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를 읽다가 이런 구절을 만났다.
“너같이 많이 읽는 애는 언젠가 쓰게 된다. 애벌레처럼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되는 거야.”
이 책을 읽을 무렵, 나도 무언가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더욱 내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독가도 아니고, 다방면으로 책을 읽는 편도 아니다. 그저 재미로, 취미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위주로 읽는 사람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안에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움텄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학창 시절에도 그런 마음은 있었던 것 같다. 혼자 이것저것 끄적이기도 하고, 나름대로 시 비슷한 것을 쓰기도 했었다.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고 누가 볼세라 다 찢어버려 지금은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태교일기 비슷한 것도 써보았다. 그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들을 잊지 않고 기록하고 싶었지만, 꾸준히 쓰는 건 쉽지 않았다.
유행을 따라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블로그를 거쳐 인스타그램까지 개인 소셜미디어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과 나만의 감정들을 써오긴 했지만,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는 갈증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무엇이든 배우기 전에 관련 분야의 책을 훑어보고, 책을 통해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나는 글쓰기에 관한 책도 종종 읽었다. 그런데 그 모든 책들이 나에게 말하는 건 한 가지였다.
“그냥 써라! 그리고 많이 읽어라!”
혼자 고민하고 망설일 시간에 주저하지 말고 그냥 쓰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걸 실행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마음은 먹었지만 혼자서는 꾸준히 할 자신이 없어서, 블로그에서 본 온라인 글쓰기 모임 ‘단단 글방’ 모집글을 보고 무작정 신청했다. 그게 작년 9월이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말을 제외하고는 거의 매일 글을 써오고 있다. 잘 쓰든 못 쓰든,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신경 쓰지 않고 꾸준히 쓴다는 것에 의미를 두며 연습 중이다. 그 사이 운 좋게 브런치도 알게 되었고, 이곳에도 나의 글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있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몇 가지 좋은 변화가 생겼다. 전보다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자세히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저 읽기만 할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쓰는 입장이 되어 보니 조금 더 헤아려보게 된다. 공감의 폭이 더 넓어졌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이런 단어를,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며 더 깊게 읽게 된다.
또 하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나 일상 속 사소한 일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냥 지나쳤을 일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순간의 느낌을 기억하려 하며, 미세한 감정도 증폭시켜 기록해 보려 노력한다. 감정 표현에 서툴고 무뚝뚝한 나에게 이러한 노력들은 정서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나만의 글들을 보면, 작지만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느껴진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 글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내 머릿속에서만 맴돌다가 사라졌을 텐데.
어느 날 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써보고 싶었고, 그래서 쓰기 시작했는데, 그럴수록 더 쓰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고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글쓰기라는 것이 참 요상하기도 하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그게 무엇이든 실력이 늘거나 손에 익어 조금은 수월해지기 마련인데, 글쓰기는 쓰면 쓸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이렇게는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더 커진다.
이렇게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쥐뿔도 모르는 내가 뭘 쓸 수 있을까…
그러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고, 무엇도 쓸 수 없게 되었다. 쓰고 싶다는 마음조차 허황되게 느껴지고, 좌절감이 큰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래도 그냥 써본다.
어디선가 최소한 4, 5년 정도는 꾸준히 글을 쓰는 게 기본이고, 좌절하려면 10년 정도는 써봐야 한다는 글을 봤다. 그 말을 희망 삼아 뭐라도 쓰고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지금과 똑같을까 봐 무섭기도 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기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기를, 사는 동안 꾸준히 즐기는 취미처럼 나의 글쓰기도 그렇게 지속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