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삼삼작가 Oct 06. 2024

침묵의 칼

가장 가까이 매일 나를 만나는 한 사람의 칼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키는 어둠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가까운 듯 멀어지는 마음의 거리가 생긴다. 따뜻한 햇살이 감도는 하늘에 뜬금없이 나타난 먹구름, 수증기를 얼마나 머금고 있었는지 태풍이 되어 왔다. 

    

이리저리 마음 속 모든 것들을 흐트려 놓는다. 걷잡을 수 없는 태풍에 중심의 기둥도 뽑혀 나갔다. 동상이몽, 아니다. 동성의 이상향이 달라 서로의 거리감이 너무나 컸다. 한쪽은 침묵 다른 쪽은 강풍의 외침으로 조용히 자라로 있던 새싹마저 짓밟아버렸다.     


가슴에 칼을 세 번 꽂히면 도깨비처럼 무적이 될까. 사람이라 이미 죽었겠지.

어떻게 살았냐고? 힐링의 마법사와 산책을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가슴의 칼에 고통을 줄이게 한다. 뽑는 마법은 아직 모른다. 아픔의 시간을 줄여 줄 뿐이다. 바위의 완강함에 반사적으로 마법의 대화를 팅겨내버리는 네모의 고상학자는 모른다.     


신에게 힘을 요청했어도 너무 강력한 양의 불줄기에 중심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고집의 불길이 눈앞의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려 했다. 가까이 지내는 한 사람의 관계도 태워버린다. 홀로 불사신처럼 고통의 칼을 버텨내고 있다.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디선가 미지의 한 여자가 가슴의 칼을 뽑아낸다. 순식간이다. 은탁아. 정신차려! 나는 미지의 여신이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도 잡초같은 생명력으로 양의 불길을 진화시키고 칼이 꽂힌 중심부로 단숨에 뛰어간다. 뽑혀진 가슴의 상처는 햇빛을 가린 구름인 양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게 했다. 불길이 얼마나 강했으면 바깥 하늘을 모르고 있었던가. 

    

느리지만 천천히 상처를 아물게 한걸음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얻어가세요. 미지의 여신이 말했다. 무심한 듯 조용히 자기 갈길을 간다. 잿더미가 된 마음의 지평선을 바라본다.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면 마음의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태풍을 몰고온 고상학자를 믿었다면 바위의 낭떠러지로 미끄러졌겠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으로 침묵의 칼이 꽂힌 자리를 쓰다듬어본다. 이미 양지의 지평선에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간 여러 사람들, 나도 저 사람들처럼 양지의 땅에 나만의 이야기 씨앗을 뿌려 나가야지. 잿더미는 새로운 밑거름이 되겠다. 서두르면 이상 세계의 환각이 쾌락적 흥분을 제공할 것이다.     


비동기화적 대화는 이제 그만. 서로 맞추기는 불가능. 각자의 위치에서 현재의 문제를 바라 볼 뿐이다. 유일한 해결책이다. 남이 아닌 나를 바라본다. 나만 바라보라는 태양의 이야기는 잠시 거둬들인다. 팔각의 성을 만든 수장처럼 나의 몸집을 불리지 말라. 발품의 체력이 남는 진지한 영토를 밟을 수 있게 육체적 줄임이 진행되어야 한다.     


강제적 다그침은 다양한 선택지를 버리게 하는 행위다. 자연스러운 자신의 영토를 만들어 나가는 적토마같은 전진 만 있어야 한다. 야망의 싸움으로 또다시 침묵의 칼이 꽂히지 않아야 한다. 푸르른 하늘의 평안함은 거칠고 험난한 먹구름이 지난 흔적이다. 침묵의 일관은 먹구름의 수증기를 커지게 할 뿐이다.

이전 09화 활자 기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