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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삼작가 Oct 22. 2024

두뇌 파업

아무것도 하지 않기 - 두번째

아무것도 안하는 멍한 시간은 분침의 자물쇠에 해방을 준다.

족쇄 같은 구속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태양의 고도를 빠르게 낮춘다.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속도랄까.

자연만이 두뇌의 멈춤을 인지하며 시곗바늘을 빠르게 돌린다.  

   

주말만 되면 무엇에 짓눌린 듯 두뇌의 회전을 느리게 한다.

어떤 외적인 자극이 없을 때도 말이다. 

그냥, 주말이라는 두글자가 주는 압박에서 평일의 아드레날린은 사라지고 없다.

가만히 있으라는 뉴런의 명령만 존재한다.

글을 쓰건 책을 읽건 평소 보다 몇배의 에너지를 요구한다. 평소와 같음은 없다.

주말이라 두뇌는 자체 파업을 선언한다.

아니야

그러지마

움직여     


SNS 서핑으로 두뇌의 파업을 강제적으로 막는다. 

동시다발적 신경의 신호에 두손 들고 일을 한다.

쉴틈이 사라졌다. 인간의 승리다.

영원할 것 같았다. 승리의 달콤함은 지속될 줄 알았다.

시각과 청각의 지속적 자극을 멈추고 다시 할 일로 돌아서는데     


아뿔사, 두뇌의 번아웃이 왔다. 그냥 기절해버렸다.

긴급심폐소생. 산소를 불어넣어도 정신차리지 못한다.

잠들지 않았다. 기절상태다.

모든 생각 공장이 멈췄다.     


책상에 멍하니 앉는다. 집중력은 상실되었다.

글도 사진도 영상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속으로 수만번 외친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창밖의 나무를 본다.

저건 뭐지

나무는 나무다

먼산을 바라본다. 점같은 어느 한 곳을 응시한다.     


두뇌는 잠이 들었다. 쉼의 순간이 찾아왔다.

0과1의 스위치에서 해방되었다.     


계속 점을 응시한다.

그냥 본다.

아무 생각 없다.

그냥 검은 점이다.     


집밖을 나간다. 그냥 걷는다. 계속 걷는다. 이유는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한 사람이 인도를 걸을 뿐이다.     


두뇌가 깨어났다. 생각의 공장이 재가동되었다.

막혔던 생각의 찌꺼기가 제거 되었다. 정말 필요한 뼈대만 남았다.     


멍때리기의 승리다.

두뇌는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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