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서의 판매 상황을 긴장감 속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던 중,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우리는 시댁으로 향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반짝이는 불빛과 따뜻한 향초로 가득했지만, 이번 해는 정말 특별했다. 사업을 막 시작한 설렘과 기대감이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댁에 도착하자마자, 시부모님은 여느 때처럼 환한 미소와 함께 두 팔을 벌려 우리를 반겨주셨다. 마치 우리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들의 따뜻한 포옹 속에서 우리는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시어머니께서는 우리가 새로 시작한 사업에 대해 이것저것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어보셨다. "그래서 그 얼굴 마사지 흡입기는 어떻게 되고 있니?"라고 묻는 시어머니의 말에, 남편과 나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첫 판매도 나고 리뷰도 점점 쌓이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시어머니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셨고, 시아버지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자, 사업도 잘 풀리고 있으니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즐겨야겠구나!" 하시며 분위기를 띄웠다.
거실에 모여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담소를 나누던 우리는, 어느새 시댁의 분위기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아기자기한 전구들이 반짝이며 방 안을 포근하게 감싸더니, 올해의 특별한 순간들을 더욱 따스하게 비춰주는 것 같았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드디어 저녁 시간이 다가왔고, 시어머니의 명작 만찬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탁에 차려진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 완벽하게 구워진 통 칠면조에 풍미 가득한 그레이비소스, 신선한 샐러드와 고급스러운 레드와인까지, 그 조합이 눈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칠면조는 진정 눈으로 먼저 먹고, 그다음에 입으로 먹는 요리였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칠면조를 보자마자 우리 모두 입안에 침이 고였고, 버터로 살짝 볶아낸 로젠콜과 베이컨으로 감싼 그린빈이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우리는 마치 오래 기다린 보물을 나누듯, 서둘러 칠면조를 해체해 한 입씩 맛보았다. 역시, 마스터 셰프 시어머니의 솜씨는 변함없었다! 부드럽게 잘 익은 칠면조에 그레이비소스를 얹어 입에 넣는 순간, 그 맛은 정말 천국이었다. '이게 바로 명품 요리구나!' 싶을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어머니께서 자랑스레 "이 칠면조 요리는 우리 가족의 오랜 전통이야."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유쾌하게 "이 칠면조만 매년 먹을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에는 무조건 여기 와서 있을게요!"라고 했다. 그 말에 모두가 폭소를 터트리며, 한층 더 밝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우리는 서로의 유쾌한 대화 속에서 마음껏 즐거움을 나누며 크리스마스 저녁을 만끽했다. 정말,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크리스마스의 마법 아닐까? 맛있는 음식과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특별한 시간을 함께 나눈다는 것만큼 값진 선물이 또 있을까 싶었다.
우리는 시댁 거실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쁘게 장식된 것을 보자마자 사업가 본능이 발동했다. '이때다!' 싶어, 즉석에서 크리스마스용 제품 사진을 찍기로 했다. 시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모든 인테리어 소품을 동원해 트리 아래를 마치 아마존 상품 촬영 스튜디오처럼 꾸몄다. 반짝이는 오너먼트, 글라스 트리, 화려한 크리스마스 전구까지 전부 사용했다. 남편은 "더! 더! 반짝거려야 해!"라며 있는 소품 없는 소품까지 다 가져다 놓았다. 시부모님은 우리가 거실을 완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 걸 보면서도 애정 가득한 미소를 지으셨다. 카메라 앵글을 잡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우리 모습에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진짜 사업 초보 티가 나는 순간이었다.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제품이 얼마나 고급스럽게 보일지 고민하며 각도를 조절하고, 다시 찍고, 또 찍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마존 시작하고 나서, 머릿속이 온통 아마존으로 가득 차 있네. 이렇게 사진 하나 찍는 것도 신경 쓸 게 많다니, 사업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그래도 그날 밤, 트리 아래에서 예쁘게 찍힌 사진을 보며 우리는 뿌듯해했고, 시부모님도 우리 열정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하셨다.
시댁에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 근처에 사시는 고모 고모부님도 찾아뵙기로 했다. 자식이 없으신 고모 고모부님은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유난히 더 활짝 웃으시며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문을 열자마자 활짝 반기시는 두 분의 얼굴에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집 안에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서 있었고, 그 아래엔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들이 쌓여 있었다. 고모, 고모부님은 감사하게도 나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 놓으셨고 나는 오랜만에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꼭 아이가 된 것 같이 기뻐했다. 우리는 고모, 고모부님과 함께 독일의 전통인 오후 3시 커피 & 케이크 타임을 즐겼다. 따끈한 커피와 한 입 베어 물면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케이크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고, 그 순간순간마다 나오는 웃음과 대화는 집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창밖에는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었지만, 그날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추억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감쌌다.
그다음 날, 우리는 시댁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계신 이모와 이모부님 댁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분들이 사시는 곳은 마치 동화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도시, 몬샤우였다. 이모부님께서 직접 투어 가이드를 해주신다고 하셔서, 우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그의 뒤를 따랐다. 몬샤우에 도착하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져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언덕을 따라 늘어선 파흐베어크하우스(Fachwerkhaus), 그러니까 격자무늬의 나무 골격으로 짜인 전통 독일 가옥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건 다 페인트로 그린 장식 아닌가?'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모부님께서 웃으시며 "이거 다 진짜 목재야!"라고 알려주셨다. 진짜 나무로 짜인 이 구조물들은 그 자체로 독특한 질감을 더해줬고, 세세한 디테일을 보면 볼수록 감탄이 나왔다. 이모부님께서 설명을 이어가셨다. "몬샤우는 겨울철이 특히 추워. 이 집들의 두꺼운 목재와 흙으로 된 벽이 추위를 막아주고 내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단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니 건축물의 디자인이 단순히 특이하고 예뻐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 기후에 맞춘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여행하면서 지역마다 건축 양식의 차이가 생기는 배경에 대해 항상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직접 들을 수 있어 감사했고, 그저 예쁜 건물을 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작은 돌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거리를 걸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껏 즐기면서, 돌길마다 얽힌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멀리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어디선가 구워지는 로스트 아몬드(Gebrannte Mandeln)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그 향기를 맡으며, 우리는 겨울이 선물한 따뜻한 마을의 풍경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길을 따라 걸으며 이모부님께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지어진 건물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셨고, 건축물이 단순한 구조물 이상으로 사람들의 삶과 환경을 어떻게 담아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과 이야기는 마음을 한층 더 따뜻하게 해 줬다. 겨울철의 몬샤우가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선사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 때문이 아니라 그 건축물에 깃든 역사와 삶의 이야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크리스마스이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우리 제품의 판매량이 눈부시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날씨는 점점 더 추워졌지만, 판매 수량은 마치 누군가가 히터를 '풀파워'로 틀어놓은 듯 뜨겁게 타올랐다. 평소에는 하루에 15개 정도 팔리던 얼굴 마사지 흡입기가 어느새 25개씩 팔리고 있었다. 그렇게 하나, 둘 팔릴 때마다 내 기분도 덩달아 올라갔다. '이대로라면 따로 마케팅에 돈을 쓸 필요도 없겠는데?' 아마존 첫 페이지가 바로 우리 차지가 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마저 생겼다. 매일이 설레는 나날이었고, 내 휴대폰은 알람 소리로 가득 찼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또 하나 팔렸다!"라며 남편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그때 우리는 독일의 매서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휴양지,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으로 일주일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마요르카는 독일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섬 중 하나였고, 시부모님과 아주버님네 가족은 매년 이곳을 방문한다고 했다. '휴가에서 푹 쉬고 있어도 계속해서 제품이 팔리면 동시에 돈도 버는 거네!' 이런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요르카 해변에서 맥주 한 잔을 들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남편이 웃으며 "우리 이번 휴가는 일을 덜 하고, 돈을 더 버는 휴가가 될 거야!"라고 말했을 때, 나는 웃으며 속으로 '그거 정말 좋은 플랜이네!'라고 생각했다.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울리는 판매 알림 속에서, 이 겨울은 정말 잊지 못할 시즌이 될 것 같았다.
마요르카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다시 한번 판매량을 확인했을 때, 그 숫자가 실시간으로 뛰어오르는 걸 보며 둘 다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평소보다 더 빠르게 팔려나가는 제품들 덕분에 우리의 노력이 점점 결실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실감 났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마요르카 섬에 도착했다.
렌터카 두 대를 빌려 호텔로 가는 길, 차가 별로 없는 한적한 길과 온화한 기온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하지만 호텔에 도착하자 그 광경이 상상 그 이상이었다! 도심의 호텔과는 전혀 달리, 거대한 부지에 자리 잡은 호텔은 마치 성과도 같았다. 산 아래 펼쳐진 푸른 자연과 어우러져, 웅장한 외관이 우리를 압도했다. 객실 또한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주버님네가 6개월 전부터 골라 더 저렴하게 간 곳이었는데 안목이 대단했다. 푹신한 소파가 있는 발코니에 앉아있으면 따뜻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멀리 서는 바다의 푸른빛이 아른거렸다. "우리가 이렇게 멋진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제품은 자동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니…!" 우리는 자유로움과 성취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순간, "아, 이게 바로 온라인 사업하는 재미구나" 하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호텔을 둘러본 후, 우리는 곧바로 마요르카 섬 동쪽에 있는 숨겨진 베이들을 찾아 떠날 준비를 마쳤다. 차가 두 대여서 시아버지께서는 우리 차에, 시어머니께서는 아주버님네 차에 몸을 싣고 출발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지중해의 풍경이 우리를 설레게 했고, 기대감이 점점 더 커졌다. 하지만 한 베이에 도착하자마자, 그곳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파란 물빛은 마치 에메랄드 보석처럼 반짝였고, 곳곳에 작은 비밀스러운 베이들이 숨어 있어 보물 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물의 색깔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했다. 그 순간,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아니지만 문득 이 풍경을 배경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만큼 완벽하게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 전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배경에서 우리 제품을 찍어야겠어!"였다. 또 사업가의 본능이 발동하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또 우리 제품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 트렁크에서 챙겨 온 얼굴 마사지 기기를 꺼내 들고,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시작했다. 마치 즉석 화보 촬영을 하듯, 카메라 셔터를 연달아 누르며 제품을 가장 멋지게 담기 위해 각도를 바꿔 가며 열심히 찍었다. 그 순간, 남편이 뒤에서 웃으며 "이건 우리가 관광하러 온 건가, 아니면 일하러 온 건가?" 하고 물었지만, 둘 다 사실인 것 같았다. 일과 여행이 이렇게 절묘하게 섞인 순간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확실한 건,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베이, 따뜻한 햇살, 그리고 우리 제품이 어우러진 그 순간은 완벽한 조화였고, 덕분에 일도 여행도 놓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카메라에 담긴 제품 사진도, 그날의 추억도 영원히 남길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그때 아주버님에게서 갑작스러운 전화가 걸려왔다. 형님이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껴 쉬러 모두 함께 호텔로 돌아갔다는 소식이었다. 남편은 형님의 상태를 걱정하며 물어봤고, 아주버님은 심각한 건 아니라며 안심시키면서도, 시아버지를 잘 챙기라고 당부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 없이 시아버지 하고만 함께 베이를 돌게 되었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다. 다행히 형님은 괜찮으셨지만, 시어머니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남편을 통해 시어머니의 안부를 물어봤지만, 시어머니는 "괜찮다"라고만 하셨다. 그런데 내 촉이 그리 무디지 않은 편이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주버님네 차를 타고 간 죄로 오늘 하루 제대로 된 여행도 못 하고 호텔에만 계셔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우리는 기분을 풀고자 호텔에서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다음날을 기대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둘째 날이었다. 우리는 밤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이라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을 먹곤 하는데, 시부모님과 아주버님네는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조식을 8시쯤 드시고 점심은 거의 안 드시는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성향이 다른 줄 몰랐지만, 독일에서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분위기니까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둘째 날은 시아버지 생신날이어서 저녁에 호텔 레스토랑에서 축하를 하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다 같이 어디를 갈지 상의하고 있었는데 아주버님네는 어제 우리가 이미 다녀온 곳을 다시 간다고 하셨다. 나는 그 결정에 의아했다. 우리는 이미 전날에 그곳을 다녀왔고 매년 똑같은 곳에 가서 자신들도 다 봤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같은 장소로 고집을 부리는 걸 보니, 속으로 ‘이건 도대체 무슨 심보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리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따라갔다. 같은 베이들을 돌아보다가 배도 고파지고 이미 사진도 다 찍었던터라, 우리는 근처에서 뭘 먹어야겠다고 했다. 그러자 시부모님과 아주버님네는 "우린 점심 필요 없다."며 남아있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는 따로 자유롭게 점심을 즐긴 뒤, 어제와는 다른 곳을 더 둘러보고 싶어 이따 저녁에 호텔에서 보자고 전화를 드렸다.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즐거웠는데, 문제는 그날 저녁에 터졌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시아버지 생신도 축하드리고 저녁을 먹기 위해 다 함께 모였는데, 시어머니의 표정이 또 좋지 않았다. 나는 걱정되어 괜찮으신지 물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독일어로 뭐라고 막 쏟아내셨다. 독일어를 못 알아듣는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알고 보니 왜 점심에 따로 갔냐고 따지시는 거였다. 남편은 어제 우리는 이미 같은 곳을 둘러봤고 배가 고파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말을 하고 갔는데 뭐가 문제냐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시어머니는 갑자기 눈물을 터뜨리셨다. 나는 당황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계속 죄송하다고만 했다. 시어머니가 이렇게 예민하신 분인지 전혀 몰랐던 나는 완전히 갈피를 잃었다. 그 와중에 형님까지 남편을 몰아세우며 공격하니, 어이가 없었다. 시아버지와 아주버님도 엄청 당황한 눈치였고, 형님이 시어머니를 부추기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우리가 이미 다 둘러본 같은 장소를 또 가겠다는 결정도 황당했지만, 형님이 옆에서 계속 부추기면서 따지는데, 이건 정말 코미디 아닌가 싶었다. 내 촉으로는 분명 형님이 시어머니에게 우리 욕을 하며 이간질을 한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는 갈등을 완화시킬 생각은 커녕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그 배려심 없는 모습에 정말 어이없었다. (없는 자리에서 흉보고 싶진 않지만 나중에 겪어보니 이 형님이 성격이 아주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명에게 당하는 남편을 보니 좀 불쌍하기도 했다. 내가 독일어라도 할 줄 알았다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텐데... 시아버지를 봐서 남편에게 그냥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라고 했다. 그래서 어찌어찌 상황은 마무리되었고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시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렸다. 그날 저녁의 돌발 사건 때문에 우리는 ‘다시는 이렇게 다 같이 여행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독일은 분명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건을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추후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이번 여행에서는 우리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식을 같이 먹고 시부모님과 아주버님 패턴에 맞추기로 결정했다.
세 번째 날, 우리는 그 전날 사건은 잊고 조금 더 모험심을 발휘해 마요르카 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다행히 시어머니 기분이 괜찮아 보이셨다. 차를 몰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경치는 점점 더 장엄해졌고, 구름 위로 솟아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길이 좁고 커브가 많아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긴장감조차도 우리에게는 흥미진진한 여정의 일부였다. 산 중턱을 넘을 때쯤, 창밖으로 보이는 마요르카의 전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멀리 보이는 바다는 마치 하늘과 맞닿아 있었고, 그 사이로 작은 마을들이 점처럼 흩어져 있었다. 우리가 다다른 곳은 360도 파노라마 뷰를 자랑하는 전망대였다. 정상에 도착하자, 바람은 조금 세졌지만 그 바람마저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맑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의 푸른 물결과 드넓은 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편과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건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네!" 남편이 감탄하며 말을 꺼냈다. 나도 그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된 우리는 고요한 평화를 느끼며 그 순간을 음미했다. 그날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사업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 정상에 서 있는 것처럼, 우리 사업도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처럼 끝없는 가능성을 느끼며, 우리는 새로운 영감을 안고 돌아왔다.
네 번째 날, 우리는 호텔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휴식을 취했다. 특히 호텔의 야외 테라스에서 마시는 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바삭한 페이스트리는 마치 휴가의 진정한 맛을 느끼게 해 주었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동안, 우리는 여행 계획을 다시 점검하며 다음 날 마요르카 섬 북서쪽에 자리한 아름다운 마을인 소예르(Sóller)를 향해 떠나기로 했다. 소예르는 산과 바다, 계곡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특히 트람운타나 산맥(Serra de Tramuntana)과 올리브 나무와 오렌지 과수원으로 유명한 계곡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특별한 곳이라 하여 기대가 컸다.
다음날 아침, 우리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소예르 마을을 향해 두 대의 차에 나눠 탔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가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소나무 숲과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나무가 어우러진 장면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특히,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산들의 장관이 너무도 멋져 우리는 연신 창밖을 찍으며 멈추지 않는 탄성을 내질렀다. 산꼭대기에 닿을 듯한 풍경을 보며 마치 하늘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다.
소예르에 도착하자마자, 마을은 마치 작은 그림 마을 같은 모습과 매력적인 광장으로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 순간 약간의 배고픔이 몰려와 스낵거리를 찾던 중, 마을 중앙의 작은 식당으로 찾아 들어갔는데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핀초(Pincho)에 흠뻑 빠져들었다. 핀초는 작은 크기였지만, 그 다양한 조합과 재미난 모양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핀초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타파스(tapas)와 비슷하지만 그 특유의 개성이 있었다. '핀초'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꼬치'나 '핀'을 뜻하는데, 그 이름답게 작은 이쑤시개로 재료들을 빵 위에 고정시켜 놓았다. 바삭한 빵 위에 신선한 해산물, 채소, 치즈, 하몽 등의 다양한 재료들이 얹어져 있어, 한입 베어 물 때마다 각기 다른 맛의 폭발적인 조합이 입안에서 펼쳐졌다. 특히, 핀초는 스페인 바에서 술과 함께 즐기는 가벼운 안주 같은 느낌이었는데, 한국의 안주와 비슷한 정겨움도 느껴졌다. 음식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이 핀초와 함께 와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일상적인 미식 문화가 이곳 소예르에서도 그대로 느껴졌다.
특히 이곳에서는 슬로우 푸드 운동이 활발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빠르게 소비되는 패스트푸드와 달리, 소예르에서는 지역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요리하고 천천히 즐기는 것을 강조한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다. 마을 식당에 맛본 올리브 오일과 빵, 그리고 치즈는 모두 지역에서 재배된 것이었고, 그 신선한 맛은 자연 그대로의 풍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이 재료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자랐는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히 이 재료들이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고, 탄소 발자국을 줄인 지역산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았다.
즐거운 스낵타임을 가진 뒤, 우리는 기념품 가게들을 둘러보며 마을 구석구석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손으로 직접 만든 도자기와 수공예품들은 각기 개성 넘치는 매력을 뽐냈고, 특히 화려한 색상의 타일과 패브릭은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았다. 그곳에서 소소한 기념품을 하나씩 챙긴 우리는, 오렌지 나무가 여기저기 피어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신선한 향기를 만끽했다. 과일의 싱그러움과 마을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소예르 기차였다. 1912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이 기차는 팔마(Palma)에서 소예르까지 이어지는 27km의 여정을 따라 달린다. 아름다운 산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경로는 그 자체로 멋진 여행이었고, 이 철도가 과거에는 오렌지 수출을 위한 중요한 교통로로 쓰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의미가 더 깊게 다가왔다. 우리는 차를 타고 와서 아쉽게도 트램을 이용하지 못했지만, 그 아쉬움은 소예르 항구에서 잊혔다. 해변에 도착하자, 노을이 지는 하늘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그 경치는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워, 우리는 서로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담았다. 해변가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으로 타파스를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고, 현지에서 만든 와인 한 잔은 우리에게 완벽한 마무리를 선사해 주었다. 여행의 피로는 와인과 함께 사라졌고, 마음속에는 소예르의 평화와 행복이 차곡차곡 쌓였다. 소예르에서의 하루는 동화 같은 순간이었다.
다음 날, 우리는 마요르카의 심장부인 팔마(Palma)로 향했다. 아침부터 구름이 잔뜩 몰려와 흐린 날씨였지만, 팔마에 도착하자 그 특유의 분위기가 우리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도시 전체가 우아한 건축물과 역사적인 거리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멀리서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팔마 대성당(Catedral de Palma)은 우리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았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고딕 양식의 성당은 마치 거대한 수호자가 도시를 내려다보는 듯했다. 우리는 성당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성당의 세밀한 장식과 높이 솟은 첨탑이 마치 하늘에 닿을 것 같았고, 흐린 날씨에도 그 위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실내가 흐릿한 빛 속에서도 마치 마법처럼 빛났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다채로운 빛이 신비롭게 바닥에 흩어졌고, 마치 작은 무지개들이 성당 내부에 춤을 추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잠시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며, 마치 동화 속 성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
마요르카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곳이 아니라, 수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섬이었다. 로마 제국 시절, 마요르카는 지중해에서 중요한 무역과 군사 거점이었고, 그때 남겨진 도로와 요새들이 여전히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다. 로마가 떠난 후 아랍 지배 시절이 시작되었고, 아랍인들은 이 섬을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발전시켰다. 특히 아랍 욕장(Banys Arabs)은 당시의 건축 기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으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아랍 문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13세기, 기독교 왕국이 이 섬을 정복하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팔마 대성당 같은 웅장한 건축물들이 이때 지어졌고, 기독교와 아랍 문화가 묘하게 섞인 독특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섬 곳곳에 남아 있었다. 성당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이런 다양한 문화가 한 섬에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마요르카는 수많은 침략과 지배를 겪으면서도, 각 문화의 정수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왔다. 그날 우리는 마요르카의 건축과 문화를 통해 이 섬이 지닌 깊은 역사와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역사 탐험을 마치고 난 후, 우리는 팔마의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니,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길을 따라 나 있는 소규모 카페와 부티크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풍겼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소소한 인테리어마저 하나하나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한쪽에서는 지역 예술가가 전통 수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손끝에서 섬세하게 만들어지는 도자기와 직조물들이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정성 어린 작업에 매료되어 잠시 멈춰서 감상하게 되었다. 하지만 곧 우리를 사로잡은 것은 거리에서 퍼져 나오는 달콤한 향기였다. 그 향기를 따라 골목길을 돌다 보니, 카페에서 굽고 있던 케이크 냄새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우리는 카페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메뉴판을 보고는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한 디저트가 우리를 유혹했는데, 결국 치즈케이크, 레몬 타르트, 그리고 촉촉한 아몬드 케이크까지 세 가지를 시켰다. 커피와 함께 한 입씩 맛을 볼 때마다, 그 달콤함과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 가득 퍼지며 미소가 절로 번졌다.
디저트로 만족한 우리는 근처의 팔마 시장으로 향했다.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시장의 분위기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알록달록 진열되어 있었고, 시장을 걷다 보니 각종 향신료와 지역 특산품들이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는 바구니 하나를 사서 이것저것 담기로 했는데, 특히 신선한 해산물과 향긋한 올리브 오일이 우리를 유혹했다. 현지 상인들이 직접 짠 올리브 오일은 진한 녹색빛을 띠며, 그 고소한 향이 코를 간질였다. 우리는 올리브 오일 한 병을 사고, 시장 구석구석을 더 탐험하면서, 맛있는 치즈와 바삭한 빵도 챙겼다. 그날 팔마의 시장은 그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마치 지중해의 정취와 마요르카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한 무대처럼 느껴졌다. 시장 곳곳에서 들리는 현지인들의 대화, 향긋한 음식 냄새, 그리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마요르카의 일상을 조금 더 깊이 경험할 수 있었다.
그날도 우리는 타파스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타파스는 내 취향에 딱 맞는 완벽한 식사 방식이었다. 한 번에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다니, 그야말로 미식의 천국이 아닌가! 우선 현지 맛집을 찾아 들어가, 메뉴에 적힌 타파스들을 하나씩 골라냈다. 감바스 알 아히요(새우 요리)는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뜨거운 기름에 튀겨져 나온 새우는 마늘과 고추의 향이 기막히게 어우러졌고, 한입 먹는 순간 바삭함과 탱글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지며,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 외에도 크로켓, 미트볼, 패드론 고추까지 하나하나 다 먹다 보니 어느새 배는 부를 대로 불렀다. 적은 양이라고 생각했는데 먹다 보니 배가 남산만 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저녁의 따스한 햇살이 바다로 스며드는 해변을 찾아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그 순간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황홀했다. 붉은빛이 물결 위로 살랑거리며 퍼질 때, 그 풍경은 그저 아름다움을 넘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주었다. 우리는 그 순간,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하늘과 바다를 바라봤다. 마요르카의 느긋하고 평온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 안았고, 여행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는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마치 시간마저 멈춘 것 같았다.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나니, 거리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듯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나무 가지 모양을 따라 불빛들이 켜졌고,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가 거리 전체를 물들였다. 그중에서도 팔마 대성당의 야경은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낮에도 충분히 웅장하고 아름다웠지만, 밤이 되자 마치 마법을 부린 듯 더 매혹적으로 빛났다. 대성당은 핑크빛 조명에 물들며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찬란하게 빛났고, 그 순간 나는 여기가 현실이 맞는지 의심할 정도로 감동했다. 우리는 대성당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마요르카에서의 모든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팔마에서 보낸 하루는 그야말로 힐링과 여유로 가득 찬 시간이었고, 마음속 깊이 충전되는 느낌이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멋진 추억들이 쌓일지 기대하면서, 나와 남편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팔마의 밤은 그렇게 우리의 추억 속에 영원히 빛나는 별처럼 자리 잡았다.
마요르카를 떠나기 전날, 우리는 한껏 여유를 즐기며 소금을 채취하는 곳, Salinas de Es Trenc와 남부의 아름다운 베이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본 광경은 조금 비현실 적이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소금 결정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작은 보석들이 흩어져 있는 듯했고, 끝없이 이어진 푸른 바다와 눈처럼 하얀 소금밭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장관을 만들어냈다. 그곳에서 우리는 소금 채취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는데, 마치 자연과 손을 맞잡고 소금이라는 선물을 받는 느낌이랄까? 가이드 투어도 신청하여 체험했는데 소금 생산의 역사와 중요성, 그리고 이곳에서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해 주었다. 소금 한 알이 이렇게 오랜 시간과 노력이 담긴 결과라는 사실에 놀라며, 마치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짠맛처럼 깊게 스며드는 듯했다.
비성수기라 그런지 오픈한 레스토랑들이 별로 없었지만, 그 덕분에 한적한 항구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호텔에 들러서 조금 쉬다가 저녁으로는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빠에야를 먹기로 했다. 이곳의 빠에야는 전통적으로 생선이나 해산물로 가득 차 있어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식당에 들어서자 주인이 유쾌한 표정으로 맞아주었다. 빠에야가 드디어 자태를 드러냈고, 나는 그 해산물 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빠에야에 대한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에 나는 그 주인에게 한국식 손가락 하트를 날렸고, 그 손가락 하트가 뭔지 설명하니 주인은 그런 독특한 제스처에 크게 웃으며 “그럼 같이 손가락 하트하며 사진 찍자!”며 신나 했다. 한 입 먹어본 빠에야는 내 입맛엔 딱 맞았지만, 해산물을 잘 못 먹는 시댁 식구들에게는 그저 그런 것 같았다. 아무도 맛있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남은 빠에야를 해치우며 나 혼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마요르카에서의 여행이 유독 달콤했던 이유는 바로 우리 제품의 판매량 덕분이었다. 남편과 나는 매시간마다 기기 판매 개수를 확인하는 게 마치 게임이라도 되는 양, 즐겁게 중독되어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판매량은 마치 폭주 기관차처럼 치솟았고, 거의 5분마다 '딩동' 알림이 울리며 판매 개수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는 게 하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마요르카에서 하루 종일 투어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그 충격적인 숫자를 보았다. 하루에 80개!!! 남편과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바라봤다. "이게 진짜야? 꿈 아니야?"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제품이 '아마존 초이스' 스탬프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그건 마치 우리의 작은 비즈니스가 '이제 널 믿는다!'라고 인증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 흐름이라면 560개의 제품이 12월 안에 매진될 게 분명했다. 처음엔 솔직히 이렇게까지 짧은 시간 안에 제품을 다 팔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 폭발적인 반응은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제품의 가격이 높아 마진도 어마어마했으니, 우리는 '이게 바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구나!'라며 서로를 껴안고 춤이라도 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호텔 방에서 판매 알림을 볼 때마다 기쁨이 차올랐고, 그 순간만큼은 우리 둘 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비록 둘째 날에 위기가 있었지만 행복한 기운이 더 강했던 마요르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