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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an 08. 2025

아뿔싸! 나도 울 엄마와 같은 엄마가 돼버렸다

- 나도 딸이 생겼다  

아뿔싸! 나도 울 엄마와 같은 엄마가 돼버렸다.       

   



딸이 태어났을 때, 흰 피부에 검은 눈썹, 새까만 머리숱, 몰캉몰캉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얼굴이었다. 오래전이지만 지금도 어제처럼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울음소리, 손짓하나, 몸짓 하나 첫째 아들이랑 확연히 달랐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내 딸이 대학생이 된 어느 날, 내게 따진다.       

   

“엄마! 오빠한테는 안 시키면서 왜 나만 시켜. 내가 만만해”    

      

아뿔싸! 나도 엄마와 같은 엄마가 돼버렸다. 아들에게 먼저 달려갔고, 딸에게 밥상을 함께 차리게 도와 달라고 했다. 남편과 다툼 후 딸에게 하소연했고, 딸이 심리적으로 힘들 때, 위로의 대상이 되어주지 못했다. 영민한 내 딸은 그나마 일찍 나에게 따져 물었다. 왜 나만 시키냐? 왜 항상 오빠가 먼저냐? 나와 달라서 반가운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나는 인제야 따지기 시작했는데)      


2014년 가을쯤으로 기억한다. 마침, 아들은 재수 학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내 차로 등·하원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날은 딸이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오는 날이었다. 출발하던 날도 큰 가방을 혼자 들고 공항에 갔던 것이 마음에 걸려 마중이라도 갈까 했다. 딸은 ‘혼자서 잘하니까’하는 마음에 결국 발걸음을 아들 학원으로 돌렸다. 저녁 늦은 시간 수학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온 딸은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별다른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후 같은 반 엄마에게서 ‘다들 공항으로 마중 나왔는데 왜 혜수 엄마는 공항 안 왔어! 혜수 혼자 가방 들고 가던데’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순간 미안함이 올라와 며칠 동안 딸의 눈치를 살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남편과 다툼이 있을 때마다 딸에게,           


“너희 아빠가 정말 이해가 안 돼”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딸은 내 얘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에이. 아빠가 엄마한테 왜 그랬대”          


내 마음을 달래주는 딸의 위로에 마음이 녹곤 했었다.          


“이래서 딸이 좋아. 딸 없는 사람들은 힘들겠어.”           


이런 나의 하소연들이 내 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도 몰랐던, 무지했던 엄마였다. 다세대 전수는 가족 내에서 특정 행동 패턴, 신념, 감정적 반응 등이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현상이다. 부정적인 행동 패턴이나 감정적 문제가 세대를 거쳐 반복되면, 새로운 세대도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엄마가 미성숙해서 너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몰랐구나!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네가 상처를 받았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정말 미안해. 엄마 아빠는 서로를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할 거야.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 참 잘해 냈구나, 엄마는 항상 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사랑해.”      

   



                                                                   이뿌니     


                                                          손 꼬락도 이쁘고,

                                                          발가락도 이쁘고,

                                                          정수리 냄새조차, 사랑스럽다.     

                                                          아, 존재 자체가 이쁨이구나!         

      

                                                     - 딸의 어린 시절, 사랑스러운 모습을 

                                                        참을 수가(?) 없어서 적어본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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