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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17. 2024

모두가 1등이 될 필요는 없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것은 “남에게 뒤처져서는 안 돼”라는 경쟁의식이지만, 전 세계 유례없는 낮은 출산율과 자살률을 만든 것 역시 경쟁의식이 만든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말이 있듯이 한국에만 들어오면 물건 값이 높아집니다. 비트코인, 명품 등이 한국에만 수입되면 가격이 올라가는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남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 지를 과하게 신경 쓰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아이가 ‘100점을 맞았다’는 사실보다 ‘몇 등을 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둡니다. 자유학기제는 성적을 산출하지 않기 때문에 등수가 나오지 않으나 학부모 상담을 하면 꼭 “그래서 저희 아이는 몇 등인가요?”를 물어보는 학부모님들이 계십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예전에 비해 상대평가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상대평가로 성적을 매기는 수능이 대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성적순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결정되다 보니 항상 나의 성취 수준 보다 남과 비교했을 때 내 위치가 어디인가에 더 많이 신경을 씁니다.


   1등이 있으면 반드시 꼴등이 있습니다. 모두가 다 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1등을 해야만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상위 0.1% 안에 들어야 합니다. 요즘은 대입경쟁이 너무 치열한 나머지 의대에 입학한 학생 중에 ‘번아웃 증후군’과 ‘성공 우울증’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쳐 힘들게 전문의가 되어도 유튜버를 하며 투잡하는 시대가 지금입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웹소설 작가, 유투버인 이낙준씨가 예전에 <닥터 프렌즈>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의사보다 웹소설 작가로서 수입이 더 많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을 가져야만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높은 성적을 받아야만 성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예민하고 날카로운 부분은 있어야 합니다. 

 청결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브라이언은 청소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부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걸로 돈과 유명세를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기계가 초밥을 만들면 싼 가격에 대량생산을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비싼 돈을 내고 인간이 만든 오마카세를 즐기는 이유는 그 음식을 만들기까지 장인이 들인 노력과 시간을 음식을 통해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많은 돈을 들여 시장을 근대화했으나 방문객 증가가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하지만 예산시장이나 스타벅스 대한 극장점은 그 공간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토리를 유지하면서 방문객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 커피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직업이 그 사람의 명성과 소득을 보장해 줬다면 앞으로는 시대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중중요한 시대가 될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해하는지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이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해 주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허용한다면 그 시간은 좀 더 단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서 자녀를 특정 방향으로 몰게 되면 자녀는 지금의 부모님들이 사는 것처럼 “사니까 사는 거지”, “누구는 좋아서 일하냐… 돈 주니까 하는 거지”라고 말하면서 세상을 향해 투정만 부리다 나이를 먹게 됩니다.


  1등을 하지 않으면 도태된 것 같고, 사람들에게 나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이 일이 너무 싫지만 배운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어서 그만두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버텨왔습니다.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위즈덤하우스. 정김경숙. 2024)는 16년 동안 구글에서 일하고 임원까지 했지만 이메일 한통으로 해고되고 55세라는 나이에 실리콘밸리 알바생 생활을 하는 정김경숙(로이스 김)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해고가 어렵지만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더 안 뽑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규직을 원하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적으니 취업준비 기간이 그만큼 더 길어지게 됩니다.

 그 오랜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설사 지금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천천히 찾아 나가면 됩니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1, 2년 늦게 취업한다고 실패한 인생이 되는 건 아닙니다. 1, 2년 빨리 취업해 봤자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면 스트레스만 받고 만성 질환에 시달릴 뿐입니다. 


  허성태 배우는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뺨을 맞아도 행복하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빨리빨리의 민족답게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안정적인 결과물을 빨리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빠르게 찾은 답일수록 오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 전 회원수가 300명을 넘는 명문대 연합 동아리가 사실은 마약을 사고파는 동아리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돈만을 강조한 나머지 쉽고 빠르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마약에 손을 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줄을 세로로 세우면 1등과 꼴등이 존재하지만, 줄을 가로로 세우면 모두가 다 1등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라면 자녀에서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보다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빨리 도착해 봤자 아이의 마음이 병들어 있으면 몸도 병들게 됩니다. 그러면 빨리 간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쉬어야 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나의 가능성을 믿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입니다. 공부 못하면 어떤가요. 화장을 잘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면 되죠. 내가 좋아하는 일은 공부를 못하게 막아도 어떻게든 합니다. 

 공부를 정말 지질이도 안 하는 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어느 날 학급 친구랑 같이 미용대회에 나가더니 덜컥 1위를 수상했습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하던데 확실히 좋아하는 일을 하니 눈빛부터 달라지더라고요.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분야에서 1등 하면 됩니다. 그리고 꼴등이면 어떤가요. 뒤에서 보면 내가 1등인데. 꼴등이 1등보다 어려운 법입니다. 발상의 전환으로 꼴등 하는 법으로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금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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