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다고요??"
"응, 그렇다니까"
심심하다 말하는 사모 집으로
차를 마시러 놀러 갔다가
새로운 주재원이 또 나올 거라는
뉴스를 듣게 되었다.
그것도 두 집이나 말이다.
사모는 언제나
최신 정보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채널이었다
그 덕에
이 회사를 다니지도 않는 내가
수년째
뼈를 갈아 넣고 있는 남편 보다
항상 소식이 빨랐지.
그것도
고급 정보들로.
새로 나오는 두 직원 중에
먼저 나올 직원은
이차창으로
남편과 직급은 같지만
나이가 2살 많았고
상무보다도 많은 나이였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사람인데
국적이 독일로 되어있다고 했다.
"그래서,
와이프도 독일에서 만난 거잖아"
"그래요?!
근데 어떻게 그런 걸 다 아세요??"
"예전에
벨기에에서 같이 주재원 했었어"
상무는
미국으로 발령 나기 전
벨기에에서 2년 정도
주재원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곳에
이 차장도 있었다는 뜻인 거고
이 차장의 부인과도 잘 안다는
뜻일 터.
아니,
주재원 나오는 게
이렇게 밥 먹듯 쉬운 일인 건가.
원래는
형평성을 고려해서
자격자에 한 해 돌아가며
기회를 주는 것인데
벌써
우리 집 포함 3집이
두 번째 주재원 생활인 거다.
"그럼,
그 집 와이프랑 서로 잘 아시겠네요.
친하셨어요?"
"누구?
J??"
사모가 단번에
이 차장 부인의 이름을 말하기에
순간
친했구나 싶었는데
그 뉘앙스는
좀 갸우뚱했다고나 할까.
"그땐 그냥 두어 번 봤나?!
그러고 말았어.
근데
사람들이랑 잘 못 지내더라고.
걔가
말로 다 까먹는 스타일 이거든.
여기저기 말 다르게 하다가
걸리기도 하고,
뒷말도 잘하고.
애가
생각이 모자라서 그러는 거지
사악해서 그러는 건 아니니까
그냥 그러고 넘겼는데
이젠 좀 조심하겠지"
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다.
생각 없이 나불거리다
사고를 쳐도
본인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적반하장의 부류.
없는 말
만들어내고
여기저기 말 옮겨서
흙탕물 만드는 부류.
사모와는 전혀 다른 부류다.
함께 주재원 생활이 겹쳤다고 해도
친해질 수가 없는 결인데
왜 감싸주는 느낌이지..?
"남편은
또 누가 나온다는 얘기 없었거든요.
이 사람 잘 모르나 봐요"
"아,
나오는 거 급하게 정해졌어.
지금 벌써 짐 보냈을걸??"
이 회사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뭔가 절차 없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그대로 내색하진 못하고
이 차장님이란 분은
독일국적에 경력직이라더니
인재신가 보다며 헛소릴 뱉었더니
사모가 찡그리며
고개를 살살 흔들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
"사실은 J가
나한테 계속 부탁을 했었어~
그 집 큰애가 한국 적응 못하고
학교를 두 번이나 옮겼거든
나한테 계속 전화해서
언니언니 하면서
지 애 좀 살려달라고 그러는 거야!
한국에 못 있겠다고
미국으로 나가게 해 달라고"
벨기에에서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상무가 되어
미국으로 발령받아 나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J는 사모에게
수시로 전화를 한 거였다.
그리고는 아이 이야길 하면서
자기네도 미국으로 빼내 달라고
부탁을 한 거였고
사모는
자신의 외아들도 왕따를 당해
힘들었던 과거가 있는지라
그걸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참, 눈물 나네.
눈물 나.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누구에게는
간절히 기도 해도
잡을 수 없는 기회일 텐데
이렇게
전화로 사정하면 되는 일이라니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뭐라 반응할 수가 없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회사에서 정치질을 하는 건가.
전화 몇 번에
주재원을 따내는 거라면
작정하고 하는 정치질로
얻어지는 콩고물은
내 상상을
초래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들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
일만 하는 건
등신인 세상이었네.
그럼
도대체 내가,
내 남편이 놓친 콩고물은
몇 톤인 걸까.
심지어
상사에게 부탁한 것도 아니고
그 부인이게 한 부탁이었다.
그게 먹혔다니
구멍가게 맞네 이 회사.
그러니
원하는 게 있다면
간절히 기도할 생각 말고
최대한 연줄을 잇고 이어서
부지런히 전화를 넣으라는게
그날의 교훈이었다.
어이없는 현실에 화가 났지만
한 편으론 주먹을 쥐게 되더라.
그 부탁을
현실화시켜 준 장본인이
내 앞에 있는 거네?
그럼
이걸 기회라고 불러야 하는 거지?
나 지금 동아줄 잡은 거지??
"그분,
사모님한테 잘하셔야겠다~
근데
그러다 여기에 와서도
말 실수 하고 다니면 어떡해요.
이렇게 배려해 주셔서
발령 난 건데
사모님 얼굴에 먹칠하지 않게
잘 지켜보셔야겠어요."
"괜찮아,
내가 J약점을 잘 알거든.
걔 정신 못 차리고 나한테 실수했다간
큰일 나는 거야"
이건 또 뭔 소리냐.
아니 도대체 무슨 관계인 거야?!
이렇게 빼 내 줄 정도면
둘이 친한 거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