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처럼 텅 빈 스무 살, 인생의 첫 캔버스 앞에 서다
"전 인생은 빈 캔버스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색을 칠하고, 어떻게 그려나가느냐에 따라
작품이 천차만별이듯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막 20살이 되던 그 당시 대부분 사람들은 자기만의 캔버스의 붓질이라도 한 줄이라도 칠했을 때,
저는 그저 오래동안 그저 텅 빈 캔버스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나이는 스무 살, 법적으로는 어른이었지만, 현실은 0에서 시작하는 아기와 다름없었습니다.
'보호종료아동'*1)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세상에 툭 던져진 기분이랄까요?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는커녕, 저를 지지해 줄 그 어떤 그림 도구도, 하다못해 물감 한 방울도 없었습니다.
마치 눈앞에 근사한 미술관이 있는데, 저는 그 미술관의 빈 캔버스 앞에서 맨손으로 물감 재료를 구하고 붓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과 같았습니다.
솔직히 막막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근사한 화폭에 자신만의 그림을 멋지게 그려나가고 있는데, 저는 맨땅에서 흙을 파서 색을 만들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저의 인생 그림'을 그리라는데, 물감은커녕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불안하고, 외롭고, 때로는 서럽기까지 했습니다. 왜 저만 이런 상태에서 그림을 그려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0부터 시작하는 인생 그림'이 생각보다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요. 제가 원하는 색을 직접 고르고, 저만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자유로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뿌듯함과 성장.
비록 서툰 붓질과 몇 번의 실패로 얼룩진 그림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저의 '흙수저 N잡러 비밀노트'이자 '0부터 시작하는 돈 버는 경험과 생존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삐뚤빼뚤 서툰 스케치로 시작된 저의 인생의, 때로는 눈물 젖은 실패담이, 때로는 환호성 터지는 성공담이 담겨 있습니다.
학창시절 왕따 경험으로 위축되었던, 우울증에 허우적대던 시간들, 시설에서의 낯선 경험들, 그리고 그 모든 역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순간들까지.
제가 직접 부딪히고 깨지면서 발견한 저만의 재료들, 그리고 그 재료들을 멋지게 채워나가는 저만의 비법들을 솔직하게 풀어낼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지금 0부터 시작하는 분들, 혹은 인생의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분들께 작은 용기와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자, 이제 저의 캔버스 위에 펼쳐질,
흙수저 N잡러의 솔직한 생존기를 함께 만나봐요.
*1) 퇴소 당시(2018년)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가 2021년 7월 13일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보호 종료 아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존 용어인 "보호종료아동"이 수동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과 혼용되는 문제가 있어 자립을 준비하는 주체로서의 의미를 담아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