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저거 뭐고? 꿩이가... 아이네.”
차를 타고 나가는 길, 논 위에 매 한 마리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 서 있었다. 아버지는 차를 잠시 멈추고 실눈을 뜨며 지켜보았다. 거리가 멀어 정확하진 않지만 비둘기를 물고 있는 것 같았다.
“꿩이나 잡아놓을 것이지.”
“꿩이면 뺏으려고?”
“그래. 전에 한 번 뺏어 먹었다.”
독하다, 독해. 매 밥을 뺏어 먹고. 뭐, 매도 매일 우리 닭 훔쳐 먹었으니 쌤쌤인가.
어릴 때, 친구의 꾐에 넘어가 양파링을 훔친 적이 있다. 이 사실은 나와 그 친구만이 알고 있다. 아니라면 과자 값을 물어주고 파리채로 종아리를 스무 대쯤 맞고 엉엉 울었을 것이다. 차라리 그때 벌을 받고 우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슈퍼 앞을 지날 때마다 양파링을 떠올리며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아버지가 어렸을 적 도둑질의 대가는 물리적 고통을 넘어 정신적 고통까지 더해졌다. 돈을 주인에게 물어주거나 도둑질한 아이를 때리는 대신, 옷을 홀딱 벗겨 동네 한 바퀴를 돌게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안 된다고~ 안 된다고~ 여자친구가 보면 안 된다고~” 울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덕분에 후회 대신 수치스럽던 날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다.
흔히 민들레는 노란색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노란 민들레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건너온 외래종이다. 토종 민들레는 흰색이지만, 번식력이 강한 노란 민들레에 밀려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어느 날, 집 옆 시멘트 틈 사이로 흰민들레 두 송이가 피어났다. 아름다웠다. 토종을 지켜야겠다는 작은 결심이 생겼다. 꽃이 씨앗으로 바뀔 때까지 매일매일 확인하며 기다렸다. 마침내 꽃이 씨앗으로 변했고, 바람에 다 날아가 버리기 전 얼른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비닐봉지에 옮겨 담고, 우리 집 강아지가 몰래 뜯어먹어 사라진 해바라기 화분을 가져왔다. 흙에 물을 붓고, 살짝 파 씨앗을 심은 뒤 다시 덮었다. 부푼 기대감으로 아침저녁으로 싹이 올라왔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4일쯤 지나 여느 때처럼 싹이 올라왔는지 보려고 갔는데, 이상하다. 화분이 없다. 누군가 훔쳐간 게 분명했다. 흙을 5kg이나 부어둔 화분이 바람에 날아갔을 리 없었다. 어머니도 건들지 않았다. 도둑이다. 해바라기가 죽은 채 몇 달을 방치되었을 때는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었다. 민들레를 심은지 어떻게 알고 가져갔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다.
언제 어머니가 나를 두고 한 말이다. 찾아보니 정말 존재하는 속담이다. ‘상스러운’ 말 속담
“다른 도둑질은 다 해도 씨도둑질은 못한다”
물건은 훔쳐도 티가 잘 나지 않지만, 씨도둑질은 어디가 닮아도 닮기 때문에 탄로가 난다는 뜻이다. 아, 그래서 민들레 씨는 도둑맞아도 찾을 수 없고, 처음 본 사람들이 나를 보고 놀라며 아버지 이름을 얘기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