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한 덩치의 이점
키와 덩치가 남보다 크다고 해서 살아가는데 편리한 것은 별로 없더랍니다. 사실은 사십 대에 들어서기까지 그냥 키만 좀 컸을 뿐 무게는 80kg 정도였어요. 그런데 27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피워온 담배를 끊자마자 몸무게가 늘어나더니 지금까지 줄어들지 않고 120kg까지 늘어나기만 했지요. 사실 불편할 때가 더 많은데 이럴 때 유용해요.
키가 크고 덩치도 산만하니까 아주 곤란한 눈초리를 받을 때가 있어요. 백화점이나 혼잡한 결혼식, 아니면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많은 인원이 엘리베이터 고여 들고 있다가 한꺼번에 우르르 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이따금 겪는 일이지요.
엘리베이터를 미어지도록 타면 정원초과가 되어 문이 닫히지 않지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저를 흘긋흘긋 봅니다. 뚱뚱한 당신이 빠지면 두 명이 내리지 않아도 된다는 눈빛들입니다. 그때 꼭 짓궂은 친구가 동행중이면 " 덩치 큰 네가 내려라"
좀 큰소리로 떠들고 나면 일순간 조용해지고 문 가까이 선 사람들이 내릴까 말까 망설이다 말고 갑자기 나를 쳐다봅니다. 물론 기대가 가득한 눈빛이고요.
그러면 저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아주 점잖은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합니다.
"항상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사지만 앉은뱅이 저울에 고기를 달아 올릴 때 정량이 넘으면 주인은 가장 작은 고깃덩어리를 내려놓는 것 못 봤니?"
저는 고깃집 주인이 정량 초과 시에 큰 덩어리를 내려놓는 것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주 작은 것을 내려놓더랍니다. 일순간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쿡쿡 웃고는 이해가 되었는지 기대를 접고 다시 시선들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그리고 문 가까이 눈치 보던 사람들이 내립니다. 사실 시선을 편안하게 고정할 데가 엘리베이터에 없지요. ㅎㅎ
내일은 오늘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도래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