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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18. 2024

권위에 대한 저항

  베토벤은 어린 시절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커서도 억압과 속박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의 3번 교향곡은 민중들의 영웅이라고 생각한 나폴레옹에게 헌정하기 위해 만든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황제가 된 나폴레옹의 모습에 실망한 베토벤은 이 곡의 제목을 '보나파르트(bonaparte)'에서 '에로이카(eroica)'로 변경합니다. 베토벤이 생각한 진정한 영웅은 민중 위에 굴림하는 자가 아닌 민중을 위해 봉사하는 자인데 나폴레옹은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이 곡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죠.


  학생들이 싫어하는 교사 유형을 보면 첫 번째로 말이 많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특히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은 채 본인의 말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먼저 살아본 입장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될 텐데…’라는 생각에 아이들을 설득시키고자 계속 말을 합니다. 마음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듣은 말은 소음공해일 뿐입니다. 아이가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는다고 해서 선생님의 말을 이해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뭐라고 한마디 하면 뭐라고 두 마디 이상 돌아오는 게 귀찮아서 아무 말 안 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입니다. 말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생각과는 다른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내 머리로는 분명히 '아'라고 말했는데 입 밖으로는 '어'라고 나간 거죠. 내 생각과 말이 잘못 나갔다는 것을 인지하면 다행이지만 생각보다 내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는 "선생님이 이렇게 이야기했잖아요"라고 따지듯 말하고, 선생님은 "내가 언제 그랬어. 몇 시 몇 분에 그렇게 얘기했어. 정확히 말해봐"라고 말하며 화를 냅니다.


  앞에서 언급한 학생들이 싫어하는 유형의 교사를 한 가지로 종합하면 권위주의적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권위주의적인 교사와 이야기를 할 때 학생들도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목소리와 행동을 크게 하며 최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하지만 학생의 말은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교사를 보면서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라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뒷담화만 열심히 까고, 되도록 부딪히는 일을 안 만들려고 피해 다닙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적극적으로 말싸움을 걸어온다는 것은 아직은 관계를 회복시키고자 노력할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화 자체를 거부할 때입니다.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건 상대를 이해할 생각도, 마음도 없다는 것입니다. 기대가 0이라는 거죠.


  만일 아이와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는 상태라면 말수를 최대한 줄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면 맞춤형 해결책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한·두 번의 일 가지고 마음의 문이 닫힌 게 아니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실망감이 쌓여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아이의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매일 인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아있으며 존재감을 드러내 주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친해져야 비로소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담임을 맡았던 남학생 중에 화가 나면 자꾸 뭔가를 던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눈에 힘을 주고 최대한 간결하고 단호하게 "하지 마세요. 뭐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와의 관계만 틀어졌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문제 상황이 생기면 그 상황에서 아이를 빼낸 뒤에 아이 스스로 화를 가라앉힐 때까지 조용히 아이 옆에서 기다려줬습니니다. 그러니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부모님 앞에 아이가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면 부모는 즉각 그 행동을 수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 강하게 반항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문제 행동을 해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교복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다리는 꼬고 있으며 말꼬리를 잡는 학생이 있습니다. 선생님 앞에서 다리를 꼬고 있는 행동을 수정하고 싶어서 다리를 꼬고 있는 것을 풀라고 했는데 아이가 다리가 아프서 못푼다는 둥 온갖 핑계를 대며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싸우지 말로 아이가 다리를 풀 때까지 조용히 계속 쳐다보면 됩니다. 10분이 넘어가면 아이도 다리가 아파서 풀게 됩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입니다.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억울린 감정을 표출하는데 부정적인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면 흔히 말하는 문제아가 되는 것이고 내부로 표출하면 나 스스로를 공격합니다.

 선생님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 학생일수록 자신의 약한 모습을 다른 사람 앞에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내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아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과 긴 상담을 해보면 불현듯 그 아이들도  '나 힘들어… 나 좀 봐줘'라고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부모입니다. 부모가 권위주의적이면 아이는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억울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나보다 약한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을 찍어 누르려고 합니다.

 예전에 초, 중, 고 연계 학교폭력에 가해자 담임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님이 오시더니 갑자기 아이 뺨을 때리시더군요. 선생님에게 그렇게 따박따박 대들던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서 뺨을 맞고 있는 모습에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학생 중에 부모 말에 "예" "예"하는 착한 아이일수록 우울감과 학습된 무기력감이 높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우울증 지수도 높고 학교에서 문제를 자꾸 일으키는 학생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이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집에서는 "어머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공수 자세로 90도 인사를 하고 매일 학교에 갈 정도로 예의가 바르기 때문에 자기 아이는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하시면서 설사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부모가 아이가 할 말을 대신 해주는 것 역시 아이를 돕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는 내 목소리를 남들 앞에서 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하지 못합니다. 부모님은 학교에 불만을 토로하고 가면 끝이지만 학교에 남아서 계속 생활을 이어나가야 하는 것은 아이입니다. 결국에는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게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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