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투명인간

절반정도 정확한 예측

by 손시나

-3-


"반갑습니다, 여러분"


낯선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짧은 단발에 파마머리, 바지 정장을 입은 정해 보이는 인상의 그녀는 나의 담임교사였다.


아 진짜 망했다.

경험상 중년의 여교사는 깐깐하고 숨 막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해도 그러려나..


내가 복잡한 생각으로 표정에 어둠이 드리운 것과 상반되게도, 그녀는 교탁에서 조용히 미소 지으며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미묘하고 아이러니컬했다.

담임의 시선을 따라 돌아본 우리 반 학생들의 인상은 몇몇의 유순해 보이는 이들 빼고는 대체로 강해 보였다. 좋게 말하자면 개성이 강해 보였고,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세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폭풍전야와 같았다.



그리고 내 예측은 정확했다.


정확히 입 학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초유의 학교 폭력이 우리 반에서 터지고 만 것이다.





"해명해 봐. 네가 진짜 그런 게 사실이야?"



그러니까, 내 예측은 절반 정도 정확했다.

강해 보였던 학생들끼리의 대립이 아니라, 뜻 밖에도 공부밖에 할 줄 모를 것 같았던 학생을 대상으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불미스럽게도

혹은

운명적이게도


타깃이 된 그 학생은 내 옆자리의 짝꿍이었다.


그날 나는 늦잠을 잔 탓에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할 타이밍이 되어서야 교실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자리는 이미 다른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겨우 책상 고리에 가방을 걸었다.


"자리 좀 비켜줘."


내가 해야 할 말을 나에게 하는 학생에게 무슨 일이냐고 반문할 새도 없이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내 자리에서 밀려 나왔다.


대신 그 자리에는 여러 명의 학생들이 한 학생, 내 짝꿍을 둘러싸고 마치 청문회인 것 마냥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짝꿍의 모습은 그를 둘러싼 다른 학생들 때문에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이따금 그 아이의 흐느끼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직 입학 한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반 친구들의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내 앞자리의 친구가 내게 다가와 내 귓가에 나지막이 말했다.


"쟤가 경시대회 나가서 우리 반 애들을 욕했대. 너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를, 각자 출신 중학교를 운운하면서 말이야."


친구는 손가락으로 그 애와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특히 네 욕을 엄청 했대.라는 말을 덧붙이며 팔짱을 끼고 었다.


"겁도 없이 출신학교로 애들을 욕했으니 쟤 이제 전따 될 듯. 학교는 다닐 수 있을까."


이어서 종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담임 온다!라고 외쳤고 학생들은

파도처럼 부서져서 흩어졌다.


나는 내 자리로 돌아가 짝꿍을 쳐다봤다.

그 애는 엎드려 있었다.

그리고 담임이 오자 그와 함께 나갔다.


교실은 적막만이 가득했다.

며칠간 그 애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그 넓은 책상을 혼자 썼다.

그리고 다시 그 애가 학교에 등교했을 때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도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듯,

그 애가 없다는 듯 말이다.



그 애는 그렇게 우리 반의 투명인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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