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일에 치여 살며 번아웃 상태로 지냈던 나에게, 독일로의 이주는 마치 갑자기 펼쳐진 꿈같은 일이었다. 연애하고 결혼해서 독일에 정착한 내 모습은 내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삶이었다. '내가 독일 남자와 결혼해 독일에 살게 될 줄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인생이 참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속도에 익숙해 있던 내가, 이제는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며 가끔 길거리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하게 되다니, 이 변화가 여전히 어색하면서도 놀라웠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베이커리에 들러 맛있는 빵을 한 보따리 고르고, 저녁에는 남편과 함께 활기찬 야외좌석에서 식사를 하며 와인 한 잔을 나누기도 했다. 매일이 새로운 경험이었고, 독일어로 바게트 한 개를 주문하는 작은 일조차도 뿌듯한 성취처럼 느껴졌다.
독일에서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누리며, 좋은 사람과 함께하게 된 이 삶에 정말 감사했다. 이 모든 것이 전부 계획된 것도, 예상된 것도 아니었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떤 날은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기에, 내 인생은 오히려 더 풍부해졌고, 그 안에서 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인생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나는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기다릴지 기대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떠오른 일이 있었으니... 바로 전 회사 사장님이 내게 던진 제안이었다. "독일에 가면 R&D 팀 지원 업무를 해보지 않겠냐?"라고 하셨을 때,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빠른 페이스의 패션업계에서 치열하게 일했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했다. 죄어오는 데드라인과 끊임없이 바뀌는 트렌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이 업계에서 나는 계속 일하고 싶은가?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막상 같은 업계의 일을, 그것도 독일이라는 낯선 땅에서 시작하는 게 과연 내가 원하는 걸까?
매달 독일의 패션 브랜드 매장을 둘러보고, 트렌드 보고서를 작성하고, 마켓 샘플을 구매해 한국으로 보내는 일이었는데 패션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매달 트렌드를 읽어내고 현지 시장을 분석한다는 건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다. ‘독일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다니, 말은 멋있어 보이는데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원격 근무인지라 출퇴근도 없고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독일에서 여유를 찾고보니 뭔가 근질근질했던 나는 사장님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일도 예상대로 쉽지는 않았다. 매장에 걸린 제품 사진 찍는 것이 특히 곤욕스러웠다. 브랜드 스타일을 분석하려면 제품 및 디테일 사진이 필요했는데, 독일 패션 매장들에서 제품 사진 찍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처음에는 브랜드 매장 직원들이 뭐라고 물어보면 독일어가 서툴러서 당황하기 일쑤였다. 웃음으로 넘기며 “Entschuldigung!”(죄송해요!)을 연발했지만, 그때마다 내 발음이 얼마나 어색한지 스스로도 웃음이 나왔다. 어떤 곳은 나를 보고 "사진은 안 돼요!"라고 경고를 주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비밀 작전'에 돌입해야 했다. 이쯤 되면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편이 나서서 도움을 주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찰떡 호흡을 보여주었다. 남편이 직원들의 주의를 끌고 내가 몰래 사진을 찍는 스릴 넘치는 상황도 있었고, 내가 퍼스널 쇼퍼인 척하며 '고객님의 옷을 골라드리고 있어요.' 같은 연기를 한 적도 있었다. 가끔은 옷을 입어보는 척 탈의실에서 사진을 찍는 등, 마치 연기하는 배우가 되어 작은 영화 한 편을 찍는 기분이었다. 남편도 나도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자유로운 원격 근무라고 해도,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었고, 사진 찍는 일은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쓰게 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다가가서 사진 몇 장 찍고 빠져나오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같은 매장을 여러 번 가다 보니 나를 알아보는 직원도 생기기 시작했다. 한 번은 매장 문을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살짝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을 때, ‘아, 내가 이제 여기 단골이구나...’ 싶었다. 그 순간부터 모든 직원들이 나를 유심히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저 사람 또 왔네?'라는 눈길을 느끼며, 더 이상 몰래 사진을 찍는 게 쉽지 않게 되었다. 매장 구석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슬쩍 들어 올릴 때마다, 마치 전투 지역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는 듯한 긴장감이 돌았다. 마치 매달 다른 전투에 참여하는 용사처럼,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전략을 세우고 조심스레 움직여야 했다. 가끔은 사진을 찍는 순간 긴장한 나머지 손이 떨려 엉뚱한 곳을 촬영하기도 했고, 심지어 매장 직원과 눈이 마주쳐 당황해서 얼버무린 적도 있었다.
남편과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피로가 쌓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정도쯤이야!"라고 서로를 다독였지만, 매달 이어지는 탐방과 보고서 작성, 그리고 사진 찍기 스킬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남편은 무슨 죄인지... 결국 몇 달 뒤, 나는 깊이 고민한 끝에 그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것과 자유롭게 근무하는 것이 매력적이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스트레스와 부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아무리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라도, 그 자유에는 나름의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자유!"에 매료되었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어려움과 불안감은 겪어보지 않고는 몰랐을 것이다. 나는 ‘일의 자유’란 것이 단지 시간과 장소의 자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그것은 자신이 맡은 일을 어떻게 책임지고 해낼지에 대한 자유이기도 했다. 나는 결국 이 일에서 손을 뗐지만, 두 손 가득 배운 것이 많았다. 자유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것,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에 따라 그 자유의 가치는 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철저히 준비하고, 그 도전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 법을 배웠다. 또한, 내 방식과 일의 방식을 조화롭게 맞추는 균형감각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이제 '자유롭다'는 말은 단순히 시간과 장소의 자유를 넘어서, 책임감과 계획이 수반된 깊이 있는 자유로 다가온다. 이 경험 덕분에 우리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을 보다 자신감 있게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원격 근무자로서의 일은 그렇게 막을 내렸지만,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해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나는 ‘아직 내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확신과 함께 자신감을 되찾았다. 남편이 우리 두 사람의 생활을 넉넉하게 유지할 만큼 벌어주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편안하게 머물 생각이 없었다. 내 안에는 여전히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 열정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마음속에선 조용히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을 할 때가 됐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절대로 회사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옥철로 출퇴근을 하며, 매일 야근하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로 들어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마치 다시 그 좁은 틀 안에 갇히는 기분이랄까? 출퇴근 지옥과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힘겹게 시간을 보내던 그 시절의 내가 떠올라 잠시 몸서리가 쳐졌다.
그래서 나는 기존의 길을 그대로 밟기보다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길은 없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내 자신에게 좀 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찾아보자는 결심을 했다. 이제 막 독일어 능력도 갖췄겠다, 내 손안에 새로운 열쇠가 생긴 셈이었다. 문제는 그 열쇠로 어떤 문을 열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었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마치 눈앞에 펼쳐진 지도를 보는 것처럼 가득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막막함보다는 ‘다음엔 뭘 해볼까?’라는 설렘이 더 컸다. 이번엔 어떤 모험을 선택하게 될지, 그리고 그 모험 속에서 나는 어떤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지 기대되었다.
그래서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펜션이 완공될 때까지 ‘별 다른 기술이 없는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 자금이 별로 안 들고, 온라인으로 할 수 있으며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심 끝에 답은 나오지 않았지만, 운명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남편의 프랑스 친구 찰스가 아마존(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내 귀가 번쩍 뜨였다. 아마존이라니! 익숙하지 않은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셀러(판매자)로 활동하는 건 생각지도 못한 길이었다.
찰스는 주로 중국에서 저렴한 물건을 소싱해 아마존 플랫폼에서 판매하고 있었고, 이 이야기를 들으니 머릿속에서 '이거다!'라는 신호가 울렸다. 전 회사에서 옷감과 자재를 여러 나라에서 소싱하고, 제품을 해외로 수출까지 했던 경험이 떠오르면서 ‘이건 내가 이미 익숙한 분야야!’라고 확신했다. 게다가 아마존의 FBA 서비스, 즉 물건을 직접 보관할 필요 없이 아마존이 알아서 창고에 두고 배송까지 해주는 시스템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세팅이 끝나면 그야말로 ‘노동’은 최소화될 것 같았다. 이거야말로 완벽한 비즈니스 모델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잘만하면 떼돈 벌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남편 역시 이커머스에 관심이 많았고, 늘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찰스를 붙잡고 온갖 질문을 퍼부었다. 찰스는 아주 친절하게, 마치 비밀스러운 비즈니스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듯이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의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이미 아마존 셀러가 된 상상을 하며 설레기 시작했다. ‘이거 정말 되는 거 맞겠지?’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지만, 이미 마음은 절반쯤 아마존에 가 있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찰스 덕분에 아마존 사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우리의 ‘대박’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경험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흥미진진한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만큼은 꽤나 설레는 일이었다.
찰스는 ‘프랑스 아마존’에서 셀러로 등록한 후, 일본산 식칼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그가 한 방법은 간단한 것 같았다. 중국에서 저렴하게 식칼을 대량 구매한 뒤, 자신의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커스텀 박스에 포장하고 이를 프랑스로 수입했다. 그리고 아마존 프랑스 웹사이트에 상품 페이지를 만들고, 가격을 설정해 두면 끝! 마치 주문이 밀려드는 마법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상품이 아마존 창고에 도착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아마존이 알아서 했다. 주문부터 배송, 심지어 반품과 결제까지 모두 아마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처리되니, 그야말로 손쉬운 패시브 인컴 사업인 듯 보였다.
찰스는 우리에게 "처음엔 세팅이 좀 까다롭지만, 그다음엔 거의 손댈 일이 없어서 좋아. 나도 시작한지는 얼마안되었지만 수익이 보통 한 달 월급 정도는 나오니까!"라고 말하며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는 솔깃해졌다. 매달 월급처럼 나오는 수익이라니! 이건 내가 바로 원하던 일이 아닌가. 나는 무언가 새롭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고, 당장 시간과 자금도 여유가 있었으니 딱 맞는 타이밍이었다.
남편도 흥미를 보였다. 그는 이미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고, 우리 둘 다 자유로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일하면서 여행도 다닐 수 있겠는데?'라는 상상이 떠오르며 벌써부터 아마존 비즈니스를 함께할 생각에 들떴다. 찰스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가 아마존 판매를 준비하면서 무려 500만 원짜리 온라인 강좌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강좌는 아마존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꽤 비싼 ‘비법서’ 같은 거였다. 강좌는 정말 세세했다. 어떤 아이템을 골라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중국에서 물건을 어떻게 소싱하는지, 아마존에서 상품 페이지를 어떻게 꾸미고 마케팅까지 하는지 모든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찰스가 이 강좌를 우리와 공유하겠다고 한 거다! 그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우리는 강의 영상을 다운로드하고, 문서를 모두 인쇄하기 시작했다. 근데 인쇄를 다 하고 보니 두꺼운 폴더가 무려 6개나 됐다. 24개 챕터 분량이니 정말 '사업 대학 교재' 수준이었다.
솔직히 그걸 보고 나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보이네... 공부 좀 해야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도전에 설레기도 하고, 뭔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솟았다. 물론 머릿속 한 구석에는 불안감도 있었다. '이거 잘 팔릴까?' '시간과 돈을 쏟았는데 망하면 어쩌지?'라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긍정적인 생각에 초점을 맞추자!'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안 하면 더 후회할 거야!'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길이 멀다고 두려워하지 마라. 모든 긴 여정은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라는 말처럼,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이 여정도 결실을 맺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꼭 성공해서 ‘일 많이 안 해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그렇게 신나면서도 살짝 두려운 첫 발을 내디뎠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이커머스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데 있어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마치 퍼즐 조각처럼 서로의 역할이 딱딱 맞아떨어졌다. 어떤 물건을 팔아야 할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도, 내 전 직장에서 쌓은 물건 소싱과 수출 경험은 큰 자산이 되었고, 남편은 마케팅 전문가답게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맡았다. 만약 혼자였다면 이커머스에 도전하는 일은 상상도 못 했을 텐데, 함께하니 모든 게 가능해 보였다. 두려움과 의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기회와 희망이 자리를 잡았다.
타이밍 또한 완벽했다. 펜션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간이 있었고,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도 마침 준비되어 있었다.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싶었다. 마치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완벽하게 짜인 계획처럼 느껴졌다. 남편과 협업하며 우리는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 데 큰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고, 그 길은 앞으로 어떤 모험을 선사할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하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바로 베를린 시청에서 내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었다. 등록증이 발급되길 기다리는 동안, 남편과 나는 매일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마존 온라인 강좌를 시청하며 필요한 정보를 머릿속에 채워 넣었다. 나는 두꺼운 폴더를 넘기며 중요한 내용을 필기하고, 남편과 함께 각 장을 토론하며 인터넷에서 추가 조사를 했다. 우리 둘 다 공부하는 걸 좋아하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꽤 즐거웠다. 하지만, 이론 공부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었다. 사업의 핵심은 상품을 제대로 고르는 것이었고, 상품 선택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단계였다.
강좌에서는 상품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정글 스카우트(Jungle Scout)’라는 유료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에서 팔리는 상품의 매출, 판매 순위, 경쟁 강도 등을 분석해 줬다. 다행히도 찰스가 이 프로그램의 액세스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에게 기꺼이 그의 로그인 정보를 공유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상품을 분석하며 월 매출이 높은 제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마존 내에서의 경쟁은 치열했고, 강좌에서 제시한 완벽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상품을 찾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우리는 조건 한 두 개를 양보하며 상품 후보군을 점차 좁혀갔다. 수많은 상품 중에서 결국 우리는 세 가지 상품으로 후보를 정리했다.
자외선램프 – 특수한 청색 자외선을 방출해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램프.
고기 온도계 – 고기에 꽂아 온도를 측정하고 완벽한 조리 시점을 결정하는 필수 아이템.
얼굴 마사지 흡입기 – 피지 제거와 피부 건강을 위한 얼굴 마사지 흡입기.
비록 강좌에서는 고장이 쉽게 날 수 있는 기계 제품을 피하라고 권장했지만, 이 세 가지만이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많은 고민 끝에, 나는 최종적으로 얼굴 마사지 흡입기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 이건 단순한 제품 선택이 아니라,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좌우할 중요한 결정이었다. 우선, 뷰티 카테고리가 나에게 딱 맞는다는 확신이 들었다. 뷰티 제품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브랜드 확장에 유리한 분야라는 점도 고려했다. 만약 이 제품이 잘된다면, 앞으로 다른 뷰티 아이템도 추가하면서 라인업을 넓혀가는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큰 확신을 준 건 정글 스카우트 프로그램의 데이터였다. 분석 결과, 독일 시장에서 얼굴 마사지 흡입기를 제공하는 업체는 많지 않았고, 이 제품의 월 매출과 마진도 매우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피부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누구나 겪는 스트레스 중 하나 아닌가! 이 기기가 사람들이 느끼는 외모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이 있을까 싶었다.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당시 독일 아마존에서 판매되던 베스트셀러 제품이었다. 그 제품은 브랜드 로고도 없고, 포장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지만, 엄청난 수익과 리뷰를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외모의 주인공이 갑자기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래, 이거다!' 싶었다. 속으로 심장이 두근거렸고,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는 이 제품의 가능성에 대한 청사진이 펼쳐졌다. 브랜딩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평범한 제품도 특별하게 만들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제품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우리만의 로고를 추가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은 단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사고 싶어 하니까. 나는 포장 디자인부터 로고 콘셉트까지 머릿속에서 그려보고, 하나하나 적어가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준비를 마쳤다. 남편도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우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흥분되고 신났다. 제품을 결정한 후에는 이제 진짜 실전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공급업체를 찾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우리의 이커머스 여정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