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기 - 네번째
하루는 무언의 강박에 노동을 강요한다. 의식은 쉬고 있는데 무의식은 뭐라도 하라는 재촉이 지속된다. 아무것도 안하는 건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데 시간의 틈이 보인다 하여 머리와 마음이 쉼을 허용치 않음이다.
스스로의 학대다. 할일도 쉼과 진행의 연속인데 이를 인색해 하면서 숫자로 보이는 디지털 시분초에 집착한다.
오랜만에 무인 책방을 방문했다. 처음 방문한 곳으로 내부는 무인이라 하기에 완전 유인 책방의 느낌을 자아냈다. 분위기에 맞는 음악, 쇼파, 책상, 책꽂이, 의자 등등 여기가 책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라서 누군가 이 책방을 이용 할 수 있다.
할일을 하며 아무것도 안하는 쉼에서 분위기에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며 생각과 마음이 다급해질 때 쯤,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나에게 달라 붙으며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를 해소시키기에 사람없는 공간은 자신에게 집중하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한다. 아무것도 안함에서 자신을 찾는 시간의 틈이 생기는 것이다.
무거운 백팩에 목적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늘 할일을 정리한다.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작정 기분대로 했다간 기한없는 안일함에 아무것도 안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아무것도 안함은 쉼이 아니다. 할일의 안함이다. 할일의 교통정리도 잠시동안의 안함으로 가능해진다.
매일 같은 장소를 방문한다면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책방이건 북카페건 같은 곳을 반복해서 가면 출근이다. 아무것도 안함의 인색함을 만든 건 스스로 결핍의 욕구가 종이책, 다이어리 채움으로 충족시켰다. 멍하니 가만히 있어도 비움의 인색함에 곧장 채울 것을 찾으러 분주해진다.
쉼의 인색함, 불필요한 바쁨, 할일을 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냥 아무것도 안한다. 멈춰야 해야 할 일이 보인다. 숨고르기다. 간단하다. 그러면서 두뇌의 재충전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