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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혜 Jan 06. 2025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

4일 차 - 특제 김치 손만두 300개 빚기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우리 집 수제 김치손만두다. 어머님, 형님, 그리고 나 우리 셋은 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3인조다.  우리 3인조는 시댁에서 판을 벌린다.  행동대장인 나는 형님의 오더를 받아 미리 재료를 시댁으로 배달시킨다. (오뚜기  찹쌀 왕만두피 15팩, 우삼겹 2킬로, 당면, 계란등)  장비빨이라고 했던가? 어머님은 손만두를 위한 비장의 무기를 모두 꺼내놓으신다.  업소용 3단 찜기, 음식 전용 미니 탈수기, 오봉(쟁반 아니고) 5개,  컬러풀한 소쿠리 여러 개, 녹색의 망사, 그 외 기타 등등이다. 부엌 한가득 펼쳐놓은 장비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여기에, 당일날 봐야 할 장을 또 본다. (두부 4모, 부추 4단, 숙주등), 친정엄마의 맛난 전라도 김치까지 공수받아 모두 다지고, 탈수기로 짜서 갖은양념으로 팔뚝이 나갈 정도로 버무린다. 이때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난다.  내가 팔뚝이 굵은 건 다 생활근육일지 모른다. 대형 스뎅 양푼에 고봉으로 한가득 쌓인 만두소를 보면서, 우리는 한번 더 전의를 다진다. 오늘 반드시 모두 빚어내리라! 형님과 나는 만두소랑 만두피를 식탁 위에 올리고, 등받이 의자를 하나씩 차지한다. 각자 만두 빚기에 가장 편한 자세를 잡는 것이다. 어머니는 가스레인지 위에 업소용 3단 찜기에 물을 받아 끓이기 시작하신다.



 형님과 나는 빚고 어머니는 열심히 쪄서 소쿠리에 담아내신다. 90이 다 된 나이임에도, 아주 야무지게 본인의 역할을 다 해내신다. 오랜 세월 함께 만두를 만들어 온 우리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갓 쪄낸 첫 판의 만두는, 먹을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아, 간이 딱 맞다. 너무 맛있어. 이 맛에 힘들어도 만들지" 정말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우리 집 특제 김치 손만두다. 우리는 1시부터 7시까지 무려 6시간 동안 300개의 만두를 무지막지하게 만들어냈다. 우리 환상의 3인조 중 한 명만 빠져도 손만두를 만들 수 없기에, 어머니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정말 좋겠다. 



손만두는 냉동실에 잘 보관해 놨다가, 한동안 군만두나 만둣국으로 맛난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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