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작가 Oct 08. 2024

글자 복귀

침묵의 칼에 심장의 상처 아물기

태풍과 칼. 길 따라 가는 육신은 오르막의 고민에 거대한 장벽을 마주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아니, 내가 만들어 놓았다. 부셔졌던 형태가 어디서 설계도면을 훔쳐와 다시 뼈대를 세웠나 보다.


땅의 분노가 식지 않았다. 양의 불기둥이 상처를 태운다. 아직 아물지 않아 여기저기 고통의 비명소리가 한곳으로 모인다. 고요하기에 선명히 들려온다.


네모의 고상한 학자가 잠에서 깼다.

어디를 가는지 서둘러 움직인다.

해가 자신을 감싸기라도 하면 뱀파이어처럼 온몸이 타버리나 보다.

어찌나 예민한지 창문을 열고 나갔다.


언덕이 하나의 과정이라면 지금 걷는 이 길은 글자를 하나로 모으는 안내자겠다.

뽑아낸 칼은 어디 갔지. 누군가 다시 회수해버린게 아닌가 조마조마 하다.

칼의 날카로움을 나에게 비추며 또 다른 도깨비적 도움 요청을 없애기 위해

어둠속으로 잠들어 버리게 방치해두지 않는다.


오후의 하늘은 구름이 태양을 가리며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부여해준다.

사람에게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던 나에게 긴급 응급처지가 진행된다.




글의 순수시대. 그날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이다. 글자의 집단 속으로 진입한다.

문지기를 찾았다. 하얀 공간의 순백을 보이는 집단의 연결자다. 언제든 환영의 자세를 보였다.

그가 있기에 고상함의 공포에서 벗어 날 수 있다.


펜끝으로 쓰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뒤엉킨 검은 글자보다 백지의 지속이 더 공포스럽다.

막힘없는 이음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한남대교.


무명의 노래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글의 광인이 유명의 힘을 불어넣는다.

고립에서 하나로 연결됨이

아름답지만 매면의 뿌연함에 자신을 몰랐던, 여신의 등장을 알아차린다.


글자의 퍼즐이 새롭게, 새로운 퍼즐판에 맞춰진다.

퍼즐의 이름은 여신 소녀.


잠시동안, 백지에 멈춰선다. 검은 잉크를 따라 얼어붙은 흔적을 찾아냈다.

여기다. 채 마르지 않았네.

외부의 화려함에 잠시 매료되었네.

풀어내자. 경직된 펜의 움직임.

리듬이 깨진 오감을 살려내자. 아무든 쓴다.


미지의

미상의

외딴

어떤 것이

호기심을 재개 할 신호를 보낸다.

이미 모스부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엇나간 비동기화에 잊었던 글자의 믿음을 되살려 낸다.

글은 알고 있다.

사람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이전 11화 미지의 온리원 보이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