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앞에서 조지 오웰을 떠올리다.

조지 오웰 <동물 농장>-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by 오늘

오늘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작년 12월 계엄선포를 도화선으로 탄핵된 대통령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뽑는 6월 대선. 투표종료 시점 투표율은 79.4%로 역대급 참여율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라고 한다.




지난겨울이 떠오른다.


한 번도 살면서 들어본 적 없을 것 같은 단어로 점철된 뉴스에 불안과 걱정으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 밤. 이제껏 정치에 대해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얘기 같아 큰 관심 없이 살아왔었는데, 그날 이후로 나와 전혀 무관한 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선거가 그렇겠지만, 이번 대선은 그만큼 여느 때보다 큰 의미를 가지는 선거이다.

이 시국에 맞춰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고민하다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어보기로 했다.




『동물농장』은 인간 존스가 운영하는 장원농장(Manor Farm)에서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던 동물들이, 꿈속에서 본 동물들의 유토피아에 대한 나이 든 돼지 메이저의 연설에 영감을 받아 인간을 몰아내는 혁명을 통해 동물들의 공화국을 세워 운영해 가는 이야기로 인간의 혁명과 권력, 선동과 지배 구도를 동물에 의인화하여 우화로 그려낸 대표적인 정치 풍자 소설이다.

동물농자이.png 조지오웰 동물농

초반부인 메이저의 연설 장면은 한국의 계몽 우화『금수회의록』과 매우 닮아 있다고 느꼈다.『금수회의록』에서는 인간의 부도덕함을 고발하며 동물들이 회의를 통해 인간을 재판하듯 비판한다. 비록 고전 문체라 읽기 쉽지는 않지만, 『동물농장』과 비교해 읽어보면 날카롭고 재미있는 통찰이 있어 비교하며 읽어볼 만하다.


우화는 인간이 아닌 대상에 인간의 언어와 관습을 부여하여 도덕적 교훈을 주거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다. 이 책이 기존의 우화와 다른 점은, 이솝우화와 같은 대부분의 우화들은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담은 결말을 보여주지만 동물농장의 결말은 그렇지 않다는 것. 뜨뜻미지근한 것이 오히려 더 섬뜩하고 인상 깊다.


동물농장은 러시아혁명을 모티브로 소련의 스탈린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좀 더 넓게 보면 독재정권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정치 풍자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역사에서도 독재의 역사는 있었고, 그 역사 안에서 벌어진 사건이나 다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노력들을 보고 배우면서 자란 세대로서, 이번 대선이 왜 6월에 급하게 진행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 책이 그저 돼지와 말과 개와 양들의 이야기라고 읽히지 않는다.


은폐되고 제한된 정보, 거짓말로 선동되는 기억의 왜곡과 몇 번이고 은밀하게 수정되는 7계명의 문장들,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른 집단을 모함하거나 착취하고 이용하는 모습들이 마치 뉴스나 신문을 보듯 현대의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이 생생하다. 1945년 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의 정치와, 아니 뭐 정치까지 갈 게 있나 사람이 모이면 생기는 회사, 모임 같은 단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빗대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대부분의 동물들은 무지와 무관심, 무조건적인 복종으로 쉽게 선동당하고 이용당하는데 군중의 무관심과 무비판적인 사고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너무나 섬뜩하게 나와있어서 경각심을 가지게 된다.


생각과 관점이 없는 무비판적인 추종이나 무관심,

그리고 편향된 권력구도와 자신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잘못된 정치행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로 오늘 읽기 딱 좋았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포기했다거나 특정 정당의 지역기반이라서 후보자에 대해 생각 없이 정당만 보고 뽑았다거나 하는 흔한 얘기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책이다.


돼지를 왕으로 군림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리석은 양이 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정치를 바라보고 생각해야 할까?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해설 관련 흥미로운 글을 읽었는데,

바로 동물농장의 첫 문장과 끝 문장에 대한 것이다.


동물농장의 첫 문장은

'장원농장의 존스 씨는'-Mr.Jones, of the Manor Farm-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러 혁명으로 "동물농장"으로 바꾸었던 이름을 그 혁명의 주인공 중 하나인 나폴레옹의 입으로 다시 "장원농장"으로 바꾸면서 건배사를 외치며 존스가 쓰던 집에서 혐오했던 인간들과 두 발로 서서 즐기고 있는 돼지무리를 창밖에서 지켜보는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비추며 이런 문장으로 끝난다.


'하지만 어느새 어느 쪽이 어느 쪽인지 분간하기가 불가능했다.'

-it was impossible to say which is which-


결국 돌고 도는 순환론적인 이야기.


그러나 한 때 유행했던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하는 마음으로

오늘 모두의 투표가 의미 있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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