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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만 19세가 무작정 글쓰기

글감:보조배터리 계단 구름


“15퍼센트 절전모드로 전환됩니다”

밖에서 울리는 알람중에 경찰서에서 온 메세지 다음으로 가장 무서운 알림이 울렸다. 지하철안에서 보조배터리도 안챙긴 나에게 갑자기 이런 시련이라니! 지금 이렇게 재밌는 영상을 보고있는데 배터리가 없다니! 이것은 분명히 무언가 잘못됐다. 지하철을 앞으로 1시간이나 더 타야하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아까전에 지하철역을 내려가면서 편의점에서 보조배터리를 사는 것이었는데 내가 너무 멍청한 짓을했다.

14퍼센트.... 13퍼센트… 10퍼센트… 내 모든신경은 핸드폰 액정안에서 천천히줄어들고 있는 배터리 숫자에 집중된다. 핸드폰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뭐하지 라는 생각부터 바로 학교를 가면 바로 충전부터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온갖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치면서 더이상 핸드폰은 나에게 재밌는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아닌 불안감과 걱정을 만들어주는 수단으로 변했다 핸드폰을 끄고 나는 이어폰을 꽂아 노래만 듣기로 한다. 최대한 핸드폰의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해서 내가 내린 최후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노래를 들었을까, 신나는 노래를 들어도 나는 핸드폰 배터리를 생각하면서 긴장감을 놓치를 못한다. 그리고 30분정도 지났을때 핸드폰은 조용히 꺼졌다.노래가 끊기고 들리는 것은 사람들의 움직임과 열차 소리만 들리는 시점이 왔을 때 나는 비로소 핸드폰이 수명을 다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30분동안 내가 선택한 것은 그냥 앉아있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죽은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어떤사람들이 있나 보고 모두들 무엇을 하나 구경하는 것이 전부였다. 생각보다는 재밌던 순간이었다 모두들 고개를 숙여 핸드폰만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자세는 모두들 동일했다. 마치 공장에서 막 제조된 로봇들이 이송되는 것 마냥 사람들은 똑같은 자세로 핸드폰을 보면서 지하철을 타고있었다. 나도 방금전 까지 그런 세상에 있다가 내 의지가 아닌 핸드폰의 배터리 때문에 그 세상에서 벗어난 것을 생각해보니 기분이 참으로 묘했다. 그런 와중에 가끔 보이는 책읽는 사람들 혹은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괜시리 동질감이 들었다. 저사람들은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신기함? 두려움? 아니면 아무관심도 없을까 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덮쳐왔다. 물론 오지랖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지 지루하다면 지루하다고 할수있는 핸드폰 없는 지하철 안을 버틸수있었다.

핸드폰이 없어 오직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지하철 안내음이었다. 앉아서는 잘 안보여서 고개를 최대한 타조마냥 내밀면서 어느역인지 찾고 얼마나 남았는지 대강 계산할 때 쯤 안내음이 들려왔다.

“이번역은 운구역입니다”

핸드폰만 보고있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 열차를 나와 개찰구를 지난다. 다들 핸드폰을 들고가면서 보고있지만 나는 그런거 없이 그저 정면을 의지한채 천천히 앞으로 나간다. 그렇게 화장실을 지나고 출구에 들어와 천천히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서 나는 따스러운 햇빛을 보게된다. 그리고 지금까지 항상 액정을 보느라 마주치지 못한 고요하고 느리게 움직이는 구름들을 보게된다.

“참으로 아름답다”

나는 이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래 핸드폰을 가방안으로 넣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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