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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걸즈 Sep 16. 2024

물리치료사의 고난과 극복

아무래도 체력적인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 연락하고 지내는 학교 동기 중 도수치료를 하는 여자는 나밖에 없다.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많지 않아 메리트가 있다는 점은 확실하지만 정말 힘들다. 체력이 부족해 운동을 하려니 퇴근하면 정말 피곤하고 피곤하다고 운동을 하지 않자니 체력이 부족해진다.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참고 견디면서 운동을 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의원들은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정말 허다하다. 연차를 조금만 준다거나 공휴일 수당을 주지 않거나 토요일 휴무를 쓰려면 원래라면 2시까지 근무라 반차만 쓰면 되는데 굳이 연차를 사용하도록 하거나 특정 요일은 연차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등 정말 다양하다. 신고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업계가 좁다. 어디를 가도 이렇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신고할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전기치료는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다. 경력이 쌓이면 급여가 높아지니 굳이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취업이 힘들어진다. 반면에 도수치료는 경력을 실력으로 보기 때문에 쌓일수록 나의 가치가 높아진다. 전기치료를 하게 되면 이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참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 보람 때문에 도수치료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런 이유도 무시하지 못한다.


“너 물리치료사 계속할 거야? 난 안정적이기만 하면 계속할 텐데.”, “우린 솔직히 파리 목숨이지.” 동기들과 대화하다 보면 자주 나오는 말이다. 대학병원이나 공무원 등 규모가 큰 곳이 아니라면 모두가 하는 고민이다. 도수치료는 병원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자가 줄어들면 재계약이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전기치료를 하는 선생님들도 월급을 동결하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물리치료사로 경험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나이와 연차를 숨긴다. 밝혀서 좋은 일이 없었다. 처음 도수치료를 시작한 병원은 도수치료 상담을 직접 했다. 예약을 잡으려고 하면 대부분 “실장님이나 연차 높은 선생님에게 예약해 주세요.”라고 한다. 나이와 연차만 듣고 치료사를 바꿔 달라고 하기도 한다. 연차가 높은 치료사에게 받고 싶은 건 이해한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으니까. 그래도 이럴 때면 생각한다. 그럼, 경력은 도대체 어디서 쌓지? 이 문제에 해결 방법은 없는 것 같지만 내가 했던 경력 있어 보이는 방법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나는 마스크를 늘 착용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나이를 숨기기 위함도 있다. 23살에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환자 대부분은 나를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봤다. 어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유일하게 좋았을 때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그렇게 노안인가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양한 상식, 어른들과의 원활한 대화, 낮은 목소리(신뢰감과 안정감), 능글맞은 대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저 정도 나이로 봐주시는 걸 보면 그냥 노안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금 한다. 


두 번째는 ‘어차피 재활? 내가 제일 잘 알아.’라는 마인드로 일했다. 지금은 경험이 많지 않고 부족하겠지만 엄연한 물리치료사이고 전문가이다. 쫄지 말자. 마지막은 ‘환자마다 달라서’이다. 질문에 대한 대답에 확신이 없으면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 ‘환자마다 달라서’ 정확히 알아보고 다음번에 다시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냥 모르겠다거나 안절부절못하거나 틀린 대답을 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치료가 끝나고 무조건 공부해서 실력도 쌓아야 한다. 정신 승리인 것 같지만 뭐, 어린 것을 들키지 않는 것도 방법이지 않겠는가?


나는 아직도 고민한다. 남들이 봤을 때 5년 차 정도면 좀 오래 한 것으로 보일까? 이제 연차를 물으면 솔직하게 대답해도 무시하지 않을까? 정답은 없지만 나 스스로는 내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열심히 공부하고 채우다 보면 연차와 상관없이 당당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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