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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결핵, 콴티페론 검사

by 예재호

1. 의료기관, 학교, 산후조리원 등 집단시설 종사자라면 취업 전 잠복 결핵 검사를 꼭 받아야 합니다. 이 검사는 어떤 의미이고 왜 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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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니, 이만큼이나 우리나라가 발전했는데 아직도 결핵이 있어? 란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결핵환자가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24년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에 결핵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1만 9천 명이나 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이 숫자가 2011년 대비 64.5% 감소한 수치라는 것입니다.


3. 이토록 결핵환자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 보니, 다름 아닌 의료기관, 학교, 산후조리원 등 집단시설에서 전파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4. 그래서, 2016년 8월부터 결핵 전파 위험이 큰 환경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기간 동안 1회 이상 잠복 결핵 검진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결핵환자를 자주 접하는 의료인, 의료기사 등 고위험군은 매년 잠복 결핵 검진을 받도록 의무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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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잠복 결핵 검사’를 받게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잠복이라고 하면 ‘증상이 없다’를 의미할 테고, ‘증상이 없다면’ 결핵균을 퍼뜨리지도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환자들에게 꼭 강조해 드리는 내용도 이 부분입니다. 증상이 없다면, 결핵을 옮기지 않습니다!) 당장 전염시키지도 않을 사람들을 굳이 찾아내서 격리라도 시켜야 할 것 마냥 민망하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의문이 (솔직한 마음으로 짜증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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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이왕 검사할 거면 ‘잠복 환자’를 찾을 게 아니라 감염자를 찾아내는 걸 목표로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도대체 잠복 결핵이라는 게 뭐고 그 검사는 어떤 원리로 하게 되는 걸까요?




7. 결핵 검진에서는 채혈로 검사가 이루어지는 콴티페론-TB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콴티페론-TB 검사는 결핵균 항원과 반응하여 면역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터페론-감마라는 물질을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이 검사의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 결핵균이 최초로 들어왔을 때의 상황을 먼저 아셔야 합니다.


a) 결핵균이 우리 몸에 처음 침입하면, 침입자에 깜짝 놀란 향토 예비군 (대식세포)가 일단 결핵균을 잡아먹어서 격리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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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결핵균을 잡아먹은 대식세포는 세포 내에서 결핵균을 분해하기 시작하고, 분해한 일부 조각(항원)을 세포 표면에 표시해 적이 들어온 것을 외부에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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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면역 반응의 책임자(T세포)가 적의 침입을 인지하면, 본격적으로 결핵균에 대한 전투 (면역 작용)이 시작됩니다.


d) 지휘관은 부대를 재정비 해서 전투에 대비합니다. 결핵균과 직접 싸우는 부대(세포독성 T세포)도 창설하고, 무엇보다 동원령을 내려 향토 예비군 역할을 하던 대식세포를 정식 부대로 배치합니다.


e) 여러가지 면역 작용으로 전투가 종료되고 나면 지휘관은 재차 적의 침입이 반복될 것을 대비하여 전투 기록을 기억 세포 (memory T cell)에 따로 저장합니다.


f) 기억 세포는 똑같은 적을 다시 감지하면 재빨리 동원령을 내려 대식세포를 적과의 싸움 일선에 배치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g) 그때 기억 세포가 내리는 동원령이 바로 인터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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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콴티페론 검사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실험실에서 결핵균과 반응을 시켜 동원령이 발령되는 지를 검사합니다. 한 번이라도 결핵균을 만나 본 적이 있는 혈액에서는 곧바로 "이전에 만났던 침입자다!"라고 인식하여 인터페론-감마(IFN-γ)를 분비합니다.


9. 그래서 실은 콴티페론 검사는 잠복 결핵 환자만 확인하는 검사는 아닙니다. 현성 결핵 즉, 결핵환자도 콴티페론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옵니다. 그러니 콴티페론 검사만으로 잠복 결핵환자인지 활동성 결핵환자인지를 판별하지는 못합니다.


10. 5의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아니 그렇다면, 결국 가족이나 동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결핵 환자일 수도 있었다는 거잖아?"라는 생각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집단시설 종사자는 '현성결핵환자' 이든 '잠복결핵환자'이든 어느 경우라도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11. 잠복결핵일 경우에는 결핵균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위험은 전혀 없는 것은 맞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면 잠들어 있던 균이 활성화되어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가 권유됩니다. 혹여 근무 중에 그 시점이 도래한다면 불특정 다수에게 결핵을 전염시킬 위험이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12. 더불어 환자 개인에게도 건강할 때 사전에 치료받아 결핵균을 깔끔히 없애놓는 것이 나중을 위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통해 결핵 발병을 최대 90%까지 예방할 수 있습니다.


should.png 네, 드시는 게 좋습니다.




13. 잠복결핵감염 치료를 시작하면 중단하지 않고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 약제를 충실히 복용할 수 있는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평소 결핵예방수칙을 잘 지켜 결핵이 발병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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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2021년 7월 1일부터 잠복결핵 감염 치료에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전액 면제됩니다. 비용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15. 질병관리청에서 결핵 ZERO 누리집을 운영중입니다. 참고해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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