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위한 최적의 환경

by 수정

솔직히 말하면, 우리 집에 나의 독서를 위한 완벽한 공간 같은 것은 없다. 나만의 방도, 책상도, 조명도 없기 때문이다. 가끔 크지는 않더라도 나만의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지금도 책을 읽는데 불편함은 없다.


나는 주로 주방의 식탁 구석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우리 집 식탁은 싱크대와 'ㄷ'자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움푹 들어간 공간이 바로 나의 자리이다. 오른쪽으로는 터져있는 공간이고 왼쪽으로는 선반, 앞쪽으로는 식탁이 연결되어 있다. 의자 하나가 딱 들어가는 크기이다. 여기에 앉으면 삼면이 나를 감싸고 있는 모양이 되기 때문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어떤 때는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마저 든다. 좌우로 세 뼘 남짓한 이 공간에서 나는 책도 읽고, 밥도 먹고, 글을 쓰기도 한다.


왼쪽의 선반 위에는 최대한 복잡하지 않게 꼭 읽을 책만 올려두려고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읽던 책이며 읽을 책들이 순식간에 쌓이고 만다.

책들이 아니더라도 각종 영양제며 커피머신, 전기포트 같은 소형 주방가전들로 짐이 하나 가득인데 자꾸만 널브러져 가는 책들을 보면 더 정신이 없어 보인다. 임시방편으로 플라스틱 책꽂이를 사다가 정리해 놓으니 그나마 조금 깔끔해졌다. 이 정도면 나름 훌륭한 독서 공간이다.

독서의 공간보다 내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주변의 소리이다. 무조건 조용해야 한다.

TV 소리, 대화 소리, 심지어 음악소리까지도 책을 읽을 때는 거슬린다. 어떤 사람들은 백색소음이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그냥 다 소음으로 느껴진다.


한 번 몰입하면 주변의 환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몰입하기까지는 소음에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카페에서 책을 읽는 것에 나에게는 익숙하지가 않다. 카페에서는 음악 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소리도 신경이 쓰인다. 내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볼 때면 그 사람의 책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처럼, 누군가가 내가 읽고 있는 책에 관심을 보일까 봐 혼자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향인인 나는 혼자서 카페에 가는 일도 거의 없거니와, 책을 읽을 목적으로 혼자 카페에 가는 일은 더욱 드물다. 기본적으로 카페에 오래 앉아있는 걸 못한다. 아무리 천천히 마시려고 해도 30분이면 내 음료는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그러면 더 이상 카페에 앉아있기가 미안해진다.


이렇다 보니 나에게 독서를 위한 최적의 환경은 언제나 고요하고 자그마한 우리 집 식탁의 구석자리이다. 그렇다고 이 공간이 나에게 모자라거나 초라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곳에서 책과 내가 만날 때면, 책은 언제나 나를 무한하고 다채로운 상상의 세계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나는 그 책 속의 세상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순식간에 가상의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독서를 위한 나만의 공간도, 책상도, 안락한 의자도, 조명도 크게 필요치 않다. 나에게는 무도 없는 혼자만의 시간에 머무는 이 작고 조용한 곳이 가장 넓고 만족스러운 최적의 독서 환경이다. 독서는 언제나 나의 완벽한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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