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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과 시댁

딸과 며느리

by 또복희연 Mar 12. 2025

명절에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앞섰다.

명절 되기 보름 전에 시어머니 생신상 차리고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른 음식을 해야 하는데 하는 고민이 들었다. 좋은 음식도 한두 번이라고 똑같은 음식 먹으면 질리기 나름이니 다른 메뉴를 생각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작년 구정에 무엇을 했나? 갈비, 만두, 꼬치 전(새우, 애호박, 햄, 쪽파), 물김치, 고사리, 도라지, 숙주를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무엇을 하나? 이것 빼고 저것 빼니 할 것이 얼마 없다. 명절 전부터 고민에 빠진다.

 

딸    

이번 명절은 연휴가 앞으로 길어서 친정에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친정엄마도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바리바리 만들어서 가지는 않는다.

친정에 가면 닥치는 대로 보이는 대로 하면 되니 말이다. 친정엄마가 특별히 먹고 싶다거나 생각난다는 걸 위주로 한다. 며칠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빼지 않고 해 놓는다.

우리 엄마는 내가 가면 손주가 이쁘다며 물고 빠신다. 그 뒤에는 나에게 많이 의지 하시기 때문이다. 

나이가 드시고 몸도 아프니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신다. 그래서 내가 가면 든든하다고 하신다. 뚝딱뚝딱 금방 만들어서 내놓고 맛도 있다면서 좋아하신다.

연휴 첫날 친정에 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남편은 회사 당직으로 내일 저녁에 오기로 했다.

시어른들께서 편찮으셔서 이번 명절은 안 모이기로 했다고 말이다. 많이 편찮으신 거냐고 물었는데 운신을 못 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걱정이다.

차라리 모여서 밥 한 끼 먹으면 더 편하다. 왜냐고? 얼마나 편찮으신지, 끼니는 드시는지, 병원은 다녀오셨는지 등등 걸리는 게 많다.


며느리  

명절날 안 모이니 음식 안 해도 되지 싶지? 아니 아니다.

명절날 드실 수 있게 미리 음식을 만들어서 가져다 드려야 한다.

남편에게 미리 음식 가져다 드려야 한다고 했더니 그런가? 한다. 본인 부모를 모른 척하는 것인지 모르는 건지 왔다 갔다 한다.

남편이 시어머니께 전화드려서 음식을 해간다고 하니 반기신다. 이런 생각을 안 했다면 명절 내내 역정 또는 서운해하며 골골하고 계실 분들이다. 물론 대놓고 하시지는 않는다.


친정에서 명절 전전날 오전까지 연휴를 보내고 집으로 오자마자 저녁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다음 날 음식 준비를 했다.

만두, 코다리, 불고기, 잡채, 애호박 새우전, 표고버섯 전, 동그랑땡, 수육, 청국장, 생채, 도라지를 바삐 만들어서 시댁으로 갔다. 전날에도 눈이 많이 내렸고 오늘도 내리고 있고 내일(명절)은 더 추워진다고 해서 겸사겸사 명절 새벽에 움직이는 것보다, 오늘 저녁이 낫다고 생각이 들어서 전화드리고 갔다. 싸놓은 음식에 한라봉 한 상자를 들고 들어갔더니 두 분 다 반기신다.    


시어머니가 음식이 무언가부터 보신다. 많이 가져왔다며 웃음을 지으신다. 편찮으셔서 죽만 드셨다고 하시더니 두 분 다 얼굴에 살이 내리셨다. 이것저것 보시고 갓 쪄서 가져간 만두를 하나씩 드시더니 화색이 도신다.

시아버지도 뭘 이렇게 많이 해왔니?라고 하시면서 기분은 좋으신 듯하다.

그냥 고생했다. 좋으시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고민 안 해도 되는데 두 분 다 돌려 말씀을 하신다. 나는 이해하려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좋은 말인지 서운한 말인지 말이다.


시아버지는 기침이 심하시다고 멀찍이 떨어져서 오지도 못하게 한다. 아들 빼고 며느리, 손녀, 손자 봉투 하나씩 받았다. 편찮으셔서 절은 안 하고 봉투만 주신 거다. 일부러 챙기신 것이 못내 짠한 마음이 들면서 감사하다. 그런데 뭔지 모를 씁쓸함은 뭘까?

나는 시어머니, 시아버지께 요즘 독감으로 노인들이 병원에 상주한다. 다들 독감으로 고생들이 많다고 뉴스에서도 떠든다.라고 말하고 꼭 연휴 끝나면 링거 맞으셔야 한다고까지 당부하고 더 미끄러지기 전에 가라고 하셔서 시댁에서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랑과 이런 말을 했다. 두 분 다 연세 드시니 약해지셨다. 딸이 있으면 속이야기도 하실 텐데 적적하신 것 같다.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아들들만 있어서 어머니 아버지가 아프셔서 서운한 게 있는데 말씀을 다 못하신 것 같다. 우리가 다 챙기지 못하니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나에겐 시댁 어른들이시다.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은 있다.

남편은 그런가? 한다. 나는 오늘 안 왔으면 큰일 날뻔했어!라고 했다.

우리는 그냥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서로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장남이어서, 며느리여서 해야 하는 건 해야 한다. 서운해하실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웃었다.

우리가 늙으면 우리 아이들에게는 다 좋아!라고, 외칠 것이다. 안 와도 좋고 와도 좋고 우리가 가도 좋고, 서로 서운함 없이 이야기하고 지내면 좋겠다. 딸, 며느리, 사위, 아들 모두가 다 같이 사는 방법인 것 같다.

이렇게 우리의 명절은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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