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 인정률 15.8%

5심제를 버티는 일, 그게 바로 진짜 싸움이다

by 기록하는노동자
부당노동행위란 무엇인가

노동조합을 하기 전에는 ‘부당노동행위’라는 말을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잘 안다.
법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의 단결 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즉, 노동조합이 힘을 가지지 못하도록 사용자가 징계권을 행사하거나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는 행위다.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탈퇴할 것을 압박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거나 회피

노동조합의 결성·운영에 개입하거나 지배

노동조합을 사실상 보조하거나 형해화하는 행위

설립 2개월 만에 겪은 부당노동행위

우리 노동조합은 2022년 9월에 설립되었고, 10월에는 단체협약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후인 2022년 11월, 부당노동행위의 정황을 모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설립된 지 겨우 두 달.
우리는 믿기 힘든 현실 앞에 서 있었다.
노동조합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법조문은 어렵지만, 우리의 현실은 분명했다

법 조항은 어렵지만, 우리가 겪은 일은 분명했다.
다음은 우리 조합이 실제로 겪은 일들이다.

회사 홍보팀이 노동조합의 언론보도자료를 언론사에 연락해 삭제 요청

인사평가 면담에서 조합원 여부 및 파업 참여 여부를 질문

노사협의회 설치를 지연시켜 노동조합의 근로자위원 지명권한을 거부

과반노조 확인을 조합원 1대1 대면 방식으로만 인정

유튜브 채널에 회사 방문 및 임원 통화 내용을 게시한 것을 이유로 법적 조치 공문 발송

실질적 지휘를 하는 계열사에 대해 교섭권이 없다며 교섭 거부

교섭주기와 장소를 회사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만 고정

노동조합 입장에서 보면 하나같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였다.
그러나 노동위원회에 가면 대부분 ‘아니’라는 판정을 받는다.

인정률 15.8% 속의 한 줄기

2023년 노동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중앙·지방노동위원회를 통틀어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557건.
그중 인정된 건은 단 88건에 불과했다. 인정률 15.8%.
다행히도 그 중 하나가 우리의 사건이었다.

당시 인정된 부당노동행위는 두 가지였다.

언론 활동 방해

인사면담에서의 조합원 여부 파악

2년간의 길고 복잡한 싸움

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검찰.
기관마다 판단도 다르고, 절차도 달랐다.
시간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2.11 – 인천지방노동위에 구제신청

2023.02 – 지방노동위에서 2건 부당노동행위 인정

2023.03 – 서울남부지청에 진정, 검찰 송치

2023.05 – 중앙노동위도 동일 판단

2023.06 – 회사가 행정법원에 항소, 우리도 불인정 부분 항소

2024.02 – 검찰 불기소 처분 → 항고 및 재정신청 모두 기각

2025.01 – 행정법원, 인정된 2건 유지 + 1건 추가 인정 (노사협의회 과반 확인 방식)

2025.01 – 회사의 고등법원 항소로 소송 계속 중

노동자의 법적 절차는 ‘5심제’다.
지방노동위, 중앙노동위,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우리 조합은 행정법원 판단까지 2년 넘게 싸웠고, 법무비용만으로도 조합 재정이 위협받았다.

하지만 회사에겐 이 모든 게 그냥 ‘대응 조직’과 ‘품위유지비’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법은 인정했다. 하지만 형사는 아니라고 했다

이상한 일은 여기서부터다.
노동위원회도, 법원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니다’고 했다.

검찰의 불기소 이유는 이랬다.

“행위자에게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조직적 지시나 관여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우리는 변호사에게 “행정법원 판결 이후에 형사 진정을 했어야 했다”는 조언도 들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더 늦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직접 명령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명백하다

그 누구도 “노조를 탄압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부당노동행위는 언제나 교묘하고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본사의 노조 대응팀은 회의실을 사무실처럼 쓰고, 출입문에는 시건장치까지 걸었다.
증거를 모으는 건 늘 우리 몫이었고, 겨우겨우 인정된 판정도 형사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일이 된다.

2023년, 우리는 언론에서 수십 건의 압수수색을 목격했다.
그 중 한 번만 노동자를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

기울어진 운동장, 우리는 기록한다

회사 홍보팀이 언론 기사 삭제를 요청하고,
노동조합 간부에게 형사처벌을 언급해 위협했던 일.
이 모든 것은, 누가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노동위원회는 인정했고, 법원도 인정했다.
검찰만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다.

끝나지 않은 싸움, 사라지지 않을 기록

우리는 잘 버텨냈고, 심지어 법원에서 노동위원회 판결을 뒤집기도 했다.
남은 길도 순탄하진 않겠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이 증거이고, 우리의 침묵하지 않음은 또 다른 증거다.

우리는 ‘법의 이름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싸우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없었다"는 회사의 말에 맞서,

우리는 ‘그날의 진실’을 말한다.

KakaoTalk_20250614_233356608.jpg 세종정부청사에 위치한 중앙노동위원회. 여긴 안오는게 제일 좋다!


이 글은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질 노동조합의 싸움에 대한 기록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모든 목소리와 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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