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는 일 중독자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이 회사로
이직을 한 케이스인데
사업가로서의 일머리와
대단한 인사이트를 가진 사람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인의 일 욕심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니
그 결과는 항상 좋을 수밖에.
능력을 알아본 임원은
그에게 힘을 실어 줬고
그 덕에
걸림돌 없이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들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인사이트가 워낙 훌륭한지라
손대는 족족 대박이었고
그 모든 것들은
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니
그를 이끌었던 임원은
사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그는 젊은 나이에(남편보다 1살 많다)
초고속 승진으로 상무가 된 것이다.
상무는
본인의 일머리를 잘 알고 있었고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기에
정말
이 회사의 주인인 것처럼
모든 시간과 건강을 바쳐 일을 해댔다
그러면서
직장 내 정치질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는데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싸워 대며
쟁취 한 덕에
싸움닭으로도 유명했고
바로 이 점이
아랫사람들에게 먹히는
한 방이었다.
본인이
정치질에 치를 떠는 입장이다 보니
자신의 아랫사람들이 당하는
부당한 것들에 대해서도
대신 싸워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윗사람들 중에는
상무를 찍어내려고
벼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런저런 덫을 놓아도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니
손을 댈 수가 없었고
그의 성과는
사장과 회장의 이름으로
신문에 도배가 되니
더욱더 건드릴 수 없는 존재,
오히려
잘한다, 잘한다 떠 받들어 줘야 하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그런 존재가
부하직원의 부당함에 맞서
대신 싸워주니
얼마나 든든했겠나.
또 한 가지,
부하직원들이 그를 따르는 이유는
지연, 학연 없이
일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을
쫙쫙 끌어준다는 점이다.
본인의 일 능력이
워낙 출중하다 보니
그것을 받쳐줄 직원을
늘 필요로 했었다.
그래서
잘한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일을 몰아주고
그것을 해내면
자기 것으로 가로채서
입 싹 닦는 게 아니라
거기에 맞는 보상(연봉이든 진급이든)을
철저하게 내려줬다.
그렇게
고난도 업무로 단련이 되니
그 직원의 능력은 레벨업이 되어
또 더 좋은 포지션을 갖게 되는
선순환이었다.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을 찍어내는 사람.
그러니
그와 함께 일하고 싶고
그의 눈에 들고 싶어 안달이 난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
하지만
그러한 점이 적을 만들어냈다.
무조건 일 중심으로
일 능력만 고려하기에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직원이 있으면
폭언도 서슴지 않았고
잘할 때까지 스파르타식이었다.
요즘 같은 직장 분위기에서는
좀 위험하다 싶을 정도??
그래서
그를 욕하거나
두려워 피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다행히
우린 그를 따르는 쪽이었다.
남편은
기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남들 본사로 지원해서
하얀 셔츠 입고 출근할 때
본인만 현장으로 지원해
작업복 챙겨 출근하는 사람이었다.
인력난에 허덕이던 현장이라
남편은
온갖 일들을
케어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배운 일들이 쌓이고 쌓여
잔뼈는 통뼈로 클 수 있었다.
대리주제에
부장급 회의에 들어가
맞다, 아니다 지적질하고 나오는
성질머리까지 갖춘
쌈닭.
쌈닭은
쌈닭을 알아보는 건가.
상무는
현장 업무경험이 많은 남편을
마음에 들어 했고
우리는
그 사랑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지.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상무는
상사로서 믿고 따를만한 사람이었고
일 능력 미쳐버린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주재원을 나와보니
상왕은 따로 있더라.
바로 그의 와이프
사모.
그렇게
회사에서 칼부림을 하던
그 카리스마 장군은
사모 앞에선
온데간데없이
그냥
동네 옆집아저씨가 되어 버리는.
사모는
상무가 아무 생각과 의도 없이
말해주는
회사 이야기들을 들으며
회사의 이일 저일,
이 사람 저 사람에 관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누가, 어떤 일이 남편에게 이롭고
남편이 어떻게 처신해야
안전한 지에 대해
계산이 다 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사모는
상무의 몇몇 부하직원들이
미국으로 출장을 나올 때마다
집에 불러 밥을 해 먹이면서
개인적으로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도 했었는데
이런 관계가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지경
(주재원 직원의 집사노릇)으로
확대되는 부분이 있었고
이 점이
내가 생각하는
이 부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사모는
말빨이 정말 끝내주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촉이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꿈도 잘 맞는 사람이었기에
시간이 갈수록
내가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일들이 생겨버리기도 하니
희한하게
사모의 말은
이유 없이 믿게 되었다.
나도 이러한데
같이 사는 상무는 오죽할까.
사모는
자신이 가진
사람 볼 줄 아는 눈으로
상무를 내조하고 있었다.
그 조언 혹은 참견을
호락호락
다 듣고 있을 성격의 상무가
아니라는 걸
사모는 잘 알기에
강약을
기가 막히게 조절하면서 말이다.
그것을
내가 나쁘게 보지만은 않은 건
사모의 1차 목적이
회사일과 인사에
관여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남편을 지키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워낙에
위아래로 적이 많은 상무인데
마음 약한 부분이 있기도 한
사람이기에
혹여나 그 점을 이용해
뒤동수 때리는 인간이 있을까 봐
그걸 잡아 내기 위함이고
미리 경고를 하기 위함 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바로
유 과장 같은 사람 말이다.
온갖 딸랑이를 흔들며
형님, 누님 하면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다가
간신이었던 게 탄로 난
그 유 과장 말이다.
사모는
다신 어울리지 말아라
부탁하거나, 타이르거나
화를 내며 소릴 지르기도 했지만
상무는
본인 앞에서
한 없이 불쌍한 척을 하는 유 과장을
몰래몰래 만나고 있었던 것.
그리고
거기에 한 술 더 뜨자면,
사모는
자신의 남편이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꼬여대는 똥파리들을 구별해
제거하고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붙여 놓기 위해
사람관계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주재원 부인들이
하나 둘 알게 되면서
그렇게들
사모에게 어필하고자 애를 썼던 거다.
물론 나도 그렇고.
사모의 입김하나로
상무 쪽 사람이 되면
상무는
큰 프로젝트를 맡길 것이고
그에 대한 보상은 물론이거니와
그 결과물들이
내 남편의 커리어가 되는 것이니
나라고 뭐 별 수 있겠나
내 남편이
이 개천에서
용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발로
이 내조 전쟁에 참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