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다가온 사회복지사, 마주한 현실의 벽
반지하방에서의 생활은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습하고 차가웠지만,
마이라와 루시아, 지안은 그런대로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오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마이라는 잠시 놀라 몸을 굳혔다.
“누구세요?” 루시아가 문 너머로 조심스레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지역 담당 사회복지사예요.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의 시선이 순간 마주쳤다. 숨이 멈추는 듯했다.
마이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사회복지사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집에 아기가 있다고 동네 주민들이 알려주셨어요. 출생신고가 아직 안 되어 있는 것 같아서… 혹시 무슨 사정이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마이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을 깨물었다.
루시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가 외국인이고… 지금은 비자가 없어서 신고가 어렵습니다.”
복지사의 얼굴에서 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하지만 곧 다시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상황이 어렵다는 건 이해해요. 하지만 아이의 출생신고가 안 되면 아이가 나중에 학교에도 갈 수 없고,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없어요. 아시죠?”
마이라는 침묵한 채 지안을 안은 팔에 힘을 더 주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희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방법이 없어서요.” 루시아가 작게 답했다.
사회복지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우선 신고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아이의 건강검진이라도 한번 받는 게 좋겠어요. 근처에 외국인 무료진료센터가 있으니까…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어요.”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마이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지사가 돌아가자 마이라는 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긴장이 남아 있었다.
“괜찮을까?” 루시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모르겠어. 그래도 지안을 위해서 진료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 마이라가 대답했다.
둘 사이엔 걱정과 불안이 가득했지만,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은 없었다.
며칠 후, 사회복지사가 준 주소를 따라 무료진료센터를 찾았다.
병원은 작고 낡았지만, 안에 들어서자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조용히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중에 간호사가 다가와 물었다.
“아이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마이라는 잠시 망설였다가 말했다.
“지안…입니다.”
간호사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기록지에 그 이름을 적었다.
그 순간, 마이라의 가슴이 뭉클했다.
아주 작은 순간이었지만,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지안의 이름을 적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료를 마친 후 의사는 친절하게 말했다.
“아이는 아주 건강합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꾸준히 검진받으러 오세요.”
마이라와 루시아는 작은 병원을 나오며 서로를 바라봤다.
“지안의 이름을 누군가 적어줬어.” 루시아가 작게 말했다.
마이라는 웃으며 지안을 더 깊이 품에 안았다.
그 순간만큼은, 지안이 세상에 존재를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저녁이 되자 사회복지사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진료는 잘 받으셨나요?”
“네, 감사해요.” 마이라가 작게 답했다.
복지사는 잠시 침묵하다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지안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릴게요. 그런데, 앞으로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전화를 끊고, 마이라는 루시아를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우리, 너무 드러나면 안 되는 거겠지? 지안이를 위해서라도.”
루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지안이 이름을 공식적으로 불렀잖아. 그거 하나만으로도 괜찮았어.”
마이라는 창밖을 바라봤다.
여전히 세상은 차갑고 낯설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아주 조금 따뜻했다.
그날 밤, 마이라는 잠든 지안을 오래 바라봤다.
사회복지사의 방문 이후,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커졌지만,
누군가 지안의 이름을 적고 불러줬다는 사실만으로 작은 위안이 되었다.
지안의 존재가 조금씩 세상에 드러날수록 위험해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지안이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기를,
존재가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날 밤, 마이라는 작게 속삭였다.
“지안아, 언젠가 네가 너의 이름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지안은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방 안은 고요했고, 그 조용한 숨소리가 마이라에게 작은 답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