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오래 하거나, 동거를 하게 되거나, 혹은 결혼을 하면 사람의 본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처음엔 상대방을 위해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사람이 점점 그 노력을 덜하게 되면서 '어, 이 사람이 변했나?'라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웃긴 건,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라는 거다. 사실은 콩깍지가 벗겨지며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뿐이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연애 초반엔 서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과장된 친절과 배려를 쏟아붓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결국 편해지기 시작한다. 오해는 여기서 생긴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안 만났지!"라는 말을 하곤 하지만, 사실 그 진정한 변화는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이 나의 본모습을 알고도 받아주고 사랑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 아닐까?
남녀관계에서 이런 이해가 없으면 시간이 갈수록 실망만 쌓이기 쉽고, 결국 ‘희망고문’ 속에 갇혀 살게 될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처음엔 핑크빛으로 보였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회색빛으로 변하면서, '이게 우리가 원했던 관계가 맞나?'라는 회의감에 빠질 수도 있다. 사람 두 명이 만나 진짜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면, 상대방의 본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이 본모습도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모습과는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포용력이다. 포용력은 '너랑 나, 다르지만 괜찮아!'라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나랑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상대방이 나와 똑같이 행동하길 바랄까? '왜 내 마음을 몰라줘?'라는 생각을 안 하기가 참 힘들지만, 그 기대는 정말 욕심일 수도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으니, 당연히 생각도 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은근히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행동하길 바라는, 살짝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기심을 계속 고수하다 보면, 함께 있는 매일이 전쟁 같은 일상이 될 수 있다. 매일 전투하듯 싸우면서 지치는 관계를 피하려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필수다. 안 그러면 연애는 말 그대로 ‘사랑과 전쟁’이 되고 만다!
연애 또는 결혼 파트너가 같이 지내면서 소변을 본 후 변기 뚜껑을 절대 닫지 않는다거나, 치약을 마치 위에서부터 짜야만 사는 사람처럼 쓴다고 상상해 보자. 또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듯이 옷을 방바닥에 던져놓는다고? 이런 작은 행동들, 진짜 열 번씩 보게 되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꿈틀거릴 수도 있다. “아니, 왜 저래?”라고 소리치고 싶어지는 순간이 수십 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건 그 행동들이 바로 그 사람의 본모습일 수도 있다는 거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면, 포용력을 발휘할 때다. "이 사람 정말 왜 이래?"라고 잔소리를 퍼붓기 전에,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훨씬 이득이다. 물론, 이런 대화가 잘 안 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짜증 나서 “왜 변기 뚜껑을 안 닫아?”라고 물었을 때, “뚜껑을 왜 닫아야 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참 답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포기하긴 이르다!
그러니 잔소리 대신 한 발짝 물러서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뭘까?" 하고 이해해 보려고 하는 거다. 예를 들어, 어쩌면 파트너는 뚜껑을 닫는 게 진짜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치약을 아래에서부터 짜는 당신과는 달리 위에서부터 짜는 것이 훨씬 빠르다고 느낄 수도 있다. 뭐, 그렇다고 이 모든 걸 다 이해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화를 열어두는 게 중요하다. 왜냐면, 잔소리는 결국 공중으로 증발하지만, 진심 어린 대화는 상대방에게 가슴 깊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그 대화의 끝에 파트너가 여전히 “변기 뚜껑을 닫는 건 내 스타일 아니야”라고 한다면... 음, 그 순간에는 뭐, 자신을 달래면서 “그래, 변기는 그냥 내가 닫는 걸로 하자”라고 스스로와 타협해 보는 것도 방법일지도 모른다.
사실, 마음에 안 드는 것에 대해 에너지를 쏟고 다투느니, 내가 차라리 변기 뚜껑을 닫고, 치약 짜는 기구를 사서 손에 쥐어주며, 허물처럼 벗어놓은 옷들은 내가 빨래통에 던지는 게 훨씬 더 현명할 것 같다. 아니, 이쯤 되면 ‘내가 집안 혁신 시스템을 구축한다!’라는 마인드로 전환하는 거지... 다만 그 과정에서 내가 하는 일만 자꾸 쳐다보면 억울할 수 있으니, 그 사람이 나를 위해 해주는 사소한 일들에도 좀 더 주목하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무거운 걸 대신 옮겨준다거나, 내가 말도 안 했는데 퇴근길에 내 최애 간식을 사다 준다거나, 내가 침대에서 나오기 싫을 때 물 한 잔 가져다주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그럴 때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오, 진짜 고마운데?' 하는 태도로 감사해 보면 어떨까.
가끔은 TV 리모컨을 양보해 주는 작은 행동도 정말 고맙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TV 리모컨 전쟁에서 승리를 양보해 준다는 건 진짜 큰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가 보고 싶어 했던 스포츠 경기를 포기하고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어줬다면 그건 더더욱!
그리고 중요한 점 하나! 나도 상대방의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가끔은 잊고 살 때가 있다. 이를테면, 내가 음식을 먹으면서 ‘냠냠 쩝쩝’ 소리를 낸다거나, 내가 방을 치울 때 실수로 상대방이 아끼는 무언가를 깬다거나... 뭐, 그럴 때도 있을 거다. 그렇다면 내가 이런 작은 습관이나 실수들을 감싸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나 역시 그들의 작은 실수들을 눈감아주는 것도 서로에게 필요한 일 아닐까?
연인과 자주 싸우는 사람들은 사실 왜 싸우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사소한 일로 꼬투리를 잡고, 그게 또 다른 꼬투리로 이어지는 꼬리의 꼬리를 물며 끝도 없는 싸움의 악순환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왜 설거지를 안 해?'로 시작한 싸움이 '네가 날 배려하지 않는 거 같아!'로 급발전하고, 나중에는 '그때 네가 내 생일 선물로 준 그 옷도 사실 맘에 안 들었어!'까지 가는 것이다. 싸울수록 대체 왜 싸우는지도 모르게 되면서, 서로 상처만 쌓여간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나부터 변하는 것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내가 바뀌는 게 훨씬 간단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아, 내가 너무 예민했나?' 혹은 '이번엔 그냥 한 번 넘기자!' 하는 마음가짐만 가져도 많은 싸움은 싹부터 차단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내가 진짜 부처님 같은 인내심으로 모든 걸 참으라는 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가 계속 꼬투리를 잡는다면, 그 관계는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슬쩍 밀어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어차피 평생 싸우려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연애하는 거니까!
남녀 관계에 있어 말투의 중요성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남편과 아내... 사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허물없이 대하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더 소중하게 대해야 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건, 친구한테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어머, 잘 지냈어?', '아니야, 괜찮아!' 하며 매너를 지키고 다정함을 풀어놓으면서, 연인에게는 '야, 너 또 그랬지?', '왜 저래?' 같은 퉁명스러운 말투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러고 나서 '왜 우리 관계가 이렇게 힘들지?' 하고 고민하는데, 친구들과의 관계가 연인보다 더 오래가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연인에게는 가까우니까 괜찮을 거라는 그 착각이 큰 문제다. '에이,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괜찮아~' 하면서 말을 툭툭 던지고, 점점 더 무례해지는 경우가 많다. 근데 사실 친구나 연인이나 '타인'이라는 건 변함없다. '가까운 타인'일 뿐이지, 기본적인 배려와 존중이 사라지는 순간 그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연인과 싸우고 후회할 때마다 '아, 좀 더 예쁘게 말할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친구 사이에는 지키는 매너를 연인에게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가까워서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말이다. '가깝다고 막 대하지 말라'는 말은 연애의 진리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도 전에 만났던 이성에게 막 대하는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그땐 내가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와, 그때 내가 좀 선 넘었구나'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결국 그 사람과의 인연은 계속되지 않았지만, 그때의 내 말투와 행동을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됐다. 가수 이효리님이 전 남자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요가를 한다고 했듯이, 나도 가끔 꿈속에서 전 남자 친구에게 슬쩍 사과를 건네고는 한다. 꿈이니까 용기가 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미안함 속에서 깨달은 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관계가 연인사이에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었다.
사실 인간관계라는 게 참 상대적이다. 상대방에 따라 내 태도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거,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내가 높게 평가하고 존경하는 사람일수록 말 한마디도 더 조심스러워진다. 반대로, 내가 마냥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때론 막 던지게 되는 말들이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내가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는 것도 참 중요하다. 존중 없는 관계는 금방 균열이 생기기 마련이다. 반대로,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로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니까 무너질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게 결국 '서로의 가치를 높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서로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더 나은 모습으로 대하고 싶어지는 게 '진짜 사랑'이 아닌가 싶다.
과거의 경험들이 나에게 참 많은 교훈을 안겨줬다. 덕분에 내가 정말 많이 성장했음을 느낀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내가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 그런데 가끔 '존중'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같이 살아야 하는데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또는 '왠지 사이가 먼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완전 반대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배려하는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서 관계는 더 깊어진다. 예를 들어, 남자친구가 내가 아침에 꼭 마셔야 하는 커피를 미리 준비해 두는 작은 배려나, 내가 그의 취향을 존중해 아침 메뉴를 정성스럽게 고를 때, 그 순간들이 바로 진정한 가까움의 증거가 아닐까 싶다. 진정한 가까움은 오히려 '에이, 뭐 이 정도쯤이야' 하고 지나치기 쉬운 배려에서 시작된다. 예전엔 뭐든 척척해주면 '당연한 거니까!" 하고 넘겼지만, 이젠 알겠다. 그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서로를 더 배려해 주고,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게 존중이고, 그게 바로 관계의 깊이에서 나오는 진정한 친밀감이라는 걸.
나와 남자친구는 동거를 통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했다. 의견이 안 맞을 때도 있어 치열하게 토론을 할 때도 있지만,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타협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다. 그러던 중 문득 연애 초반에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당신은 꿈이 뭐예요?”
내가 물었을 때, 그는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나는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는 게 꿈이에요. 세계일주가 제 목표죠. 당신은요?”
나는 그의 대답에 감탄하며 말했다.
“와, 정말 멋지네요! 당신이라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좋은 파트너와 함께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 게 꿈이에요.”
그때 우리는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며 막연한 희망을 나누었지만, 솔직히 그 꿈들이 어떻게 실현될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막연한 꿈의 조각들이었고, 그 꿈들을 현실로 만드는 건 먼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관계는 점점 더 깊어졌고, 함께 동거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그 막연한 꿈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실감하게 되었다.
어느 날 오후, 함께 집에서 쉬고 있던 그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있잖아... 당신이 말했던 그 꿈에 나도 포함되고 싶어."
나는 깜짝 놀라면서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난 당신을 만나서 이미 꿈이 거의 이루어진 것 같은데? 지금 정말 행복해!"
그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나도 행복해... 그런데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되는 건 어때?"
나는 순간 의아해하며 물었다.
"진짜 가족이 되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데, 당신은 비혼주의자잖아?"
그는 작정한 듯 진지하게 대답했다.
"맞아, 나 비혼주의자였지. 하지만 내가 결혼을 꺼렸던 이유는 결혼하면 내가 사라지고, 내 자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당신과 함께 살면서 알게 된 건, 당신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서 나 자신이나 내 자유를 잃었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가 6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함께 지내면서도 숨이 막히지 않았던 건 당신이 내 삶의 방식을 존중해 준 덕분이야. 전에는 그런 상황을 상상조차 못 했는데 말이야! 나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그리고 당신 덕분에 내가 꿈꾸던 자유로운 디지털 노매드도 될 수 있었고..."
나는 여전히 믿기지 않아 재차 물었다.
"정말 괜찮을 거 같아? 결혼해서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응, 나는 확실해.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당신은 어때?"
나는 그의 결심이 갑작스러웠지만 짧은 고민 끝에 나도 대답했다.
"응, 나도 좋아!"
이렇게 비혼주의를 고수하던 내 남자친구는, 동거를 하면서 결국 나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 결정을 내린 날, 우리는 마치 비밀스러운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자축하러 갔다. 메뉴판을 펼치면서도 남자친구는 어쩐지 심각한 표정으로 "내 인생에서 진짜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택을 했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나는 속으로 '나도 마찬가지거든!' 하고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도 둘 다 은근히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와인잔을 부딪히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짓다가,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는 '우리가 진짜 결혼을 한다니!'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어색하게 웃었다. 와인의 깊은 향과 함께 밀려온 감정은 복잡하면서도 따뜻했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무겁게 다가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왠지 모르게 이 사람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의 여정이 예상치 못하게 이렇게 빨리 결혼으로 향할 줄 몰랐던 우리는 서로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그 순간이 우리 인생에 남을 특별한 기억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날의 결심은 단순한 선택을 넘어, 앞으로 함께할 미래에 대한 굳건한 약속이 되었고, 그 순간의 설렘과 감동은 오래도록 우리를 지탱해 줄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