무한 반복 루프에 빠져서 결국 굶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착함을 포기하라는 건 아니다. 다만 "착함의 경제학"을 이해해야 한다. 착함에는 비용이 따르고, 그 비용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을 때만 착해야 한다. 전략적 선량함이 필요한 시대다.


나의 고통이 세상을 멈추지 않는다 - 지구는 돈다

내가 실연당해서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을 때도, 지하철은 정시에 운행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여전히 "어서오세요"를 외친다. 내가 승진에서 탈락해서 좌절에 빠져 있을 때도, 동료들은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이건 냉혹한 현실이지만 동시에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내 실수나 실패가 아무리 크게 느껴져도, 실제로는 세상에 그리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망쳤다고 해서 경제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내가 소개팅에서 바보같이 굴었다고 해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진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내 고민이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작은 일인가"라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물론 이런 생각이 때로는 허무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해방감을 준다.

세상이 내 고통에 멈춰주지 않는다면, 나도 남의 시선에 멈춰 있을 필요가 없다. 지구가 돌아가듯이 나도 계속 돌아가면 된다.


모두가 나의 성공을 기뻐하지 않는다 - 질투의 인간학

"친구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표면적으로는 "축하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왜 걔만..."이라는 생각이 스치는 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특히 비슷한 스펙의 친구가 먼저 성공했을 때의 그 묘한 감정이란... 기쁜 듯 기쁘지 않고, 축하하는 듯 축하하지 않는 그 애매한 상태.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내가 더 열심히 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하지만 이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경쟁적 동물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진화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건 이런 감정을 인정하되, 그것이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건, 나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에게는 질투를 덜 느낀다는 것이다. 같은 또래 친구가 대기업에 입사하면 질투가 나지만, 유튜버로 성공한 미스터비스트에게는 "대단하네"라고 순수하게 감탄할 수 있다. 비교 가능한 영역에서의 성공이 가장 질투를 유발한다.

결국 모든 사람의 축복을 받으며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성공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몇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믿는 사람이 가장 큰 상처를 준다 - 배신의 역설

가장 큰 상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온다.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가장 믿었던 동료가, 든든한 후원자라고 여겼던 상사가 뒤통수를 칠 때의 그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믿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애초에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미워했던 사람이 나쁜 짓을 해도 "역시나"라고 생각하지만,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설마 그 사람이?"라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더 웃긴 건, 배신당한 후에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신호들을 놓쳤을까?"라며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미 여러 번 경고 신호가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하지만 믿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 신호들을 무시했던 것이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염미정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빌려주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배신의 결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의심하며 살 수는 없다. 배신의 아픔을 피하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불행한 삶이다. 다만 "100%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되,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처세법이다.


세상은 나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다 - 불공정의 수용

"열심히 살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말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 사람을 만나서 따지고 싶다. 세상은 내 노력에 비례해서 보상해주는 자판기가 아니다. 동전을 넣었다고 해서 반드시 음료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보다 덜 노력한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보면서 "불공평하다"고 분노하지만, 사실 세상은 애초부터 공정하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스펙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운도 다르다. 같은 노력을 해도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진실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세상이 불공정해서가 아니라, 원래 세상이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면 분노가 줄어든다.

중요한 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상이 내게 빚진 것이 없다면, 나도 세상에 빚진 것이 없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이고,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책임도 나에게 있다. 이상하게 이런 생각을 하니까 더 자유로워진다.


차가운 진실을 품고 따뜻하게 살기

이 일곱 가지 차가운 진실들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건, 이것들이 꼭 절망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나니 더 현명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유용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되, 나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혼자서 치르는 전쟁에 박수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 스스로에게 박수를 치는 법을 배웠다. 착함이 항상 보상받지는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전략적으로 착해지는 법을 터득했다.


내 고통이 세상을 멈추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모든 사람이 내 성공을 기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니, 진짜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을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믿는 사람도 배신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적당한 거리두기의 지혜를 얻었다. 세상이 나에게 빚진 것이 없다는 걸 알았으니, 내가 받는 모든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결국 이 차가운 진실들은 삶의 면역력을 길러준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속에서도 따뜻함을 찾을 수 있다. 세상이 냉혹하다는 걸 알았으니, 작은 온기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차가운 진실들을 하나씩 받아들여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진실들 사이사이에서 여전히 웃을 수 있는 이유들을 찾아가는 것이 진짜 어른의 지혜가 아닐까?

오늘도 차가운 현실 속에서 따뜻한 하루를 만들어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비록 세상이 박수쳐주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에게 박수를 쳐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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