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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16. 2024

학교를 다니는 이유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수업을 경험한 학생 중 일부는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집니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고, 공부는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온라인 사교육 시장이 발달해 있어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을 바에는 집에서 스타 강사의 강의를 듣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tvN의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김경일 교수가 “한국인은 동양인 중에서도 주인공 의식이 강하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요즘은 자녀를 한 명, 두 명 밖에 낳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금이야 옥이야’하며 길러집니다. 안 그래도 한국인은 주인공 의식이 강한데 가정도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니 학교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꾸 부딪히게 되고 싸우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학창 시절을 비대면으로 보낸 시간이 긴 학생들일수록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는 지식을 배우기 위함도 있지만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나의 날카로움을 다듬어 가는 게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서 전공을 선택한 순간 내 전공과 상관없는 분야의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전공과 관련된 사람들만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나는 사람들이 비슷해질수록 비슷한 생각만을 하게 되기 때문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봐야 합니다.

 고정관념이 부서지고 재정립되지 않고 나만의 세계에 빠지면 내가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꼰대가 됩니다.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에서 높은 성적을 받더라도 그 점수 그대로 내신으로 변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같은 상위권 대학교에 입학하기 힘듭니다. 

 대학도 학교가 공부만을 가르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학교생활 기록부를 보면서 이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서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를 봅니다.

 대입을 떠나서 학생들의 자퇴를 말리는 이유는 나와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인정하고 받아들일지를 학교에서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나를 둘러싼 세상은 바뀌지 않습니다. 전학을 가고 자퇴를 한다고 해도 내가 바뀌지 않으면 결국 비슷한 문제에 부딪혀 주저앉아 울게 됩니다.  

 학창 시절은 공부가 전부인 것 같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능력만큼이나 처세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전에 처세술을 배우고 실험할 수 있는 곳이 학교입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한테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하고, 친구관계를 통해 어떤 말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어떤 말을 하면 관계가 틀어지는지 배웁니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무조건 들어줘서도 안되고 아이를 비난해서도 안됩니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와 함께 고민하고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원한다면 되도록 많은 상황에 맞는 처세술을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의 등수만을 챙길게 아니라 친구랑 오해가 생겼을 때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 등을 부모가 아이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알려줘야 아이는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습니다.


  미국 유명 사업가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식을 배우지 못한 것은 후회되지 않지만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것은 후회한다! 서로 이용하거나 이용당하지 않으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학교이다!"

 학교 폭력, 낮은 성적 등의 이유로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시야에서 보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는 게 이득인 것 같지만 아직까지는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학력인정을 받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차갑습니다. 


  한국인들은 영재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내 아이가 영재다'라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서든 상급학교로 점프시키려고 합니다. 

 천재소년으로 유명한 송유근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내가 11살 나이로 돌아간다면 좋아하는 것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과 나이가 아니면 하지 못할 것들을 마음껏 하며 어울렸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학교는 공부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학교를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곳으로만 생각하면 학교를 다닐 시간에 학원을 다니는 게 더 이득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학교를 다닐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겠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학교에서 사귄 친구가 직장에서 사귄 친구보다 오래가는 같습니다. 전우애라고 할까요. 어려움을 같이 헤쳐나간 친구는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다가 해도 어제 만난 것처럼 재미있게 수다를 떨게 됩니다. 


  인생에 참다운 친구 3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합니다. 아니 1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입니다. 그런 친구를 사귀기에 가장 좋은 곳이 학교입니다.

 무조건 학교를 벗어나려고만 하기보다는 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나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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