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두려워하는 아이들

by yuri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면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이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쉽게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는 늘 질문이 많을수록 더 깊이 배우고 크게 성장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더군요. 처음엔 낯설고 안타까웠지만,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세대는 질문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 불편한 문화 속에서 자란 세대였던 겁니다.


놀이공원에서 배운 것

고등학생들과 놀이공원 체험학습을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귀가하고, 몇 명만 남겨둔 채 저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죠. 그때 한 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출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미 놀이동산에서 많이 멀어져버렸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말했습니다.
“직원이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잖아?”

하지만 학생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게… 힘들어서 선생님한테 전화했어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자체가 그 아이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던 겁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이 놀이기구에서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예전 같으면 분실물 센터에 가서 “혹시 제 물건 들어온 거 있나요?”라고 물었을 겁니다. 그런데 아이는 직접 묻지 않고 저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선생님 저 물건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해야 해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질문이 자연스럽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것을요. 어쩌면 부모님들이 선제적으로 다 해주다보니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얻는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해 문제상황이 생기면 스스로 해쳐나가기 보다는 부모나 담임 선생님께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의 힘

저는 질문을 좋아합니다. 심지어 수업과 관련 없는 엉뚱한 질문도 환영합니다.

한 번은 한 학생이 이렇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피아노를 피아노라고 불러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예전엔 하프시코드라는 악기가 있었는데, 음량을 조절할 수 없었어. 그런데 새로 나온 악기가 크고 작게 소리를 낼 수 있었고, 사람들은 그게 신기해서 피아노포르테라고 불렀지. 하지만 이름이 너무 길어서 지금은 그냥 ‘피아노’라고 부르는 거야.”

수업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이런 질문은 저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아이들 역시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죠.

문제는,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가 드물다는 겁니다. 오히려 친구들에게 “너 때문에 수업 늦게 끝났잖아”라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그래서 질문 없는 수업이 이어지고, 저는 아이들이 이해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아이들이 자기식으로 내용을 해석해 엉뚱한 답을 써내려가는 것이죠.
질문을 꺼리는 문화가 깊은 이해를 막고 시행착오를 늘린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학교를 넘어, 사회까지

이 문제는 학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사에게 질문하기 부담스러워 혼자 판단하다 실수하고, 그 결과 일의 속도도 늦어집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묻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해도 될까요?”

물론 한국 사회가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라는 것은 알지만 지례짐작으로 공부하고 일을 하는 것은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공부만 오래 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듯이 시험의 유형에 맞는 공부를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출제자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는 방법은 직접 가서 물어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기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요즘 아이들은 어른을 덜 두려워한다는 겁니다.
저는 체벌이 허용되던 시대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교무실에 질문하러 갔다가 혼나기도 했고, 준비물을 안 가져오면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체벌이 금지되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다가갑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은 시험 점수가 나오면 내 점수가 왜 이 점수인지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고, 자기 의견을 분명히 말합니다.
호불호가 뚜렷하고, 의사표현이 확실한 세대입니다. 다만, 아직은 이런 학생들이 주류는 아닌 듯합니다.


나의 깨달음

한동안 저는 아이들의 암기력과 학업 수준이 낮아진 것을 보며 불안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돌아보니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것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암기력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었던 겁니다.

시대가 변했는데, 저는 과거의 잣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지요.


질문은 미래를 여는 열쇠

이제는 확신합니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의 주역이라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질문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을요.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왜 요즘 아이들은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움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