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는
내 앞에서 말을 아끼는 듯하더니
오래가지 못하고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나를 믿어서
저렇게 얘기를 흘리는 건지,
본인이 답답해서
에라 모르겠다 인 건지.
이 차장의 부인 J는
피아노 전공자였는데
소질이 있어서 선택한 건 아니었고
대학을 가기 위해
선택한 전공이라 그랬는지
재수 끝에
지방 전문대에 입학할 수 있었는데
본인도
자신의 학력이 불만족이었기에
독일로 유학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한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세요?
본인이 그렇게 다 말해요?? "
"응,
근데 걔 유학한 거 아니다!
그리고
유학은 거짓말이었다는 걸
내가 안다는 거 자체를
J는 몰라!
웃기지?!"
사모는
인맥이 정말 어마무시한 사람이다.
가만
얘길 듣고 있으면
정말
별의별 사람이 다 나오고
이래저래
알게 된 사람이 엮이고 또 엮여
다른 인연이 만들어지니
모두 다 이으면
지구 한 바퀴는 거뜬할 거라고
농담할 정도인데
그 농담을
고개 끄덕이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맞장구 칠 정도랄까?
사모의 학창 시절 친구 중에
공부면 공부,
예체능이면 예체능
모든 것에 뛰어난
쌍둥이 자매가 있었는데
둘 다 악기를 전공해서
쭉쭉 잘 나가더니만
독일로 유학하고
교수까지 된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마침
또
그 쌍둥이 중 한 명은
피아노 전공.
J가
독일에서 피아노 유학을 했다고
사모에게 말하자마자
사모는
내 친구도 독일 유학을 했었다며
이름을 말해 줬더니
J는
사모 친구를 단번에 딱 알더란다.
아니 어쩜 이렇게 연결되냐며
같은 독일 학교에서
같이 공부했던 거 맞다고
말했다 한다.
"그 쌍둥이들이 워낙 유명했어.
예체능 판에서는
잘한다고 유명한 애가 있으면
그 애 이름을
그 판에 있는 모든 애들이
알게 되잖아!
학교가 달라도
콩쿨이니 뭐니 해서
이름이 나니까 말이야.
또,
J랑 나랑 나이대가 비슷한데(1살 차이)
J가 그 쌍둥이를 모를 수가 없지"
그런데 하나 이상한 건,
J가 사모에게
자신의 이야기는
그 친구에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
"내가 그런다고 안 하겠어?
당장 했지!"
역시,
이게 바로 사모지.
"뭐래요? 안대요??"
"아니,
그때 한국학생 몇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이름 본 적이 없대더라!
걔가 교수도 했었으니까
혹시나 해서 기록을 찾아 본거야.
그런데 그런 이름이 없고
단기 연수과정에
그 이름이 있더래!
그게 어떤 건지 알아?
신청만 하면
돈 받고 아무나 시켜주는
한 달짜리 단기 연수야!
유학이 아니라고!!"
와...
어이없음.
눈만 껌벅껌벅.
저런 거짓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뱉고 다니는 여자나,
그걸 집요하게 파고든 여자나.
와.. 대단들 하다 정말.
"그렇게 유학한답시고 가서는
거기에 있는
한인교회를 또 다닌 거지.
그래서
거기서 지 남편 만난 거잖아.
근데 출석체크도 없고
하루 반나절만 하는 연수를
J가 열심히 다녔겠어?
걔 성격에??
가서 연애질만 한 거야."
그 둘의 연애는 결혼으로 이어졌고
그 남자는 한국에 들어와
어느 회사에 취업해서 다니다가
내 남편의 회사로 이직한 후
외국어를 잘한다는 이점으로
벨기에에 주재원으로 갔다가
상무, 사모와 연이 생긴 것이었다.
어떤 여자인지 뻔히 알면서
옛 인연을 빌미로 하는,
질질 짜는 전화 몇 통화에
마음 약해져
주재원 티켓을 발급해 준 건 뭐고
그래 놓고서
뒤통수를 보며
벼르고 있는 건 또 뭐냐.
난 모르겠고
둘 다 보통 정신은 아니라는 것만
알겠더라.
차 마시러 가볍게 갔다가
공짜로 보여주는 영화 한 편
잘 봤고
공짜로 들려주는 소설
잘 들었네.
지금껏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스릴러,
서스펜스,
미스터리 한 편.
그 후속작에
내가 등장하게 될 줄이야.
그때는 몰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