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박또박 말하는 너의 영어가 훨씬 낫다!
☞ 저는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L.L.M 과정을 들으면서 주로 일본인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중 레나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동경대 법대를 나와 일본 재무성에서 일하는 재원이었어요. 이 친구의 영어는 천천히 조용하게 말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레나와 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남미 학생이 와서 엄청나게 빠르게 영어(로 생각되는)로 무슨 말을 하고 갔습니다. 저는 옆에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레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듣고 있었습니다. 그 학생이 가고 나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이냐 물었더니 “나도 몰라(I coundn’t understand, either)”라고 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너무 웃겼어요. 다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레나의 모습이 자꾸 생각났거든요. 그랬더니 레나 왈, 나만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니고 미국인도 못 알아듣는다는 거예요. 엄청나게 빠르게 영어를 하니 잘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미국인 친구도 그냥 알아듣는 척하고 넘어갈 뿐 정확하게 의사전달은 안되었던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그 미국인 친구가 레나에게 한 말이 또박또박 말하는 너의 영어가 훨씬 낫다는 것이었답니다.
제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일이었어요. 저도 영어를 잘하려면 유창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천천히 말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말하는 것이 유창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러나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인 만큼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