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의 직업병
나에게도 직업병 생겼다는 사실을 소개팅 때 처음 알았다. 상대방이 쓰고 온 안경을 보자마자 더러운 코받침이 눈에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안경을 뺏어서 새 코받침으로 바꿔주고 틀어진 코받침을 잡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안경 피팅 상태, 안경테의 대략적인 가격이 순서대로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대화를 하다가도 이 사람이 옆을 볼 때 안경렌즈의 굴절도로 대략적인 도수가 보이고, 렌즈의 마모도로 몇 년 썼을 거 같은지도 보였다. 안경이 이 사람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안경의 취향과 청결도를 보아 이 사람의 스타일과 성실도를 느낄 수 있었다. 여하튼 그놈의 안경 때문에 대화에 집중이 잘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