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사 본 원서는 윔피 키드 다이어리였다. 어디선가 그 책이 재미도 있고, 원서 읽기 초보자가 시도해 보기에 적당하다고 추천한 글을 본 적이 있어서 무작정 샀던 것 같다. 남들에게는 쉬울지 모르겠지만 원서가 처음이었던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책을 읽는 건 좋아하지만 학창 시절에도 영어를 싫어했었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영어와 담을 쌓고 살아온 나에게는 기본적인 책조차 어려웠다. 결국 며칠 못 가 그만두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영어로 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소망은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도전했던 건 해리 포터 시리즈였다. 모든 시리즈를 영화로 봤기 때문에, 책을 읽는 데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도전해 봤다. 아이들도 많이 읽는다기에, ‘그럼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또 책부터 덜컥 샀다.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영화 해리 포터의 기억을 살려가며 읽어보려 했지만, 영화와 책은 달랐다. 영화에서 5분이면 끝나는 장면을 책으로 읽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절반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자리만 차지하는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끝까지 읽지 못하고 자꾸만 중단되다 보니 마음이 답답해졌다. 내 의지가 부족한 탓이었을까, 방법의 문제였을까. 처음 의도는 ‘내가 좋아하는 책도 읽으면서 영어와도 친해져 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도전을 반복할수록 ‘나는 안 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났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오기가 생겨 마음을 완전히 접지는 못하고 틈만 나면 서점에서 원서 코너의 책들을 뒤적이며 언젠간 읽고 말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로 도전한 책은 키다리 아저씨였다. 빠른 속도로 원서를 읽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나온 책이라 어려운 단어들 아래에 뜻이 적혀 있어서 조금 더 수월해 보였다. 하지만 읽다 보니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단어만 안다고 책이 읽히는 건 아니었다. 한 문장이 얼마나 긴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정말 ‘까막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정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유튜브에서 키다리 아저씨 원서를 함께 읽어주는 선생님을 발견했다.
덕분에 키다리 아저씨는 지금까지 읽기를 시도했던 책들 중 가장 많이 읽은 원서가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완독은 하지 못했다. 한국어 책 읽듯이 술술 읽어나가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조급하고 답답한 마음에 점점 흥미를 잃어버렸다.
그렇게 몇 년간 원서 읽기에 대한 갈망을 잊고 지내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원서 읽기를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Holes 원서 읽기 멤버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약간의 비용은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꼭 완독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https://m.blog.naver.com/russberry24/223834117325
선생님과는 일주일에 한 번 화상으로 만나 책을 함께 읽고 있다. 선생님도 내향인이신지 화면으로 만날 때마다 약간의 어색함과 쑥스러움이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도 다정함과 친근함이 전해진다. 뭔가 느낌이 좋다. 이번에는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아직 진행 중이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스스로에게 꼭 완독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원서 읽기는 아직 나의 취미생활이라고 말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하며 취미로 삼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이다. 한번 성공을 경험하고 나면 또 다른 흥미와 도전의식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다 읽지 못하고 포기했던 것들도 하나씩 다시 도전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오늘도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