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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여전히 백수입니다.

그러나 2024년 가장 잘한 선택도 백수입니다.

by 오늘 Dec 31. 2024

2024년 마지막 날까지도 저는 백수입니다. 


누군가는 이런 저를 안타까워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한심해 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부러워 할 수도 있겠죠. 근데 그 모든 건 다 남의 생각입니다. 어차피 제가 읽을 수 없는 영역이니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를 일입니다. 궁예가 아닌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죠, 얼마나 다행인가요.


어제는 유명하다는 철학원에서 사주를 보고 왔습니다. 딱히 종교가 있지도, 그렇다고 미신이나 사주역학을 맹신하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 심리 안정의 목적으로 찾곤 합니다. 모두가 마음 속에 스스로도 모르는 답을 가지고 있고 그 답에 확신을 받고 싶어하지 않나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입으로 그 답에 확신을 얻으면 용기를, 얻지 못하면 확신을 줄 또다른 누군가를 다시 찾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 타고난 사주에 잘 맞는 직업은 온라인 유통이라고 합니다. 

잘 맞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잘 버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25년은 직업이나 직장에 큰 변화가 있는 해라고 하네요. 제가 뭐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말을 들으니 좀 안심이 됩니다. 영원히 주저앉는다거나 직업운이 고약하다거나 왜 잘 맞는 직업을 팽개치고 나왔냐는 둥의 말을 들을까봐 내심 겁이 났었나봅니다. 근거는 없지만 왜인지 모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불안한 시장상황에 대한 피난 겸 요양을 당당하게 선언하고 회사를 나왔는데, 가끔 안부차 연락한 상사분들의 "너도 이제 좋은 소식있어야지" 라는 다정한 답장을 "너는 아직 암것도 안하고 안불안하냐"로 해석하는 걸 보면요. 슬슬 불안함의 씨앗이 자리를 잡고, 자격지심의 싹이 움트기 전에 안심할 수 있는 답을 들어서 다행입니다.


게다가 힘들었던 건 다 과거에 있다고 하니, 지나온 날보다는 남은 날이 더 괜찮다는 생각에 꽤 비싼 상담비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독한 운명론자 입니다. 어차피 운명은 다 정해져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운명에 도달하는 방법과 과정에서 찾는 의미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꽤 괜찮은 팔자라니, 그걸 살아내는 나만 잘 버티고, 잘 하면 잘 될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2024년 12월 31일, (구)이커머스 노동자의 올해 마지막 회고는

희망퇴직은 2024년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라는 겁니다.


내 사주에 그것도 나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믿고 나올 수 있을만큼 그 전의 나는 열심히 버티고 살았다는 증명이고 

그렇게 해왔으니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잘 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믿음이 있거든요.


내년엔 모쪼록 진짜 "희망"퇴직이었기를 증명하는 한해가 되기를.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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