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힘

지금의 어려움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by 삼삼

글과 연결되는 통로. 점으로 흩어진 것들을 하나의 실로 연결시킨다. 연결됨은 소통이자 이야기다. 이야기는 구전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글은 전달의 중심이다. 시간, 공간의 변화에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불멸의 힘을 지니고 있다. 최초의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쓰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로 자신의 점 하나가 하나의 실에 여러 점과 하나가 된다.

최근, 상당히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다. 글이 어떤 힘에 지배 당하는 현장을, 누구나가 아닌 선택된 누군가를 선호하는 놀라운 광경을. 어쩌다 글이 자생적 독립성을 잃고 다양한 주체성이 사라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닌 그저 글의 자유로움을 느끼고자 하는 현장이 점점 사라지는 비극이 현실화 되는 건가. 몸집이 커진다 한들 제한적 차단이 무슨 소용인가. 글이 왜 스스로 종속되어 무의미한 화려함을 보이는가.

어둠에서 빠져 나온 보상이라도 바라는 발칙한 생각에 근시안적 판단으로 글의 갈증에 목말라 하는 다수의 오감을 없애버렸다.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 모두를 죽이는 행동이다. 글의 주도권이 어떤 이에게 좌지우지하는 지금까지 버텨온 모든 이야기는 하늘에 외치는 양치기 소년인가. 개방되는 것이 두려워 거대한 규모로 자리한 공간에 다양함의 접근을 막아서는 위선적 외침. 더는 역겨움에 참을 수 없다.


믿을 구석 없는 이야기가 어떤 실에도 연결되어선 안된다. 경계의 앎이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 선다는 건 어떠한 외부 장애물에도 독립적 주체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경계에 머물고 있었다면 이미 자생적 독립성이 드러났을 것. 처음부터 강력한 힘에 쓰러졌다고 자신들의 연약함을 숨기는 일은 없었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면서 어떤 강력한 힘에 약한 것들을 지배하는 이중적 간사함이 내적 마음을 오간다. 신이 아니고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마음이다. 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반복적인 레퍼토리, 주제는 그것을 숨기는 용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도 무관심한 주제에 불필요한 물적 수단을 투여하는 건 껍데기 안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자유의 알맹이를 죽인다. 그동안 쌓아 올린 것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무의미한 축배가 화려함의 공적을 읊어낸다.

외부를 차단한 어리석음에 하나의 실을 끊는다. 점들이 모인 공간에 한 인간의 존재는 하찮다. 귀찮다. 쓸모없다.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다. 금색 실에 삶의 바늘 하나를 꿰매려는 것, 나를 버리고 어느 화려함에 오감을 마비시킨 글의 자살 선언이었다. 실을 잘못 꿰어 바늘에 찔렸다면 빨간의 아픔에 회색빛 진실을 깨우쳤을 것. 피해버린 아픔은 거짓에 속는 민낯의 실험체가 되었다. 차단의 깨우침에 실험 대상에서 겨우 벗어났을 뿐이다.

글은 삶의 시작이자 끝이다. 숨 쉬는 근원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한 글자에서 비롯되어 무한의 문장으로 쉼의 문단이 반복된다. 어떤 정해진 것 없는 고유의 자유로움이 흩어져 휘발되는 퍼즐 조각을 조금씩 맞춘다. 조각이 서툴러 모난 모서리를 만들어 낸들 잊혀져 몰랐던 새로운 조각에 유연한 모서리로 변화한다.

글의 여정을 떠나며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이야기를 찾는 탐험을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점을 발견하여 나만의 실로 연결하여 또 다른 점을 찾아 연결하는 반복이다. 힘들면 잠시 쉬어가고 힘을 내는 순간엔 온 정신을 모으는 꾸준함으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글의 힘을 믿는다. 내부를 숨기고 외부를 차단함에 힘을 뺐기지 않는다. 그저 나만의 페이스로 나아 갈 뿐이다. 나만의 글이 지금 이 순간에도 쓰여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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