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 문제적 자아

가장 큰 문제는 쓸데없는 정의감

by 손시나

-4-



"너 걔 상대하지 마."


학기 초부터 친하게 지냈던 우리 반 친구 무리 중 하나가 나에게 경고 섞인 조언을 건넸다. 우리는 더 이상 그 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저 '걔'라고 지칭할 뿐이었다.


"네가 가만히 있어서 우리가 네 몫까지 걔한테 화내고 따진 거 기억하지? 너 지금 그러는 거 우리한테 배신이고 상처야. 걔 이상해. 절대로 걔 상대하지 마. 너 혼자 착한 척할 생각 하지 마. 절. 대.로."


나는 확답을 요구하는 친구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 마음을 무척 무겁게 했다. 마침 나는 그날 아침, 그 이에게서 이동 수업이나 급식실에 갈 때 함께 있어달란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분명 조용히 둘이 있을 때 얘기한 건데 그걸 누가 본 걸까? 누가 말을 전달한 걸까?

나는 머리가 아팠다. 가뜩이나 학교 가는 게 싫은데 정말이지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렸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는 눈이 많았다. 나는 이미 같이 친하게 지내던 반 친구들 무리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힌 게 확실했다.


소녀들의 마음은 섬세하면서도 날카롭다. 나를 배려하고 위했던 섬세한 마음은 언제든 나를 도려낼 수 있는 날카로운 칼날이 될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숨이 막혔다. 가뜩이나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도대체 학기 초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게다가 이번 사건에 대한 솔직한 내 마음은, 이게 이렇게 까지 심각한 일지 의문이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다른 사람에 대해 험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누구나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고 미움받을 수도 있다. 물론, 그걸 대놓고 표현한 건 경솔한 행동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에게서 소외되고 고립된다니.. 여학생들 사이에서 런 상황은 마치 사회적 매장과 같다. 아무래도 이건 좀 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 책상 위에 펼쳐진 사회 교과서의 단원 명에 '정의'라는 두 글자가 보였다. 그건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단어였다.


나는 고민을 끝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끝 무렵이었다. 학생들은 5교시 음악간을 위해 음악실로의 이동 준비에 서둘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내 옆자리에 그 아이의 어깨를 손으로 톡톡 건드리고는 말했다.


"같이 가자."


그때의 나는 몰랐다.

그 네 글자의 말이 어떠한 후폭풍을 불러올지.






《위선자》



음악실에서 돌아와서 다음 수업의 교과서를 꺼내려 향한 내 사물함에는 날카로운 비난의 포스트잇이 붙있었다.


나는 누가 볼까 그걸 떼어내 교복 치마 주머니에 구겨 넣고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몇몇 친구들이 눈을 피하는 게 보였다.


사실 누가 붙인 것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몇 주 전엔 나를 위해 내 몫까지 화를 내주던 그들, 오늘 아침엔 나를 아끼고 걱정하며 경고하던 그들, 매일 아침 인사하고 밥을 같이 먹고 팔짱을 끼고 웃었던 그들이 보낸 것 테다.


가로 세로 십 센티 남짓의 그 포스트잇은 그들과 나 사이 우정의 종말에 대한 선고장이었다.


나는 교복 치마 주머니 속의 구겨진 포스트잇을 손끝으로 매만지며 그 까끌까끌한 모서리의 감촉을 느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앞으로 내 학교 생활은 이 보다 훨씬

더 거칠어질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암묵적으로 투명인간 2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예고에 불과했다.

바로 며칠 뒤, 진짜가 시작되었다.


그 애가 자퇴를 결정한 것이다.

그 애의 자리는 빠르게 정리되었다.




그리고, 교실엔 정말 나 혼자 남 었다.




'위선자'라는 낙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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