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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Sep 21. 2024

노는 게 제일 좋아

  금세기 최고의 히트곡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저는 뽀로로의 "노는 게 제일 좋아"를 꼽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만 하지 놀라고 하지 않습니다. 2015년 <유자식상팔자>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정은표 배우님의 가족들이 출연했습니다. 아들은 책 보고 공부하려고 하지만, 아빠는 아들에게 공부 그만하고 나가서 놀라고 잔소리합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입니다. 저출산 2위 국가인 이탈리아의 출산율이 1.2명인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반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사교육비 시장 규모 25조원입니다. BTS,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산업의 규모가 10조원(2023년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큰지 감이 잡히실 것입니다.

 인구는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교육 시장은 매년 커져 2024년의 경우 2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대학도 통폐합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 시국에 사교육 시장만 호황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합니다.


  한국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어 인적자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무한 경쟁을 통해 훌륭한 인적자원을 확보해 단시간에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밝음 뒤에는 어둠이 있다고 한국인들은 사회적 기대와 압박감 등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친구가 저에게 “너 옆에만 있으면 조바심이 나고 답답해”라는 말을 했습니다. 매일 “뭐해야 해…”라고 말하며 걱정을 달고 살았습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만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면서도 입으로는 “뭐 해야 되는데… 나 지금 뭐 하고 있니”라고 말하며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이런 것 배워서 뭐해요? 수능에 안 나오는데…”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학교에서 차분히 악기를 다루고 음악을 감상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럴 시간에 수학 문제를 하나라도 더 푸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인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창의력 발달과 관련하여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멍 때리기’입니다. 스트레스와 피로에서 벗어난 상태가 되어야 창의력이 잘 발휘되는데 멍 때리기는 뇌에 휴식을 제공하고, 심리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합니다. 즉 마음이 안정된 상태가 되어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모든 시간이 일을 하는 시간은 아닙니다. 일하다가 직장 동료들이랑 잡담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있어야 일의 능률이 올라갑니다.

 임용고시 공부를 할 때 공시생들 사이에서 유명한 말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시간이 몇 시간 이상이면 시험에 붙고 그 이하면 시험에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인간은 기계와 다릅니다. 투입한 시간이 길다고 해서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노는 것입니다. 에너지를 소비했으면 반드시 충전하는 시간이 있어야 합니다. 충전 없이 달리기만 하면 결국에는 방전돼서 멈춰버립니다. 완전히 멈춰버린 후에 다시 빠르게 달리는 건 천천히 달리다가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요즘 MZ들은 승진에 관심이 없고 뻑하면 병가를 낸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종종 봅니다.

 그 어떤 세대보다 많은 교육을 받고 높은 학력을 자랑하지만 의욕이 없고 노는 법을 모릅니다. SNS를 보면서 타인을 부러워하며 보잘것없는 나를 탓하고, 부모를 탓하며, 세상을 탓합니다. 남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내가 뭘 좋아하고, 뭘 할 때 행복한지 모릅니다.


  색깔은 흰색과 검은색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파란색도 있고 빨간색도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ktx를 타면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지만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어떤 풍경이 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목적지를 착각해서 실수로 다른 곳에 도착하기라도 하면 더 먼 길을 돌아가야 합니다.


  힘들면 앉아서 쉬는 법도 배워야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습니다. 무작정 달리기만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달리다가 힘들면 쉬고, 그렇게 쉬다가 “아하!”하고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명문대 간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명문대를 나오나 안 나오나 직장인이 되는 것은 같습니다.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높은 위치에 있어도 정서적으로 피폐해져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법을 알려줘야 하지만, 힘들면 쉬었다가 가는 법도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야 포기하지 않고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왜 "이것이 청춘이가…"하고 감상에 빠져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적으로 아프건, 육체적으로 아프건 내 몸이 나에게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는 이유는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죽고 말 거야'라는 경고 메시지입니다. 이때 제대로 쉬지 못하면 탈이 납니다. 몸이 안 좋을 때는 감기만으로도 죽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감기쯤이야 병도 아니지'라고 말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독감과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2만~5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힘들면 쉬었다가 가시기 바랍니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노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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