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파도,그림,
길고 긴 폭설이 설운을 덮쳤다. 사업의 부도라는 뻔한 이야기로 속세라는 것을 버리고 강원도 어느 시골짜기에 섬처럼 고립된 곳에 자신의 집을 만들어 홀로 생활한지 3개월만에 찾아온 첫 겨울이자 첫 시련. 강원도 폭설은 정말로 매서웠고 날카로웠다. 설운이 힘들게 만든 나무 집의 천장을 뚫을 정도로 강력했다.그래도 설운은 포기 하지 않고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즐겼다. 속세에서 자신이 겪은일보다는 덜 차갑고 날카로웠으니.
눈이 다 그치고 설운은 천천히 지붕을 재정비를 했다. 주변에 죽은 나뭇가지들을 모으고 보수공사를 했다.그러고는 자신이 만든 집안으로 들어가 가져온 공책과 볼펜으로 천천히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삶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갈려고,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했던만 결국에 실패하고 사람들이 말하더 거지꼴이 된 내 인생. 내인생은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인가.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던 것일까. 나? 내가 무엇을 했다고 이렇게 시련을 겪어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속세에서 벗어나 이렇게 산수에서 홀로 갇여있으니 너무 좋구나’
설운은 복합적인 감정을 글로 표현했다 속세에서 살면서 느꼈던 다양한 힘듦과 고통들을 느끼면서 결국 이렇게 산수에 온 것을 후회하면서도 동시에 산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속세에서는 전혀 느낄수 없는 여유로움과 고독함은 그를 즐겁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계속 한가지 의문이 던져졌다. ‘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남들은 이렇게 해서 성공해서 멋진 가정 꾸리고 그러는데 자신은 왜 실패를 해서 가정을 망가트리고 평생을 함께 하겠노라 했던 부인을 잃고 이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칠수 있겠구나 했던 아이를 고아원에 보냈다는 점에서 설운은 자신에게도 실망했고 세상에게도 실망했다.
‘사필귀정! 사필귀정을 믿었더만, 나에게는 왜 이런 시련이 있는 것일까. 온전히 나의 탓이라고도 어려운 사업의 부도가 내가 사장이라는 이유로 모두 나에게 떠넘겨지고 나는 그로 인해 지난 40년간 노력했던 모든 것을 잃었는데, 무엇이 사필귀정이라는 말인가? 세상은 어찌 이렇게 잔혹할수 있는 것인가. 참으로 억울하고 괴롭다.’
설운은 인과응보,사필귀정등 열심히 산다면 늘 보상이 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사업을 하던 그에게 찾아온 것은 금융위기라는 자신이 어떻게 감당하거나 대처할수 없는 시련이였고 그 시련으로 인해 설운의 가세는 그의 산속의 집처럼 처참하게 무너졌다. 자신이 무너진 것, 자신이 이렇게 실패한 것은 그래도 어느정도 감당이 가능했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아내가 힘들어지고 딸의 학원부터 해서 모든 것을 다 그만두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미안해서 죽을 지경이였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방법은 회피었다. 가장 추하고 가장 부끄러운 짓이었지만. 설운은 알고있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 더 이상 남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해야지 자신이 버틸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글을 한자 한자 적으며 세상에게 화풀이를 하다보니 해는 중천으로 뜨기 시자했고 그는 집에서 나와 산을 천천히 걸었다. 처음에는 눈을 치워야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괴로웠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흔적을 남겨주는, 곁에서 흔적을 남겨주는 존재가 눈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내 눈을 좋아하게 됐다. 눈이 너무 좋았다. 자신이 계속 피하고 다니던 그 우뚝 솟은 나무를 계속 흔들면서라도 그는 눈을 즐기고 있었다.그렇게 한발자국 한발자국 걸으면서 자신도 점점 눈에 동화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다가 눈으로 가려진 자신에 덫에 발이 들어가 넘어진다.
“이런 젠장! 기껏 눈을 좋아했더만 막상 눈 때문에 내가 만든 덫에 내가 걸려 내가 다치는 구나. 어찌 나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것인가.”
혼잣말을 중얼 거리면서 앞으로 계속 나갔다. 그렇게 걷다가 바닥을 보니 자신의 발 사이즈에 절반도 안되는 크기의 흔적을 발견했다. 저 발자국은 누구의 발자국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숙여 발자국을 보았다. 가운데에 큰 원이있고 그 위에 작은 3개의 원이 일렬로 배치되어있는 발자국. 설운은 그 발자국을 천천히 따라갔다.
작은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그것 흔적이 사라진 시점에서 뒤를 돌아 자신이 걸어온 흔적을 보았다.고개를 돌려 봤을 때 그 흔적은 과거 자신이 어린 딸이랑 같 겨울 산을 같이 동행했던 흔적과 닮아있었다.
‘속세를 벗어나도 결국에는 속세 생각이 계속 나는구나 .40년을 그 곳에서 보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 하지만 다시 돌아갈수는 없다.’
다시 돌아간다면 무슨일이 있을지도 몰랐고 어느 누구도 자신을 맞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다시 앞을 보았을 때 한 소리가 설운의 귀를 강타했다. 찰랑찰랑한 무언가 일정하게 부딫히는 소리. 그는 그 소리를 무작정 따라갔다.
그와중에 땅에 쌓여있는 눈은 계속 그의 발을 먹을려고 했고 설운은 최대한 발을 들면서 피하고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나무를 해치고 더 이상 갈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절벽에는 멀리 노란 모래들이 가득한 백사장이 보였다. 3개월만에 처음보는 바다. 그리고 그러면서 보이는 파도들, 정처없이 그저 파동에 의해서 움직이는 파도와 그것에 맞서는 바위를 보면서 설운은 많은 생각을했다.
‘저 파도들은 무슨 목적을 이룰려고 저렇게 열심히 움직이는 것일까. 정처없이 저렇게 움직인다고 해서 과연 무엇이 도움 될까. 그런데도 누구보다 열심히 잘 움직이고 있구나. 참으로 아무생각 없어보이구나.’
‘아무생각없어보인다‘라는 생각은 순간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세상은 저렇게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일까. 내가 방금 덫에 걸린 것, 사업이 망한 것,가정이 무너짓건, 이것에 이유라는 것은 없는 것인가. 내가 지금까지 유치한 생각을 했던거 일지도 모른다. 내가 개미가 싫어서 그동안 개미를 밟고있었나? 전혀아니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어쩌다 보니 개미를 밟은거 일지도 모른다.세상도 그런것일까. 나에게 아무도 관심이 안가지고 있는 것일까...‘
허무하다.라는 감정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그리고 자신의 숙소를 가서 그는 공책 한페이지를 뜯어내 가족그림을 그린다.
졸라맨처럼 생긴 그 가족그림과 그 뒤에 있는 마당있는 정원집, 단지 사람이라는 것으로만 인식되기만 할 뿐인, 그냥 집으로 보이는 한 구조물이 있는 그 그림은 참으로 어설펐다.
하지만 그 그림은 그 남성에게는 무엇보다도 더 가치있는, 40년의 속세를 표현한 그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