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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순하다 Sep 18. 2024

결혼식 준비에 200만 원 만 쓸 수 있었던 이유

진정한 스몰웨딩을 꿈꾸다.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이 하기 싫은 건 아니었지만, 나의 인생에서 흘러가는 단 하루의 몇 시간을 위해 그렇게 큰 거금과 많은 공을 들여야 할 적절한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남자친구와 사계절을 두 번 겪었고, 365일 중 350일은 거의 매일 만나며 시간을 보냈음에도 상냥하게 대화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격려해 주는 변치 않는 모습에 평생을 함께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 무렵 내가 지내고 있던 자취방의 전세 만기가 도래했고, 새로 구할 집은 양가 부모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결혼을 전제로 함께 지낼 집으로 구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식을 패스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꿈꿨지만, 결혼을 전제로 했다는 이야기는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 또한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안 하고 싶다고 내 입맛대로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결혼 '식'을 위해 시부모님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되었다. 시부모님은 일반적인 결혼식의 형태가 아니어도 좋으니, 우리의 결혼을 친지분들께 공식적으로 알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사랑스러운 며느리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진심으로 전달해 주셨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공식적인 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일반적인 결혼식의 형태가 아니라고 한다면 사뭇 다른 우리만의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겠다는 산뜻한 아이디어들이 떠올랐다. 이거, 꽤 좋은 경험이 되겠는걸!


 최소한의 양가 직계 가족만 모셔서 완벽한 스몰웨딩을 하고 싶었지만, 시부모님이 원하시는 공식적인 자리를 위해 최소한의 하객 초대는 필요했기에 일찌감치 마음을 접었다. 일반적인 예식장은 최소 보증 인원이 200명이 평균이었기에, 100명 이하의 식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를 빠르게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레스토랑이지만 주말에는 예식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길로 바로 예약 후 방문했다. 그때가 3월 말이었고, 나는 방문한 그날 5월 초 예식 날짜를 확정하고 나왔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저희 5월 7일 결혼식 합니다! 참석해 주실 거죠?"


식장을 확정하고 나니 나머지는 크게 할 것이 없었다. 웨딩촬영도 생략하려 했으나 모바일 청첩장에 넣을 사진은 예의상 넣어주는 게 좋겠다 싶어 스냅사진 전문 사진관에서 4컷만 예쁘게 촬영했고, 결혼반지는 커플링으로 대체했으며, 드레스는 스냅사진 촬영을 위해 대여했던 인터넷 드레스 대여샵에서 피팅도 안 해보고 16만 원에 대여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다니던 미용실 원장님께 헤어와 메이크업을 맡길 수 있게 되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더불어 그날만을 위해는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고 피부관리는커녕 흔히 하는 웨딩용 네일케어도 받지 않았다. 본식 스냅과 원판 사진도 생략했는데, 대신 친구 위주의 하객분들이 폰으로 예쁘게 찍어서 보내주기로 해서 그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생략한 것은 신부대기실이었다. 나는 신랑과 양가 부모님과 함께 입구에서 하객분들을 맞이하며 축하와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고, 그렇게 우리만의 부족하지 않은 행복한 결혼식을 시작했다.


 결혼식을 한 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 회고해 보면, 그때 생략했던 것들 때문에 후회하는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해서 좋았던 부분만 계속 상기될 뿐이었다. 후문에는 양가 친지 어르신분들이 오히려 신박한 결혼식에 더욱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후회 없는 결혼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금은 홀가분하게 다른 지인들의 결혼식을 다닐 때마다 우리만의 결혼식을 떠올리곤 추억에 젖곤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더 이상 새롭지 않을 때,

보통 사람의 단순한 취향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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