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을 만나다
작년에 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학부모 독서모임 모집 안내장을 받았다. 몇 년 동안 학교 학부모 독서회가 운영되지 않다가 이번에 새롭게 재정비를 하는 것이었는데, 신청자가 너무 적으면 모임이 취소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낯가림도 심하고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도 꺼려하는 지극히 내향적인 내가, 갑자기 그 독서모임에 참여하겠다고 신청서를 낸 건 무슨 용기였을까.
그렇게 나는 덜컥 신청서를 제출하고, 혼자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연락을 기다렸다. 신청자가 몇 명이나 될지 알 수 없었으므로 모임이 취소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차라리 그렇게 되어 낯선 상황에 놓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며칠 뒤, 예정대로 독서모임이 진행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제 와서 내 선택을 번복할 수는 없으니 이 모임은 나에게 필연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모임 당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교 도서관에 들어섰다. 그날은 다섯 분이 참석했고, 사정이 생겨 오지 못한 한 분까지 합치면 총 여섯 명이었다. 당초 학교 측에서 계획했던 열 명보다는 훨씬 적은 인원이었지만, 참여를 희망하는 분들의 열의를 생각해 독서회를 운영하기로 했다는 사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대신 각자 새로운 회원 한 명씩을 데려오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난생처음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경험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는 한 달에 한 권씩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선정해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혼자였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장르의 책들도 접할 수 있었다. 각자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나에게 긴장되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웠지만, 모임을 거듭할수록 점점 자연스럽게 내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어떤 날은 서로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말할 타이밍을 잽싸게 잡아야 할 정도로 우리의 토론은 열정적이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정규 모임 외에도 우리는 종종 만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책 이야기도 나누었다. TV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이야기 대신 책 이야기만으로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놀랍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었다. 나는 독서모임이 처음이었지만, 다른 분들은 이미 여러 모임에 참여 중이었고, 거기서 좋았던 책들을 추천해 주었다.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또 다른 책으로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고 덕분에 읽고 싶은 책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나중에는 나 역시 또 다른 독서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나무가 새로운 가지를 뻗어나가듯, 학부모 독서모임에서 시작된 나의 독서 생활도 점점 더 크고 넓게 자라고 있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좋았던 또 하나는 책을 더 집중해서, 여러 번 읽게 되었다는 점이다. 평소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책을 제외하고는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펼쳐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독서모임을 위해서는 좀 더 집중해서 읽어야 했고, 여러 번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한 달 동안 읽을 책이 정해지면, 처음에는 가볍게 읽고, 두 번째는 인상 깊은 부분을 기록하며 읽고, 모임을 앞두고는 정리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읽었다. 그렇게 적어도 세 번은 읽게 되었다. 그동안 한 번만 읽고 덮어두었던 책들은 얼마나 겉핥기식으로 읽었던 것인지 반성했다.
조용히 혼자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내가 이렇게 책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을 나누며 즐거움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신청서를 내기까지는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책을 함께 읽고 나누며, 더 넓고 새로운 책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 준 이 독서모임이 참 고맙다. 다음 달엔 또 어떤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