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영어를 못하면 변호사 시험에 떨어지는가?
많은 분들이 어찌어찌 로스쿨이나 L.L.M 학위과정에 합격하고 난 다음에도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영어 실력입니다. 유학을 가서 공부하면서도 “나는 영어가 약해서…”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분명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은 꼭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영어를 잘한다고 하는 수준의 영어와 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영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영어를 잘한다고 하면 R과 L이 확연히 구별되는 발음(!)에 유창한 회화 실력을 갖춘 것을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미국 변호사 시험이 요구하는 것은 “독해와 쓰기” 능력입니다. 이 독해도 법학과 관련된 영어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더욱 어려운 것 아니냐고요? 아니요, 오히려 법학 영어는 간결하고 명쾌합니다. 현란한 수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법학 용어”에 친숙해지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문장이 세 줄 이상 늘어진다거나 5 형식이니 뭐니 해서 복잡하게 표현하려고 하지 마세요. 간결하게 단문장으로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Native Korean들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1등급을 다 받았던 것은 아니잖아요? 또 회사에서 우리가 쓰는 보고서들이 모두 논리적인 것도 아닙니다.
“언어능력”과 “시험능력”은 다릅니다. 미국 학생들과 영어로 수다를 떨지 못해도, 유창하게 자기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지 못해도 미국 변호사 시험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 시험에 통과하는 사람은 쏼라쏼라 영어로 떠들어대는 사람보다 “어떤 자격시험에 통과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시험이든 – 우리나라의 변호사 시험이든 미국의 변호사 시험이든 – 시험은 시험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험, 특히 자격시험은 공통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수험자가 해당 과목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과(통상 객관식으로 이를 확인하지요), 둘째는 수험자가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사례에 접목시켜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입니다(통상 주관식으로 이를 확인합니다).
시험에 통과해 본 사람이 다른 시험도 쉽게 통과하는 것은 한국 변호사들의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 일반인의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률 차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 합격률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화한 자료는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법무법인들이 어느 정도 연차가 되면 한국 변호사들을 미국 연수를 보내줍니다. 그들이 대부분 선택하는 과정이 L.L.M이지요. 한국 변호사들은 통상적으로 일반인보다는 쉽게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그들은 자격시험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 번 붙어 보았거든요.
나중에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영어에 기죽지 말라”는 것입니다. 듣기가 안되고, 말하기는 더더욱 안 되더라도 독해를 하실 수 있으면 됩니다. 쓰기는 간결한 문장을 쓸 줄 알면 됩니다. 쉽고 간단하게 쓰는 문장이 변호사 시험에 필요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