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와 손해 사이에서"

by yuri

누가 먼저 손을 드는가

— 작은 배려가 만드는 큰 울림


Z세대 학생들을 바라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모습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서인지, 의욕이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여러 활동이나 행사를 준비해도 대부분은 ‘딱 중간 정도’에서 멈추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편이 묘하게 허전해집니다.


얼마 전 우리 반이 급식 봉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조리사 선생님들만으로는 배식을 감당할 수 없기에, 반별로 6명을 뽑아 학생들이 돕도록 했습니다.
“혹시 우리 반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할 사람?”이라고 묻자, 반응은 고요했습니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이 활동을 하면 봉사시간 10시간을 줄게.”
잠시 얼굴이 움직였지만, 여전히 손은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대입에 봉사시간이 직접 반영되진 않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다른 학교 학생들은 평균 60시간 정도를 채우니까, 우리도 최소한 이 정도는 채워야 해. 학교에서 주는 20시간만으로는 부족하니, 이런 활동이 필요해.”

그제야 6명의 손이 하나둘 올라갑니다.


선거관리 위원을 뽑을 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원할 사람?”
정적만 흘렀습니다.
“이거 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잘 적어줄게.”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손이 올라갔습니다.


학생회 활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학부모 총회 때 작년처럼 회장 설치와 정리를 부탁하자,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학생들을 위한 행사도 아닌데 우리가 나서야 하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모든 일을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철저히 나누고, 직접적인 이익이 없으면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에서, 교사로서 작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교무실 청소나 분리수거도 하지 않습니다. 학생이 쓰는 공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치우는 것이 부당하다는 인권위 결정 때문입니다.


반에서 1인 1역을 맡겨도 대부분은 ‘딱 적당히’만 하고, 맡은 역할을 깊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당장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반 전체를 위해 기꺼이 나서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더 띕니다.
그런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참 예쁘게 보입니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교내외 모범상 명단에 꼭 올립니다.


사실, 그들이 하는 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수행평가 일정을 정리해 반 단체방에 올려주거나, 친구들이 편하도록 시간표를 칠판에 적어주고, 공부하다가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나누는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배려지만, 그 차이가 반의 분위기를 바꾸고, 주변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일을 피하는 것이 똑똑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그런 태도가 오히려 신뢰와 호감을 잃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합니다.

지금은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조금 더 수고해 다른 사람이 편해진다면 기꺼이 나서주었으면 합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그 모습을 보고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그 보상은 비록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지나 큰 보상으로 반듯이 돌아올 것입니다.


욜로같은 말들도 ‘즉각적인 보상’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불확실하고, 눈앞의 보상은 확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쉽게 즉각적인 보상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즉각적인 보상보다는 지연된 보상에 주목해야,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Z세대와 소통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즉각적인 보상을 제시하고, 그 뒤에 의미 있는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열심히 하면 보상을 줄게”라고 말하기보다, 먼저 고액의 연봉 같은 매력적인 보상을 보여주고, 그 뒤에 “이 일을 하면 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라고 구체적인 조건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결론을 먼저 보여주고 세부 내용을 뒤에 설명하는 방식처럼, 대화도 결-기-승-전 구조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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