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50분 치과에 출근해서 컴프레션, 석션, 엑스레이, 컴퓨터, 체어 등을 켜면서 탈의실로 이동한다. 일정한 온도가 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멸균기와 부팅 시간이 필요한 기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리 키는 것이 좋다. 유니폼, 머리망, 압박스타킹 그리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치과 내 NPC가 된다. 이렇게 변신하면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잘 알아보지 못하는 장점을 얻을 수 있다. 이 직업의 최고 장점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날까지 필요했던 물품들을 정리해서 치과재료 업체에 주문한다. 기공소에서 기공물이 오면 예약표와 비교해서 당일 필요한 기공물은 따로 빼두고 나머지는 별도의 기공물 보관함에 넣어둔다. 환자들이 사용하는 타구(침을 뱉는 그릇)는 매일 청소해서 이물질로 인해 막힘이 없도록 청소한다. 예약 환자 진료를 확인해서 특이사항(질병, 복용 중인 약, 임신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한다. 틈틈이 데스크에 걸려 오는 전화와 일찍 내원하는 환자들을 접수한다.
9시 30분 첫 진료가 시작됐다. 정기검진 환자가 오면 엑스레이가 1년 이상 된 경우 구강 외 엑스레이(파노라마)를 새로 찍어서 전체적인 구강 상태를 파악한다. 충치, 염증 등을 자세히 보기 위해 구강 내 엑스레이(치근단촬영, 교익촬영)를 찍는 경우도 존재한다. 치과의사와 상담 및 진료가 끝나면 충치 치료가 필요한 경우 비용 상담을 진행하고 치료를 도와준다. 잇몸 관리를 하는 경우 20~30분 정도 소요되는 스케일링, 치근활택술을 진행하고 주의 사항 등을 알려준다.
신경치료를 받는 환자가 내원한 경우 치과의사를 도와 환자가 최대한 불편함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라포 형성이 된 환자의 경우 너무 무서워하거나 힘들어하면 환자에게 동의를 구한 후 손을 잡아준다. 환자에게 의지할 곳이 돼주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진료가 마무리된 후에 환자들도 다음에 또 나한테 진료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1시까지 치과위생사 1명당 5~7명의 환자를 보면 오전 진료가 마무리된다. 오전 진료를 가장 먼저 마무리한 치과위생사가 오전 진료 동안 쓴 기구를 세척하고 멸균을 시킨다.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점심을 먹고 데스크에 앉아 점심시간에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는다. 매일 전화가 오지는 않지만, 순번을 정해놓고 돌아가면서 쉬거나 전화를 받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1년 차 때는 점심시간에 임시치아를 깎는 연습을 했다. 점심시간만큼 방해 없이 연습하고 공부하고 선생님들께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2시 30분부터 오후 진료가 시작된다. 임플란트 환자가 내원하면 전날부터 치과에서 처방한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을 복용했는지 물어보고 수술실로 안내한다. 국소마취를 하고 기다리는 동안 임플란트 수술 준비를 한다. 임플란트 키트, 기본기구 세트, 상악동 거상을 위한 기구 등을 준비하면서 긴장한 환자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수술 준비가 끝나면 수술을 시작하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치과 의사의 시야 확보와 석션이다. 수술 중 기구가 구강 안으로 떨어지는 등의 의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리고 30-40여 분의 수술을 마친다. 환자가 임플란트를 잘 심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엑스레이 촬영을 위해 자리를 잠시 비우면 수술 기구를 빠르게 정리해서 소독실로 옮겨놓는다. 환자가 돌아오면 치과의사의 수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같이 듣고 자세한 주의 사항을 말한다.
충치 치료를 하는 환자가 내원한 경우 이전에 받았던 비용 설명과 치료 방법을 기억하는지 확인한다. 충치 치료는 대부분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용과 치료 방법을 환자가 정확하게 인지하고 시작해야 컴플레인이 없이 진료가 마무리될 수 있다. 충치 치료의 방법과 기간에 대해 설명하고 치료를 시작한다. 무서운 기계와 물, 석션 소리가 휘몰아치는 치료를 하는 동안 석션을 하며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힘들지만 소리를 내거나 티를 못 내는 환자의 경우 발의 움직임, 주먹을 꽉 쥐고 있는지 등으로 환자의 긴장도를 파악할 수 있다. 치료가 끝나면 본을 뜨고 임시로 틈을 메꿔주거나 임시 치아를 메꿔준 후 주의 사항을 알려주며 대기실로 내보낸다.
8시까지 진료를 마무리했다면 마감 정리를 해야 한다. 사용했던 기구를 정리하고 세척해서 멸균을 돌리며 기공실로 보낼 기공물을 확인한다. 모든 기계를 껐는지 확인하고 사라진 기구는 없는지 확인한다. 특히, 작은 기구는 자주 사라져서 찾느라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 확인한다.
모든 정리를 마쳤다면 함께 일한 선생님들과 전우애를 다지며 환복한다. 아무리 힘든 하루였어도 퇴근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게 사람이기 때문에 대부분 웃고 있다. 오랫동안 서 있는 직업이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기 때문에 퇴근 후 운동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