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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Oct 03. 2024

깊이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어.

내 마음의 문제

삶을 살아오면서 많은 순간 떠올리게 되는 말이 있다. 깊이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살아오며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중에는 나와 잘 맞는 사람도 잘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성향과 기질에 따라 어긋나기도 하고 합이 잘 맞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게 연인으로든 친구로든 동료로든 만나게 되고 흔히 말하는 손절을 하게 된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로 나쁜 사람들은 없었다. 나와 맞지 않는 성격과 가치관으로 떠나보냈을 뿐이다.




20대 초반..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가 PC방에서 포커게임을 하면서 거기에 현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자주 다투게 되었다. 그때 다니던 직장에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던 주임님께 상담을 하게 되었다.

만나던 남자친구를 아직 많이 좋아하고 있어서 헤어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데 이런 식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과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상담이었다. 사실 그 문제만 빼면 참 좋은 사람이긴 했다. 어른들께도 잘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줄도 알고, 무엇보다 나를 많이 아껴주는 다정한 사람.. 그런 괜찮은 남자의 단 하나의 단점이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것만 아니면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술, 담배도 하지 않고 성실하고요."

"동그라미야, 깊이 알고 보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어. 게다가 넌 그 사람을 좋아하니까 그 사람을 더 이해하고 싶겠지. 상대의 속까지 다 알고 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으니 정말 미웠던 사람도 알고 보니 괜찮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해. 그래도 잘 생각해 봐. 그런 행동이 너에게 용납이 되는 행동인지 말이야. "


그랬다. 상대의 속 깊은 곳까지 알게 되면 의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은 잘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주임님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말이 맞다고 수긍을 했음에도 한동안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당시 남자친구를 계속 만나다가 결국 지속되는 같은 문제로 헤어지게 되었다.

그 사람은 헤어지면서 까지도 본인이 좋지 않은 행동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걸 끊어내지 못해 날 지치게 만들었다는 것을 미안해했다. 계속되는 실수에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다고 내가 이제 그만 힘들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했다. 내가 수용할 수 없는 단점을 가졌지만 사람자체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었던 것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며 만나게 된 한 동료는 너무 날카로운 성격의 사람이었다. 정에 약하고 사람의 감정을 중요시 여기는 내게는 너무 딱딱한 그 동료가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일을 함에 있어서도 항상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고 타협과 조율이 잘 되지 않는 그 동료는 내 마음속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말투도 어찌나 공격적인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말하면 꼭 말에 베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로 느꼈는지 다들 그 동료를 좋아하지 않았다.


미워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누군가 외톨이로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나는 그런 마음을 숨기고 식사 시간을 같이 챙겨준다거나 업무 외에도 말을 걸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동료의 마음이 열린 건지 퇴근 후에 같이 술을 한잔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술 한잔 하고 싶은데 같이 술을 마실 친구가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해 함께한 술자리에서 그 동료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 학교에 다닐 때부터 친구를 사귀기가 어려웠고 잘 지내보려고 반 친구들에게 간식을 건네기도 하고 쓸데없는 말도 걸어보곤 했지만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경험이 지속되다 보니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것은 더 힘든 일이 되었고 가까워진다 하더라도 이용을 당하고 내쳐진 경험이 많아 겁이 나서 더욱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자신을 이용하려고 다가오고, 쓸모가 없어지면 내쳐지는 경험을 하면서 누군가를 믿는 것도 힘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혹시 자기의 업무성과를 채가려고 한다거나, 자기가 잘 안 되길 바라서 방해하려고 하는 것 같아 더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지난 상처로 인해 자기 방어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더욱 자신을 고립시키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왜 저렇게 날카롭게 사람들을 쳐내고 공격적으로 말을 할까 했는데 사실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깊이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되었다.

'아..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이게 살아남는 방법이었을 뿐이구나. 본인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고 고치고 싶어 하는구나. '

내가 동료의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었지만 이후에 보이는 동료의 날카로운 말이나 행동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아닌 연민이 담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 동료와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어들게 되었다.




"깊이 알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어"

이 말을 떠올리게 되는 에피소드들은 많았지만 어떤 사람과의 갈등 상황을 마주했을 때, '아 저 사람도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 그저 나와 잘 맞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대하게 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오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시각을 바꾸니, 놀랍게도 관계에서 느끼는 갈등과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나와 맞지 않는 성향의 사람들조차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상대의 단점을 보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선 어떨까를 먼저 떠올려보게 된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것이었다. 이 깨달음 덕분에 더 다양한 좋은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쌓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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