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주제 바람
1) 지하 속
낙오자, 그래! 낙오자이다. 이 어둡고 축축하고 깊숙한 방에 갇힌 나. 물론! 스스로 갇혀있는 것이다. 왜냐고? 나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없고 남들에게 버림받은 낙오자이니깐! 이 지하 깊숙한 곳에서 나는 수년, 아니 수십 년간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필요하지 않기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기에 스스로 격리한 것이다.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저주를 퍼붓던 자들이여! 스스로 이렇게 갇힌 모습을 보니 어떤가? 만족하는가? 당신들이 이렇게 만들었다. 아니 그대들이 이렇게 나를 깊숙한 지하로 넣어주었다.
나는 죄인이오 평생을 이 깊고 어두운 방에 갇혀 있어야 한다. 나는 사람들을 괴롭혔고 사람들에게 버림받았고 모두들 나를 싫어하고 나는 모든 것을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괴롭힘이었고, 내가 그들이랑 멀리 떨어져 있던 것이 버림받은 것이었고, 내가 한 모든 행동이 실패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에서 썩어야 한다. 아니? 썩는 것도 이상하다. 나는 죽어야 한다. 사회에서 공기만 소비하는 이런 몹쓸 자가 살아있어야 할까? 아니다! 나는 죽어야 한다. 죽는 것이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구나!
하지만, 그러나! 내가 남들에게 버림받고 싶어서 버림받아진 것인가? 내가! 그들에게 처음부터 다가간 이유가 그들에게 버림받고 싶어서 한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누구보다 그들이랑 친해지고 싶었고 가까워지고 싶었고 낙오되기 싫었다. 노력을 했다.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못난 것을 알기에, 내가 부족한 것을 알기에 내가 남들이랑 덜 떨어진 것을 알기에 나는 노력했고 나는 그렇게 하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내가 개과천선 하는 것이 아니라 도태되어 사라지는 것을 원한 거였구나!
내가 이사실을 20살 때까지 몰랐다. 나는 내가 개선하면, 내가 바뀌면 정상인이 될 줄 알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나는 그냥 평생 도태되는 자이고 평생 동안 쓸모없는 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행동은 헛수고였다.
그래! 그래서 나는 이 밑바닥에 있다! 루저! 외톨이! 나는 그런 사람이다. 평생 동안 루저인 사람. 극언이 나다!
나에게 손가락질했던 그대들이여 내가 이렇게 절망하는 모습을 원하는가? 한 사람이 망하는 모습을 보니깐 어떤가? 행복한가? 막 짜릿한가? 막 진짜 쾌감, 도파민이 도는가?! 당연히 그러겠지!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이거 아니었나? 나는 그대들이 원하는 모습을 실현시켜 준 고마운 존재이다! 하하! 정말 행복하다! 정말 유쾌하구나.
아니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바람을 실현시키고 싶지 않구나. 내가 왜 이렇게 낙오되어야 하는 것인가? 이건 억울하다. 나는 나갈 것이다. 이 밖으로! 멀리멀리! 사람들을 향해서 나갈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인생이 아니니깐, 나는 단순히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이 나의 꿈이었고 나의 목표였으니까. 그 순수하고 작고 작은 목표를 그대들이 어찌 건들겠는가? 난 할 것이다. 아니? 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꿈이고 목표니깐!
2) 외출
입을 것이라고는 이 쓸모없는 다 날고 낡은 재킷 밖에 없구나. 하하! 내 인생이로구나 내 인생도 이렇게 처참히 무너진 것일 텐데 어찌 옷까지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나! 너무 재밌구나, 유쾌하구나. 낙오된 옷이여 그대는 나와 함께 하겠는가? 하하! 너도 싫다고 말하는구나 나에게 “그래”라고 말하는 자는 아무도 없구나! 그래 알겠다 너를 입고 나갈 것이다. 왜냐고? 내가 그러고 싶으니깐!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고 싶으니 하는 것이다! 나도 그러고 싶으니깐! 나도 내 맘대로 행동할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저 낡은 가죽을 발에 신겨야 하는 것인가 어찌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인가
이것이 내 운명이로구나! 짜릿하다.
나가자, 멀리멀리 나가자 이 나 같은 버림 밭은 재킷을 입고. 멀리멀리 나가보자 밖으로 나가보자!
3)
하! 나가자마자 나를 가로막는 것이 있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강한 저항은 무엇인가, 바람이라는 것이구나!
그래, 그래! 세차게 불어라 나를 날려버릴 정도로! 그냥 내 옷을 다 찢는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불어라! 나는 저항할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들어와라 그냥 나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한번 해보거라 모든 것에게 패배한 내가 너한테도 패배할 테니 한번 들어와 봐라! 강한 바람이 내 옷사이사이를 덮쳐와 내 옷을 가져가도 나는 행복하다! 이것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패배해야 하고 낙오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아. 아니 바람아! 더 세차게 불어라 더욱더 세게 불어서 나를 그냥 죽일 듯이 날려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