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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도화 Oct 17. 2024

장기연애는 숙취를 동반한다.

그리고 숙취에는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연애를 마친 한 지인이 내게 고민상담을 해왔다.


"언니...나는 이제 앞으로 연애는 못할 것 같아. 평생 혼자 살아야겠어"


이렇게 답해줬다.


"야 그 말은 <나 다시는 술 안마셔> 하고 똑같은거야"


너 술 왕창 마시고 다음날 하루종일 숙취 때문에 고생해봤지.

그리고 친구들한테 말했지? <와 또 다시 술을 이렇게 마시면 내가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 멍멍.>


그런데 너 있잖아.

 2주 뒤에 또 신나서 술자리 나갔지? 그리고 또 흠뻑 취해 드러누운 적 있지?


그리고는 또 생각하지.  

<와 이번에도 미친듯이 소맥을 먹고 뒤져버렸군....>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앞으로는 정신차려야지.. 절제 해야지... 자제해야지.... 

<누가 나 술마신다 하면 좀 말려 좀!!>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너는 다음에도 술을 왕창 마시게 될 것이야....




연애라는 것이, 특히 장기연애라는 것은 숙취를 동반하더라,


어쩔 수 없이 남는게 있어. 연애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치고 닭살 돋는 그 시기.

마치 소주를 3병 먹고 난 다음날 아침 생수에서 쓰디 쓴 소주향이 나는 것 처럼 말이야.


다시는 연애를 못하겠다. 나는 연애와는 담을 쌓고 살겠다 라고 말하지? 

그런데 그거 언젠가는 사라지더라.


숙취해소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

포카리스웨트, 약국에서 파는 특효약, 초코우유, 순대국밥, 뼈해장국 등등등


그런데 결국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이더라. 그냥 가만히 누워서 좀 쉬는 것.


지친 내 몸과 내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해보는 것.


숙취가 해소될 때 까지, 연애를 하던 상대방의 체취가 어느정도 옅어질 때 까지

우리는 결국 넉넉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야.


숙취가 남아있는 채로, 술을 다시 들이키면 여전히 술맛이 맛있을까?

오히려 더 씁쓸하기만 할거야. 헛구역질이 나기도 하고. 남아있는 숙취가 더 심해질 뿐이지.


그러니까, 너에게 오롯이 쉴 수 있는 기다림의 여유를 주렴.


그렇다면 언젠가 너에게 연락이 올테지.

 "언니 술한잔 할래? 나 소개팅 했는데 썰 풀어줄게 ㅋㅋㅋㅋㅋ"


그러면 난 기쁜 마음으로 널 응원하러 나갈테야. 


상쾌환을 2개 챙겨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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