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 시어머니, 아들, 며느리
명절 전날 시댁에 바쁘게 음식을 만들어서 가지고 갔다.
시어른들께서 편찮으셔서 이번 명절은 안 모이기로 했다. 일부러 음식을 만들어서 저녁에 가지고 가게 되었다. 명절날 제사는 지내지 않고 명절을 보내기 위해 가족들이 우리 집에 모여 아침을 먹는다.
편찮으신 어른들을 위해 음식을 가지고 갔더니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두 분 다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리신 듯하다. 죽만 드셨다고 하시더니 살이 더 내리셨다.
갓 쪄간 만두를 하나씩 드시더니 화색이 돈다. 입이 써서 못 드신다고 하시더니 만두는 안 쓰다고 하신다. 만두 맛을 보신 김에 전도 한두 개 드시고 괜찮다고 하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시아버지께서 큰기침하시더니 한 말씀하신다.
내 아들들이 잘해도 며느리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음? 무슨 소리지?
최근 이사를 하셨는데 며느리가 전화를 안 했다고 한다.
나는 바로 아버지께 제가 전화드렸는데요?라고 말씀드렸다.
내 말은 그냥 묻혀 버렸다. 뭔가 마음에 안 드신 거다.
이사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전화도 없었다고, 병원에 갔다 왔는데 전화도 없다고, 한 말씀하신다. 어머니께서 내가 이제 영향력이 없다고 하시면서 아버지께 하소연하셨다고 한다.
나는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명절이 돼가는데 두 분 다 아파서 죽만 드시고 밖에도 못 나가시고 그러시니 우울하고 서운했던 거다. 챙겨주는 사람 없고 당신 손으로 죽도 끓여서 아버지도 챙기셔야 하니 말이다. 연세가 드시니 밥 차리는 것도 힘드셨을 것이다. 며느리가 자주 전하해서 안부라도 물어보면 좋겠다 생각하셨을 것 같다.
나는 어머니에게도 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얼마 전 친정엄마도 밥맛도 없고 힘도 없다고 이야기를 하셔서 근처에 사는 동생에게 엄마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라고 이야기했었다. 동생이 챙겨주는 걸 드시고 엄마도 기운을 차리셨다. 엄마는 며느리에게 전화하지 않으신다. 물론 제일 어리고 할 줄 아는 것이 없기도 하고 엄마는 시어머니라고 일부러 더 안 하신다. 편한 딸에게 전화해서 필요한 이야기 아니면 적적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다.
시어머니도 딸이 있으면 전화도 더 자주 했을 것이고 이것저것 챙겨주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집에는 아들들과 며느리들밖에 없다.
내가 시집와서 시댁에 살 때 시어머니께서 내 앞에서 하신 말씀이 있다.
며느리는 며느리고 딸은 딸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네!라고 대답했었다.
나의 오해일 수는 있으나 어머니는 며느리여서 만은 아닌 편한 시어머니는 아니시다. 그래서 말이나 전화는 한 번이라도 덜 하게 된다. 그것을 아셔야 할 텐데 말이다.
손아랫동서는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시어른을 향한 미움도, 서운함도 안 가지려고 노력하고 내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 중이다. 힘에 부쳐도 내가 할 건 다 해야 마음이 놓인다. 그것이 내가 할 몫이고 불화가 없게 하는 일이다.
이런 말 하면 다 그런 거라고 할지 모르겠다.
당신들은 챙김을 다 받으려고 하시면서 며느리 생일 한번 챙겨주지 않으신지 말이다.
결혼생활 20년인데 시어른들은 내 생일상? 또는 밥 한번 사주시지 않으셨다.
분가하고 첫해 시어머니께서 전화 한번 해주신 것이 다이다. 그 뒤로 내 기억에 없다.
날 생각해 주시는 시아버지도 마찬가지 시다. 그 무엇도 날 기념하는 것 없는 시댁이 나에게 많은 걸 알아야 한다고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20년 동안 한 걸로도 부족한가 보다.
그런데 어쩌나! 나도 이제 나이 먹어서 그나마 지금이 피크이고 이후에는 못할 것 같은데 큰일이다.
이번 명절에는 서로 다른 서운함이 돌았다.
누구의 서운함이 클까?
시아버지, 시어머니, 아들, 며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