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설명하는 모델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많은 사람들은 막연히 환경보호나 재활용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그저 환경문제로만 국한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지난 글에서 소개한 UN의 지속가능발전 목표 17개 중 10개 이상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목표의 개수로만 본다면 사회 문제가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은 사회 정의의 구현일까요? 지속가능성의 개념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게 좋을까요?
지속가능성은 인간과 환경, 사회적 맥락을 포함하는 방대하고 복잡한 개념입니다. UN에서는 이 17개의 목표를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의 5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5개의 카테고리가 17개 목표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5개 주제가 서로 쉽게 연결되지 않기도 하고, 또 번영, 평화와 같은 개념이 지속가능성을 설명하는 하위개념으로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17개 지속가능 발전 목표를 달달 외워 이해하거나 줄줄이 읊어서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이 목표들을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요?이번 글에서는 지속가능성 개념에 대해 통합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이 개념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두가지 모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속가능성 목표를 받치는 세가지 기둥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지속가능성을 설명할때 흔히 함께 등장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모델은 지속가능성의 세가지 기둥 모델 입니다. 이것은 UN의 다섯가지 카테고리와 달리 3가지로 17개 목표를 구분한 것입니다.
3가지 기둥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림과 같이 사회, 경제, 환경의 기둥을 나타냅니다. 3개의 기둥이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환경은 기후위기를, 사회는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경제는 순환경제를 의미합니다.
이것은 UN의 17개 목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또 지속가능성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3가지 범주안에서 목표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세가지 기둥을 처음 제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해요. 그럼에도 여러 곳에서 이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둥 이미지만 기억하고 있어도 우리는 지속가능성을 환경보호의 이미지로 가두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성장의 한계'에서도 인간 사회의 시스템이 계속 성장 중심으로 유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성장 중심의 시스템을 전환한다는 것은 사회 전반과 경제구조의 전환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문제들과 경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 없이 친환경 기술이나 재료 등의 몇가지 이슈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성 케이크라고?
두번째 모델은 스웨덴에서 발표한 케이크 모델입니다. 케이크와 지속가능성이 그리 잘 연결되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이미지를 보면 왜 케이크 모델이라고 이름지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케이크 모델은 지속가능성의 3가지 기둥과 UN의 17개 목표를 더한 이미지입니다. 케이크의 단이 3개로 환경, 사회, 경제의 세가지 영역을 볼 수 있고, 케이크의 각 단에는 17개 목표들 중 각 영역에 포함 되는 것을 넣어두었습니다. 우리의 경제는 사회시스템 안에 있고, 사회시스템은 지구환경이 감싸고 있습니다. 케이크의 세 단이 함께 하나의 케이크를 이룹니다.
케이크 모델은 보여주는 가장 큰 의미는 우리가 지속가능성 목표를 각기 따로 볼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각 목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만약 어떤 사람 또는 기업이 굉장한 노력과 투자를 한다고 해도 한 목표에만 집중하고 다른 곳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목표 하나에도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목표는 서로 다른 목표에게 영향을 주고, 환경과 사회 그리고 경제 영역도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케이크의 가장 꼭대기 층에 파트너십 목표를 둔 것입니다. 지속가능 발전목표를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파트너십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지속가능성은 단편적으로 접근했을 때 오히려 많은 비용을 치르고 부작용을 겪을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의체와 다양한 학문을 아우르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지속가능성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부터...
따라서 지속가능성에서는 협업이 생존 기술이 됩니다.
만나고, 이야기하고, 서로 배우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핏 들었을 때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사회인가? 우리는 '서로배움'에 익숙한가?' 질문해 보게 됩니다. 나아가 함께 행동하는 것은 어떤가요? <성장의 한계>에서는 이 부분을 두고 개인주의와 경쟁, 단기 목표가 발달된 사회에서는 사랑을 기반으로 한 집단적 행동에 비관적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협업은 그저 함께 모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이해하고 협업을 만들어가는 디자인 전략이 중요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Purvis, B., Mao, Y., & Robinson, D. (2019). Three pillars of sustainability: in search of conceptual origins. Sustainability science, 14, 681-695.
https://www.stockholmresilience.org/research/research-news/2016-06-14-the-sdgs- wedding-cake.html