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알려드리고 싶은 공부 방법 중 Key, 핵심을 이루는 것이 바로 이 “형광펜 공부”입니다. 보통 우리는 지금까지 공부해 오면서 중요한 곳에 형광펜으로 표시하는 것을 수도 없이 해 왔을 것입니다. 이처럼 내용을 읽고 중요한 곳에 형광펜을 칠하는 것이 제가 알려드리는 형광펜 공부가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공부 방법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가) 교재의 각 장 또는 챕터별로 나와 있는 문제를 볼 것
여러분이 구입하는 공인중개사 시험과목 교재는 대부분 각 장 또는 챕터별로 내용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각 챕터가 끝난 다음에는 확인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봤던 교재는 한 챕터당 12문제에서 13문제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확인 문제의 역할을 해당 챕터의 내용을 이해하였는지 여부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보통 공부 방법은 해당 챕터의 내용을 먼저 공부하고 나서 확인 문제를 통해서 이해도 정도를 체크하게 됩니다만, 여러분은 한 손에 형광펜을 쥐고 챕터의 내용을 보지 말고, 곧바로 이 문제들을 풀어야 합니다. 아는 것도 하나 없는데 문제를 어떻게 푸냐고요?
나) 확인 문제에서 묻는 내용과 지문의 내용과 관련된 부분들을 순서대로 해당 챕터에서 찾아서 형광펜으로 칠할 것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동영상 강의를 한 번 들었을 뿐이므로, 공인중개사 시험 과목에 대한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해가 거의 안 된 상태이지요. 그래서 사실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그럴만한 실력이 아직은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통상적인 개념의 문제 풀이, 즉 문제가 물어보는 내용이 어떤 것인지 알고 그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지금 단계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여기서 하는 문제풀이는 “숨은 그림 찾기 + 색칠 공부”입니다. 먼저 숨은 그림 찾듯이 문제가 물어보는 내용을 해당 챕터에서 찾으세요. 대충 비슷한 부분이라고 퉁치고 넘어가거나 못 찾겠다고 넘기지 마세요. 숨은 그림 찾듯이 챕터를 몇 번이고 읽어보고 관련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 색칠하세요. 중요한 것은 문제뿐만 아니라 선지에 있는 지문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이 과정을 거치는 것입니다. 이때 여러분의 마음가짐은 형광펜으로 칠하고 나서 자세히 읽고 이해하자는 수준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냥 숨은 그림 찾기와 색칠 공부 수준으로만 하고 넘어가고, 자신이 색칠한 부분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십시오.
예를 들어 봅시다. 다음은 2021년 제32회 공인중개사 시험과목 「민법 및 민사특별법 중 부동산 중개에 관련되는 규정」 첫 번째 문제입니다.
우리는 동영상을 백그라운드 뮤직 수준으로 매우 대충 들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 무권대리의 추인, 취득시효 등 문제에서 나온 용어조차도 매우 생소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지금부터 민법 교재를 훑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 41번의 문제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를 물어보고 있지요? 여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 헤매야 합니다. 민법 교재의 차례를 길잡이로 삼아서 말입니다. 해당 부분을 찾으면 전체를 다 형광펜으로 칠하지 말고, 꼭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를 설명한 부분만 형광펜을 칠하세요.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말 그대로 숨은 그림 찾기와 같거든요. 한 문제의 문제와 선지 다섯 개를 하나하나 찾아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왜냐하면 여러분은 도대체가 어디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 위의 것은 실제 기출문제이지만 – 대부분의 교재는 제1장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이 설명한 내용을 바로 10개 정도의 문제로 물어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41번 문제와 같은 경우는 이러한 친절함이 없기 때문에 여러분은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 부분을 갔다가, 공유 부분을 갔다가 무권대리 부분을 갔다가 하는 등 말 그대로 민법 교재를 종횡무진 누벼야 합니다. 실전 문제는 이처럼 어디서 무슨 내용이 나올지 모르는 거지요!
이 숨은 그림 찾기 + 색칠 공부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마다 해당 부분을 찾아 형광펜 칠하기를 빨리 끝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절대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 여러분이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은 문제와 선지가 말하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서 형광펜으로 표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다 보면 시간을 엄청나게 들였는데 끝낸 문제는 별로 없다든지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한 시간 동안 형광펜을 고작 세 문제만 칠했다든지 하는 거지요.
그러나 여러분,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고 하나하나 찾아가 보세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한 챕터별로 문제의 양은 십여 개 수준입니다. 여러분은 반드시 놀라은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바로 1번에서 7번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한 8번, 9번 이렇게 뒤로 갈수록 “어라, 벌써 형광펜이 칠해져 있네?!”라는 상황을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는 다시 형광펜을 칠할 필요는 없고 그냥 눈으로 칠한 부분을 한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그냥 넘어가지 말고, 꼭 읽어봐야 해요!
다) 형광펜 칠하기의 효과
➀ 책의 입체화
여러분이 형광펜 칠을 통해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책의 입체화”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가 영문법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거나, 어떤 것을 공부하고자 할 때 통상 하는 행동은 먼저 교재를 구입하고, 다음으로 교재의 첫 장부터 공부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제1장 제목부터 열심히 읽어나가지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갈수록 다짐은 약해지고, 잠은 오고, 결국 이런저런 사유로 포기합니다. 애써 구입한 교재는 얌전하게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다시 해를 넘겨 새해의 다짐을 하고 난 뒤 잠깐 친해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다시 작심삼일, 똑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게 됩니다. 어렸을 때 영어교재, 예를 들면 성문종합영어나 맨투맨 영어를 사고 나서 제1장 정관사 부분만 손때가 타서 지저분하고 뒷부분은 깨끗하게 남아있었던 것, 기억하시는지요?
이렇게 대부분의 공부가 작심삼일의 결과로 끝나게 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약한 의지의 결정체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공부하긴 하는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모르기 때문에 공부가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내용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정리도 안 되고요.
여러분,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공인중개사 교재는 정말 딱 필요한 부분만 요약 정리되어 있는, 엑기스만 모아 놓은 책인데 다 중요한 내용 아니냐고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요약 정리된 교재도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숨은 그림 찾기 + 색칠하기의 방식으로 형광펜 공부를 하다 보면 교재 전체가 다 형광펜으로 칠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이미 칠해진 부분을 또 칠해야 하는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형광펜을 여러 번 칠하는 부분은 중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안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형광펜 칠하기를 통해서 평면적으로 보이는 책이 입체화되어가는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 즉 공부해야 할 부분과 그냥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 표시되고, 평면적으로 보이던 교재가 높낮이가 있는 산으로 입체화됩니다. 형광펜을 따라가십시오.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버려야 할지 보이지 않나요?
➁ 반복을 통한 내용 습득
다음으로 숨은 그림 찾기 + 색칠하기 방식으로 형광펜 공부를 하려면 문제가 물어보는 부분을 해당 챕터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여러분은 어쩔 수 없이 여러 번 교재를 보게 됩니다. 이를 통해서 여러분은 반복을 통해 내용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문제 풀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 문제를 보더라도, 문제와 선지 다섯 개까지 해당 부분을 찾다 보면 여러분은 해당 챕터를 적어도 다섯 번을 읽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이 형광펜 칠하기를 빨리 끝내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라) 형광펜이 칠해진 부분만 읽기
마지막으로 한 과목의 형광펜 칠하기를 다 끝냈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형광펜 칠해진 부분만 읽어보세요. 여러분은 수박 겉 핥기 식이긴 해도 일단 한 번은 강의를 들었고, 문제별로 해당 부분을 찾아 형광펜을 칠하면서 여러 번 교재를 읽었습니다. 이제는 여러분이 칠한 형광펜 부분을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보십시오.
마) 멈춰 서서 전체를 보라: 차례의 중요성
이 부분은 정말 너무너무 중요합니다. 비단 공인중개사뿐만이 아니고, 모든 공부에서 중요합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은 시간을 조금만 들여도 금방 시험에 합격하고, 어떤 사람은 매우 열심히 하는데 계속 떨어집니다. 후자의 이유는 그냥 열심히 하기 때문입니다.
머리의 좋고 나쁨 때문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배운 내용이 머릿속에서 체계화되었는지에 따라 생기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공부하는 데도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머릿속에 지식을 구겨 넣을 뿐 이러한 지식을 카테고라이제이션(categorization) 하지 못하고, 지식을 서로 연계시키지 못합니다. 제1장을 공부할 때에는 해당 챕터의 내용을 잘 이해한 것 같은데 제2장, 제3장으로 넘어가면 앞에 공부한 내용은 휘발되어 버립니다. 기억한 내용도 조각조각 흩어진 상태, 즉 단편적인 파편 상태에 불과합니다. 제1장부터 마지막 장에서 배운 내용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