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어도 엄마 아버지 눈에 들려고 잠시 놀지를 않고, 뛰어다니면서, 집 안에 물도 가득 길어다 놓고, 여기저기 일하러 돌아다녔어도, 우리 엄마는 따뜻한 칭찬 한마디가 없었어. 우리 엄마는 자식들한테 좀 냉정한 엄마야. 그래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나한테 포근하게, 따뜻하게 이렇게 안아주고, 그런 엄마를 좀 만났으면 좋겠어.”
엄마가 외할머니로부터 경험한 과도한 책임과 감정을 나에게도 그대로 대물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 얘기를 듣고 가슴이 좀 먹먹하고 아프네! 그랬구나! 엄마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를 바랐구나! 엄마도 외할머니한테 많이 칭찬받고 싶었구나.
"엄마 그거 알아? 나도 따뜻하게 안아주는 엄마를 바랐어."
꽤 오래전, 아빠가 유난히 속을 썩이던 해가 있었어. 큰 내색 없이 뒷수습하던 엄마가 외할머니 납골당에 가서 주저앉더라. 그리고 엉엉 소리 내 울던 기억이 나. 마치 어린아이처럼.
“8살 때 외할아버지가 어디든지 데리고 다니며 이뻐해 준 기억 말고는 좋았던 기억이 없어”
엄마의 이 말이 참 애잔하게 느껴져.
“항시 배를 곯았어”
엄마는 이 말을 자주 하네. 엄마의 삶은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기가 참 힘들었나 봐. 그래서 우리 식구들 밥을 그렇게 억척스럽게 챙겨줬구나! 엄마는 철마다 된장 고추장 담그고, 맛난 제철 음식도 많이 해줬어. 특히 엄마가 계절마다 담근 김치 맛은 정말 예술이야. 아직 어느 음식점을 가도 그만큼 맛난 김치는 못 먹어 본 것 같아.
“사람들이 내 김치를 맛있다고 환장들을 하면서 먹어”
엄마에게 김치는 사람들에게 유능감을 인정받는 대단한 경험인 것 같아. 그러니 앞으로도 포기할 수가 없겠지.
“엄마 김치가 최고 맛있어”
앞으론 나도 환장하며 먹어 보려고! 그렇게 힘들게 일해놔도 칭찬 한마디 없는 외할머니가 매우 서운했다며! 나도 똑같이 그런 것 같아. 힘들게 음식을 만들어 차려놔도, ‘맛있게 잘 먹었어! 고마워 엄마’ 말 한마디를 안 해줬네. 그런데 몸도 좀 아껴가며 김치를 담가줬으면 좋겠어. 몸살 나서 아픈 모습 보면 내 마음이 아파서 그래!
아! 그리고, 학창 시절 친구들은 내가 잘 사는 집 딸인 줄 알았대. 엄마는 어릴 때 이쁜 새 옷 한번 제대로 못 입은 게 한이라고 그랬지, 나한테 없는 형편에도 새 옷 많이 사준 덕분인 것 같아. “고마워 엄마, 그리고 사랑해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